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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만18세 투표’…"50만 청소년 표심 어디 튈지 몰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선거연령이 현행 만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다. 김경록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선거연령이 현행 만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다. 김경록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당장 내년 총선부터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처음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23년 만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토대로 추정하면 새로 투표권을 갖게 된 이들은 약 50만명 규모다. 이 중에는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고3(만 17세) 학생도 5만명이나 된다. 청소년이 정치 참여의 주체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와 동시에 ‘교실의 정치화’ 우려도 제기된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후 '청소년에게 참정권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뱃지 사진을 올렸다. 그간 박 의원이 재킷에 달고 다니던 뱃지다. 박 의원은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기쁜 마음으로 뱃지를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쳐]

박주민 의원은 지난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후 '청소년에게 참정권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뱃지 사진을 올렸다. 그간 박 의원이 재킷에 달고 다니던 뱃지다. 박 의원은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기쁜 마음으로 뱃지를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쳐]

줄곧 선거 연령 하향조정 필요성을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내년 총선부터 청소년·청년 관련 맞춤형 공약을 준비해 표심을 끌어오겠단 계획도 세웠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뿐 아니라 인재 영입과 관련해서도 ‘청년’을 테마로 정했다. 당 차원에선 청년세(청년을 위한 세금), 청년신도시 등도 논의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선거연령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심상정 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선거연령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선거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우리 정치가 매우 늙고 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최소한의 조치”라며 “만 18세를 넘어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고 피선거권도 20세 이하로 낮추는 캠페인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고3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생기면 학교 현장이 정치색으로 물들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역사와 사회와 현실을 왜곡하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오염시키면서, 거기에다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 

2017년 1월 19일 열린 '18세 선거권 국민연대 출범식'.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중앙포토]

2017년 1월 19일 열린 '18세 선거권 국민연대 출범식'.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중앙포토]

그간 만 18세는 여론조사에서 제외됐다. 표심을 예상하기 어렵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8세는 말 그대로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이 특정 정당 유·불리로 직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유색인종·청소년 등 선거권이 확대된 역사를 보면 ‘이들이 성숙한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충분히 정치적으로 성숙해 있었고 정치적 주체가 될 역량을 갖고 있었다”며 “다만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 볼 수 있듯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층은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보다는 사안·정책별로 가치 판단을 하는 특성이 있어 선거 판세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2005년 선거 연령이 만20세에서 19세로 낮아질 때도 그에 따른 여러 영향과 전망을 담은 분석이 많았지만, 실제론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의 선거 프로젝트 논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2일 내년 총선에 앞서 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하고 모의선거를 하는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계획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대상은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11개, 고등학교 19곳 등 총 40곳이다. 이들 학교 학생들은 지역구 후보자가 결정되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토론하고, 각자의 정치적 성향과 판단에 따라 모의 투표도 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정치 성향을 학생들에게 주입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10월엔 편향 교육 논란으로 ‘인헌고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일표 한국당 의원은 지난 27일 교사가 아닌 선관위 소속 전문가가 교내 선거 관련 교육을 중립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은 "선거교육은 객관성과 중립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가르치는 이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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