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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땅 사면 배 아프다? 소득 격차 큰 사회, 건강 나빠져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1) 

2015년 NHK 스페셜 시리즈 ‘우리들의 장래’라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관료, 전문가, 시청자들이 모여 인구감소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연금, 고용, 간병, 저출산, 장시간 노동, 치매, 자녀들의 미래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그중에 특히 건강격차 문제는 시청자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건강격차가 일본의 의료, 복지, 고용, 노동, 자녀교육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으면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일찍이 런던 칼리지대학 마모트 교수는 건강격차 문제를 지적했다. 그가 영국의 공무원 계층과 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남성 40~64세의 사무보조원의 사망률은 관리직의 4배였다.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건강상태가 나쁘게 나타났다. 사회적 지위의 격차는 건강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성과였다.
 
소득격차가 큰 사회와 적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건강상태에 차이가 있다. 격차가 큰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실제 건강상태를 악화시킨다. [사진 pexels]

소득격차가 큰 사회와 적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건강상태에 차이가 있다. 격차가 큰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실제 건강상태를 악화시킨다. [사진 pexels]

 
상대소득가설에 따르면 소득격차가 큰 사회와 적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건강상태에 차이가 있다. 격차가 큰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실제 건강상태를 악화시킨다.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건강이 나빠진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호르몬 분비와 자율신경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질병 위험을 높인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고령자 약 1만6000명을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자신과 동일한 성과 연령, 거주지 사람들의 평균소득과 자신의 소득 간에 느끼는 차이가 1단위 이상 증가하면 남성의 사망위험은 1.2배 높아졌다. 주변 사람들과 소득격차를 느끼면 그 스트레스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었다.
 
또 하나 사회자본 가설에 따르면 인간관계의 연대감, 신뢰감이 부족한 사회는 국민의 스트레스가 높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 소득과 학력의 격차가 확대되면 불안과 불만 등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이러한 불건강한 심리상태는 우울증, 자살, 범죄, 폭력 증가를 초래한다.
 
영국 정부는 일찍부터 건강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불평등에 대한 행동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건강격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전체에서 해결해나가기 위한 커뮤니티 정책부터 사회보장 정책까지 포함한 종합플랜이다. 건강격차는 사람의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사회문제로 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격차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소득과 교육수준, 고용형태, 지역 교류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의해 건강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 [사진 pixabay]

소득과 교육수준, 고용형태, 지역 교류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의해 건강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 [사진 pixabay]

 
WHO는 건강격차를 유발하는 소득, 지역, 고용, 가족구성 4가지 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해소하도록 각 국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식사와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소득과 교육수준, 고용형태, 지역 교류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의해 건강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빈곤한 독신고령자는 영양 불균형으로 골다공증에 걸린 사람이 많다. 독신고령자는 이웃과 교류가 적어 치매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고령자가 건강을 잃고 간병상태가 되면 간병시설과 간병인이 부족해지고, 간병재정의 손실부담은 커진다. 빈곤한 고령자는 돈이 부족해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아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
 
건강격차 연구로 유명한 치바대학의 곤도 카츠노리(近藤克則) 교수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도 검진을 받지 않는 고령자의 소득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연 소득 300만엔 이상의 고령자는 9.3%, 연소득 150만엔 미만의 13.3%가 검진을 받지 않았다. 소득이 높은 사람은 주로 대기시간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은 비용 때문에 검진을 받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고령자의 건강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연구사례가 있다. 1만4000명의 고령자를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연 소득 400만엔보다 낮을수록 간병위험과 사망률이 높아졌다. 2008년 일본의 대학과 국립연구소는 65세 이상 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고령자 2만8162명의 소득수준에 따른 사망률을 조사했다. 연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년간 사망한 남성 고령자 중에 고소득층은 11.2%였지만, 저소득층은 34.6%로 무려 3배가 많았다.
 
독신고령자는 이웃과 교류가 적어 치매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고령자가 건강을 잃고 간병상태가 되면 간병시설과 간병직원이 부족해지고, 간병재정의 손실부담은 커진다. [사진 pixabay]

독신고령자는 이웃과 교류가 적어 치매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고령자가 건강을 잃고 간병상태가 되면 간병시설과 간병직원이 부족해지고, 간병재정의 손실부담은 커진다. [사진 pixabay]

 
고령기에 나타나는 건강격차는 태어날 때와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생활습관과 생활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최고의 예방대책이다. 카가와현(香川県)은 인구 10만명당 당뇨병 환자가 전국에서 2번째로 많았다. 장기적인 예방대책으로 모든 지역의 초등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 검진을 시작했다.
 
이러한 조기 예방대책은 몇 가지 관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먼저 검진을 통해 건강위험이 있는 아동을 미리 찾아내 생활습관을 개선했다. 학교는 검진결과에 따라 아동과 그 부모에게 식생활과 운동을 조언했다. 건강 조언을 받으며 운동을 하고 야채가 많은 식생활로 건강상태가 좋아지는 가정이 늘어났다.
 
둘째, 건강위험 유무에 상관없이 건강검진을 계기로 학생들은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배웠다. 학교는 모든 아동과 부모를 불러 검진결과를 설명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익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대책은 재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검진비용은 들지만, 만약 당뇨병이 악화되어 발생하는 엄청난 의료비에 비하면 적은 비용이다. 의료진은 30년간 계속 검진하여 한 사람이라도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의료비가 절감된다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종사자는 생활에 여유가 없어 치료비를 아끼려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 비정규직의 건강문제는 자기책임을 넘어 고용제도의 문제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비정규직 종사자는 생활에 여유가 없어 치료비를 아끼려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 비정규직의 건강문제는 자기책임을 넘어 고용제도의 문제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고용형태도 건강격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있지만,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수준과 처우의 차이는 건강격차로 직결되고 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은 임금이 낮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오랜 시간 동안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생활에 여유가 없어 치료비를 아끼려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 건강이 더 악화되면 입원치료를 하느라 일자리를 잃고, 순식간에 생활보호자로 전락할 수 있다. 이렇게 비정규직은 건강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비정규직의 건강문제는 자기책임을 넘어 고용제도의 문제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14년 일본민주의료기관 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고용형태의 차이가 질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도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병망막증을 악화시키는 비율이 1.5배나 된다. 고용격차에 따라 생기는 소득격차는 비정규직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영국은 건강격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빵에 사용하는 식염량을 소비자가 모를 정도로 줄였다. 그 결과 2003년부터 8년간 저소득 계층에서 심질환과 뇌졸중의 사망자 수가 40% 줄었고, 약 2300억엔의 의료비를 절감했다.
 
식생활 개선만이 아니다. 아이치현에서는 고령자가 지역에서 교류할 수 있는 ‘휴식살롱’을 개설했다. 휴식살롱에 참여한 고령자의 장기요양 등급판정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핵가족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에서 지역사회 참여와 교류를 촉진하는 사회대책이 성과를 올린 사례다.
 
언뜻 생각하면 건강격차는 개인이 건강관리의 소홀로 발생한 자업자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관리에 소홀한 사람만 불이익을 받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건강격차를 방치하면 의료비와 간병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가의료재정을 심각하게 압박할 수 있다. 보험료 인상과 세금 증가로 국민 모두가 더 큰 부담을 떠 안게 되고, 최악의 경우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붕괴될 수도 있다.
 
건강격차는 이제 자기관리와 자기책임만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자기관리, 자기책임으로 해결한다는 뿌리 깊은 통념에서 벗어나 사회전체에서 원인을 찾고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격차 연구의 선구자인 마모트 교수는 “이대로 가면 일본의 장수국가는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마모트 교수는 세계에 자랑할만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한 일본에서도 건강격차의 확대를 크게 우려했다. 일본은 인구감소시대에 국민의 건강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사회는 장래 존립할 수 없다는 사고로 사회전체의 건강관리와 건강예방을 중시하는 고령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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