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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부터 오마이걸까지 품는 작사 비결 “그 사람처럼 말해야”

서지음 작사가는 ’낭만의 조각을 끌어모으는 것을 즐기는“ 낭만주의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지음 작사가는 ’낭만의 조각을 끌어모으는 것을 즐기는“ 낭만주의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좀처럼 흘려 들을 수 없는 노랫말이 있다. 이를테면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라고 외치는 엑소의 ‘으르렁’이나 “Ah Choo 널 보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라고 살랑대는 러블리즈의 ‘아츄’ 같은. 듣는 순간 귓가에 꽂혀서 입가에 맴도는 가사를 흥얼거리다 보면 종종 서지음(서정화ㆍ33)이라는 이름을 만나게 된다. 올 초 가온차트 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작사가상’을 받은 그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막론하고 현재 아이돌 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사가다.  
 

아이돌 전문 작사가 서지음 첫 에세이
『낭만이 나를 죽일 거예요』 발간
“한글 애착블럭처럼 갖고 노는 것 즐겨
가이드 잘 듣고 최대한 가깝게 표현해”

2013년 발표된 엑소의 ‘으르렁’. 가사와 딱 떨어지는 안무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2013년 발표된 엑소의 ‘으르렁’. 가사와 딱 떨어지는 안무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달 중순 출간된 첫 에세이 『낭만이 나를 죽일 거예요』(위즈덤하우스)는 그녀의 독특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비밀통로다. “물가에 가면 돌 줍는 것을 좋아하고(…)일상에서는 글씨 줍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가 평소에 어떻게 글감을 수집하고, 다듬어왔는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오지love도 있다”(‘5G럽’)나 “여기에 미아는 없는데 미어른은 천지다”(‘미(迷)어른’) 같은 토막글에서도 묘한 운율이 느껴진다. 아직 가사가 되지 않았을 뿐 언제고 멜로디를 만나 불려질 준비가 돼 있는 덕분이다.  
 

“항상 낚을 준비하며 낚싯대 드리워”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서지음 작사가는 “초등학생 때부터 동시 쓰는 걸 좋아했다”며 “본격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짧게 쓰되 발음을 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긴 글은 가사에 구겨 넣게 되더라고요. 짧게 써야 가사에 녹이기도 쉽고요. 평소 친구를 만나거나 TV를 볼 때도 어느 한 곳에는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있는 편이예요. 항상 낚을 준비를 해 놔야 새로운 낱말이 걸리니까요.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고요.”  
 
2018년 발표된 오마이걸의 ‘비밀정원’. 팀 이미지와 맞는 몽환적인 가사로 사랑받았다. [사진 MBC]

2018년 발표된 오마이걸의 ‘비밀정원’. 팀 이미지와 맞는 몽환적인 가사로 사랑받았다. [사진 MBC]

‘지각변동’과 오마이걸의 ‘다섯 번째 계절’처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전혀 공통점이 없는 글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자신만의 행성을 “네가 서 있는 현실과 동전 뒷면처럼 가까우면서 동시에 까마득하게 먼 너의 놀이터이자 도피처”라고 소개한 것처럼 그에게 가사는 “엉뚱한 상상이 모두 가능하고 동화 속 환상이 일상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오마이걸의 ‘유성’, 엑소의 ‘월광’, 효린&창모의 ‘블루 문’ 등 유독 몽환적인 노랫말이 많은 편이다.  
 
남다른 상상력이 그의 원천이긴 하지만 작사를 할 때는 ▶나는 누구인가 ▶듣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슨 상황에 있는가 등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완벽하게 그 사람이 되어 말할 수 있어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탓이다. 그는 “처음 작업하는 팀의 경우 그동안 발표한 노래나 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보기도 한다”며 “몬스타엑스처럼 랩 가사는 직접 쓰는 팀도 많기 때문에 멤버별 캐릭터도 파악해두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작사가는 곡에 숨 불어넣는 사람”

지난 25일 ‘가요대전’에서 몬스타엑스가 선보인 ‘엘리게이터’ 무대. [사진 SBS]

지난 25일 ‘가요대전’에서 몬스타엑스가 선보인 ‘엘리게이터’ 무대. [사진 SBS]

“조금 과대 포장해서 말하자면 작사가는 이미 완성된 곡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숨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죠. 대신 요구사항이 많아지면 거기에 함몰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곡 안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 가장 합이 잘 맞는 팀으로 ‘비밀정원’ ‘불꽃놀이’ 등을 함께 한 오마이걸을 꼽으며 “겉보기엔 부드럽지만 속은 단단한 친구들”이라며 “‘퀸덤’을 통해 더 많은 분이 이들의 진가를 알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2012년 하동균의 ‘가슴 한쪽’으로 시작해 170여곡을 작사한 그의 히트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각 기획사나 작곡가로부터 가이드 보컬이 녹음된 파일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답은 그 속에 다 숨겨져 있어요. 작곡가의 의도도, 곡의 컬러도 그 안에 있으니 그걸 잘 읽어내야 해요. 소녀시대 태티서의 ‘트윙클’이나 레드벨벳의 ‘덤덤’은 아예 그 부분에 그 단어가 들어가 있었어요. ‘으르렁’이나 ‘아츄’도 최대한 가이드 발음을 가깝게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잘 어울릴만한 단어를 찾았어요. 의미 없는 단어처럼 들리지만 거기서 힌트를 얻는 거죠.”
 
아이돌 전문 작사가답게 아이돌스러운 포즈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이돌 전문 작사가답게 아이돌스러운 포즈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는 한글을 ‘애착블럭’처럼 가지고 노는 걸 즐긴다고 했다. 음절을 하나씩 쪼개고, 뒤집고, 붙이다 보면 새로운 단어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과일바구니’라는 글에서 빨강ㆍ보라ㆍ파랑색으로쓰여진 ‘’를 예로 들었다. ”감사와 사과에는 일말의 자존심도 어설픈 포장도 보태거나 입히지 말자는 주의인데 두 단어 모두 ‘사’자가 들어가잖아요. 그럼 교집합은 두 가지 색깔이 더해졌을 때 나오는 보라색으로 보이는 거죠. 이상한가요. 하하.” 이야기하다가도이따금 멈출 때면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단어의 분열과 조합이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작사가로서 이루고 싶은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필명처럼 “꾸준히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부터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커피숍, 음식점 안 해본 게 없죠. 대학도 한 학기 밖에 안 다니고 그만뒀는데 음악이나 문학 전공자도 아닌 제가 실용음악학원 작사 과정을 듣다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죠. 시작한지 1년 만에 데모곡에 지원한 가사가 선정돼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기회를 얻게 됐으니까요. 매달 다르긴 하지만 일주일에 1~2곡은 쓰는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돌 작업을 많이 하긴 하지만 다른 장르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언젠가 이선희, 아이유 같은 분들과 작업할 기회도 오지 않을까요. 목소리만으로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려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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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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