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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아니라서…” 이런 원안위원들이 원전 폐쇄 결정했다

엄재식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재식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안위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무관하게 원자력 안전성만을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독립적인 규제행정기관입니다.”
 

회의록 곳곳 비전문가 실토 기록
위원장 복지, 사무처장 행정 전공
원자력 전공한 비상임위원 1명뿐
비전문가들이 사실상 거수기 역할
“원자력 안전 지켜낼 수 있나 의문”

지난 24일 월성원전 1호기 영구폐쇄를 결정한 뒤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이튿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내놓은 해명 자료의 제목이다. 그렇다면 과연 원안위원들은 원전의 안전성을 기술적으로 확인할 능력, 즉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까. 2011년 원안위 출범 이후 최근까지 역대 위원장별로 학력과 경력을 살펴봤다.
  
현재 원안위가 전문성 가장 떨어져
 
먼저 강창순 위원장(2011.10~2013.3)이 이끌었던 초대 원안위다. 강 위원장은 원자핵공학 박사이면서 전공 교수를 지냈다. 윤철호 상임 부위원장 역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비상임 위원 7명 중에는 원자력 전공자가 없지만 금속공학(곽재원·과학기술대기자), 재료공학(권동일), 건축학(윤명오·재난전문가), 방사선종양학(최은경), 대기화학(한화진) 등을 전공한 인사들이 포진했다.
 
이은철 위원장(2013.4~2016.4)이 이끈 2기는 이 위원장부터 원자핵공학 박사다. 김용환 부위원장은 기계공학 박사 출신이지만 과기부에서 원자력 업무를 주로 맡은 사실상의 전문가다. 비상임 위원 8명 중에도 원자력공학과 교수(임창생), KINS 교수(나성호), 기계공학부 교수(최재붕) 등이 포함됐다.
 
역대 원안위원 전공 분야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역대 원안위원 전공 분야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용환 위원장(2016.4~2017.12, 2기 부위원장)이 이끈 3기도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최종배 사무처장은 관료 출신이지만 핵공학 석사, 전기공학 박사 출신의 전문가다. 7명 비상임 위원 중에는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이재기), 원자력공학부 교수(김무환·손동성)가 전공자이고, 기계공학과 화학공학을 전공한 교수들도 들어 있다. 원안위의 전문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4기부터 바뀐다. 강정민 위원장(2018.2~2018.10)은 원자핵공학 석사와 시스템양자공학을 전공한 전문가지만 대표적 탈(脫)핵 인사였다. 엄재식 사무처장은 원안위 출범 때부터 경력을 쌓긴 했지만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7인의 비상임 위원 중 원자력 전공자가 3명 있지만 모두 지난 정부인 2016년에 취임한 인사들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현재의 원안위는 전문성이 가장 떨어진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엄재식 위원장과 행정학을 전공한 장보현 사무처장이 이끌고 있다. 비상임 위원 중 원자력 전공자는 이병령 위원 한 명뿐이다. 김호철 위원은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고, 김재영 위원은 의대 교수다. 장찬동 위원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진상현 위원은 환경·에너지정책을 전공한 행정학부 교수다. 이경우 위원은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한은미 위원은 지난 9월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전문적인 검토는 KINS에서 해서 위원회로 안건을 올리기 때문에 원안위원들이 모두 관련 전문성을 갖출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KINS의 결정에만 의존한다면 원안위의 역할이 사실상 필요없다는 뜻이 된다”며 “원안 위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원자력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역대 원안위 중 현재의 원안위가 가장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아기 싫어하는 사람이 보모 맡은 격”
 
이병령 위원은 “아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보모 일을 하라고 맡긴 격”이라며 “이들에게 원자력 안전을 맡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주의자들에게 원자력 안전을 맡긴 것이라는 얘기다. 이 위원은 원자력연구소에서 한국형원자로를 개발한 책임자이기도 하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

월성1호기 영구 폐로를 결정한 지난 24일 원안위 회의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그대로 감지된다. 월성1호기 영구정지에 찬성표를 던진 진상현(경북대 행정학과) 위원은 중앙일보에 “경제성은 한수원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고, 원안위에서는 안전성만 판단하면 된다”며 “어쨌든 이미 스톱된 원전이고 영구정지에 이르기까지 안정성에 별문제가 없어 찬성하게 됐다”고 답했다.
 
원자력 비전문가 위원의 문제는 5기 회의록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제가 전혀 전문가가 아니어서 궁금해지는 사항인 것 같기는 합니다” “저희 같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았을 때…”와 같은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법률로 보장하고 있는 원안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증거가 밝혀진다면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월성1호기 영구폐로를 결정하기 앞서 7일 전 회의를 소집할 때만 하더라도 월성1호기는 안건에 들어 있지 않았다. 이틀 뒤 원안위는 위원들에게 월성1호기 영구 폐로를 위한 운영변경허가안을 추가로 알렸지만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안위 규정상 회의 개최 5일 전까지는 안건을 추가로 송부할 수 있다”며 “월성 1호기 건은 위원장이 고심 끝에 추가로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병령 위원은 “현 정부 들어서는 원안위가 비전문가들로 채워져 사실상 탈원전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만약 이번 원안위 회의에 앞서 청와대나 총리실 등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월성1호기 안건을 올려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다면 이는 원안위의 독립성을 명백히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권유진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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