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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죽음의 계곡' 대구 출마…"황교안 종로 나오란 압박"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9일 오후 3시 2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새로운 보수당’ 서울특별시당 창당대회 행사장에 유승민 의원이 모습을 보이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예정보다 20분 늦은 도착이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대구에서 올라오자마자 경기도당(오전 11시)과 인천시당(오후 2시) 창당대회를 연달아 참석하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여의도 who&why]

새보수당 창당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유 의원의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전날(28일)엔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수 정치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며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수도권에 출마할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뒤엎은 발표였다. 그는 “여기서 바람을 일으켜 그 바람이 전국적으로 흩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울에 나가라”(이준석 최고위원 등)는 당내 요구를 물리치고 그는 왜 대구 행을 고집한 것일까. 직접 물어봤다.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보수당' 서울특별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 [현일훈 기자]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보수당' 서울특별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 [현일훈 기자]

 
쉬운 길을 가려는 건가.
“제 입장에선 대구ㆍ경북(TK)이 가장 어려운 곳이다. 험지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4선 지역구 아닌가.
“여긴 자유한국당의 심장부이자 낡은 보수의 본거지다. 보수개혁의 불씨를 살리고자 출마를 결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에 출마하는 게 아무래도 편하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구의 ‘유승민 반감’은 크다.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구을 지역구에서 유 의원 지지율은 22.9% 로, 김규환 한국당 의원(51.5%)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뒤졌다. 대구CBS와 영남일보가 의뢰해 지난 10월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를 한 에이스리서치는 “지난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 의원이 75.7%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유 의원이 대구 행을 택한 건 "죽음의 계곡에 몸을 던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유 의원이 대권까지 가기 위해선 현 상황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며 “현재로썬 불리한 게임이 분명한데도 수도권으로 가지 않은 건 정치생명을 걸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꺼내 든 ‘새로운보수당’은 다음달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다. 현역은 유 의원을 비롯해 오신환ㆍ유의동ㆍ이혜훈ㆍ정병국ㆍ정운천ㆍ하태경ㆍ지상욱 등 현재 8명이다.
 
새보수당이 총선에서 승산이 있나.
“가다 보면 어떤 사람은 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보수’라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부터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모아 나갈 것이다.”(유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당은 가짜 보수인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 한국당은 조금도 안 변했다. 전혀 개혁적이지 못하다. 내년 총선은 수도권이 중요한데 이래선 어림도 없다.”  
  
 
현재 보수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11월 7일)에, 다음 날 유 의원이 3대 원칙(탄핵논쟁 중단, 보수 재정립, 통합정당 수립)을 제시한 게 공식 논의의 전부다.

 
한국당과의 합당은 물 건너가는 건가.
“보수가 제대로 재건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3가지 원칙을 행동으로 보이면 당장에라도 합칠 수 있다.”
 
합당 후 지분을 요구하기 위해 ‘밀당’을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건 제 마음을 너무 모르는 소리다. ‘합당 후 공동대표를 하고 싶어 한다’ 등 이런 얘기는 입 밖에 꺼낸 적도 없고 요구할 생각도 전혀 없다.”
 
한국당 안팎에선 유 의원의 대구행을 두고 "황교안 압박용 카드가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보수통합의 앞선 단계로 보수의 자기희생이 자주 거론되지 않나"라며 "유 의원으로선 '난 대구로 간다. 그러니 황 대표도 종로로 나와라'는 무언의 신호를 우리 쪽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을 함께 창당한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10월 “안 전 의원을 만나러 우주라도 갈 수 있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저는 그분(안철수)에 대해선 전혀 할 말이 없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서 나와 함께 분당을 준비하던 안철수계(7명) 의원들은 현재 안 전 의원의 메시지를 기다리며 유 의원 측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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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보수진영의 대선 잠룡 중 한 명이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자체 실시(지난 10∼12일 조사)한 차기 정치지도자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유 의원(23%)은 이낙연(50%)ㆍ심상정(39%)ㆍ박원순(32%)ㆍ이재명(29%)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범보수진영 경쟁자인 황교안 대표(18%), 안철수 전 의원(17%)보다 높았다. 지지율이 확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묘책이 있느냐”면서도 “바닥에서 창당하는 만큼 두려울 것도 없다”고 답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법 처리에 대해 그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개정해 왔다”며 “합의가 되지 않고 수의 힘으로 강행하면 나중에 국회에서 (보수당이 다수당이 되는 등) 숫자 구성이 바뀌면 또 이런 사태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소정당에 대해선 “민주당도 비례민주당을 만들 것이 거의 확실해 닭 쫓던 개처럼 바보가 돼 버릴 것”이라고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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