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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암호화폐' 소득세 대신 내라…빗썸에 803억 첫 부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서울 중구 지점, [중앙DB]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서울 중구 지점, [중앙DB]

‘빗썸홀딩스 자회사인 빗썸코리아에 국세청으로부터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하여 약 803억원(지방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될 것을 2019년 11월 25일 확인하였습니다. 빗썸코리아는 본 과세와 관련 법적 대응을 계획하고 있어 최종 금액은 추후 변동될 수 있습니다.’
 
암호화페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홀딩스 최대주주 비덴트가 지난 27일 공시한 내용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처음 세금을 부과한 사실이 이날 공시를 통해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내년 세법 개정안에 비트코인ㆍ이더리움 같은 이른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발표한 뒤 국세청이 ‘선공’을 날린 모양새다. 암호화폐 과세 윤곽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국세청이 겨눈 건 암호화폐를 거래한 외국인이다. 빗썸에 외국인 이용자의 암호화폐 거래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를 부과했다. 원천징수란 소득을 지급하는 자(회사)가 근로자(납세의무자)를 대신해 실제 세금을 신고ㆍ납부하도록 한 제도다. 회사가 세금을 뗀 월급을 지급해 탈세 여지가 없다. 자영업자와 달리 근로자 소득을 ‘유리지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국세청 과세 근거는 외국인이 빗썸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해 얻은 소득에 대해 빗썸이 세금을 원천징수 해야 했다는 논리다. 그동안 빗썸이 원천징수하지 않은 세금을 전부 더해 빗썸에 803억원 어치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 따른 과세”라면서도 “빗썸이 일단 803억 원을 내고 외국인에게 해당 세금을 돌려받으면 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세금 폭탄’”이라고 분석했다.
 
국세청이 과세한 세목(稅目)이 ‘기타소득’이란 점이 눈에 띈다. 기타소득은 소득세법이 규정하는 종합소득의 일부로 상금ㆍ사례금ㆍ복권당첨금 같이 일시적으로 발생한 소득이다. 암호화폐 거래 소득을 부동산ㆍ주식 등을 사고팔아 남긴 차익을 뜻하는 ‘양도소득’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건건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기타소득은 종합소득에 속해 과세할 경우 1년간 얻은 이자ㆍ배당ㆍ사업ㆍ근로ㆍ연금소득 등을 모두 합쳐 연 1회 부과한다.  
 
암호화폐 거래를 주식ㆍ부동산처럼 양도소득 범위에 포함하면 과세 근거자료 확보를 위해 각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모두 받아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을 파악하려면 원금이 얼마고 이를 통한 수익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국세청이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얻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03억원'을 청구한 근거는 뭘까. 국세청은 외국인이 출금한 금액 전체를 기타소득으로 가정하고 세금을 매겼다. 기타소득 원천징수세율은 22%(지방소득세 2% 포함)다. 역산하면 외국인이 빗썸에서 출금한 금액을 4015억원으로 추정한 셈이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2017년 12월 정부가 미성년자ㆍ외국인의 암호화폐 계좌 개설ㆍ거래를 전면 금지하기 전까지 외국인의 국내 거래소 이용은 물론 차명 거래도 자유로웠다”며 “투자자가 누구고 원금이 얼마인지 거래소조차 파악하기 어려운데 과세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을 정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한 만큼 논란의 불씨가 남았다. 해외에 사는 외국인의 경우 조세조약에 따라 명시하지 않은 모든 소득에 과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법은 소득세에 ‘열거주의’를 채택해 아직 세법상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할 수 없다. 암호화폐를 ‘통화’로 볼 것인지 ‘자산’으로 볼 것인지부터 논란거리다. 빗썸 관계자는 “권리구제 절차가 남은 만큼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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