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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만 끓이는 '라끼남', 삼립만 먹는 '아간세'…뻔뻔해진 PPL

tvN과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방영 중인 ‘라끼남’. 농심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10부작으로 편성됐다. [사진 유튜브]

tvN과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방영 중인 ‘라끼남’. 농심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10부작으로 편성됐다. [사진 유튜브]

안성굴탕면ㆍ파채라면ㆍ파삼탕면….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라면 목록이다. 정식 출시된 제품은 아니지만 ‘라면 끼리는(끓이는) 남자’ 강호동이 tvN ‘라끼남’에서 선보인 레시피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고 있는 것. 2010년 KBS2 ‘1박2일’ 촬영 당시 앉은 자리에서 라면 여섯 봉지를 해치워 ‘육봉’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강호동이 굴ㆍ파채ㆍ삼겹살 등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라면 봉지를 뜯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평소 열 번 중 여섯 번은 안성탕면을 먹는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자연히 안성탕면을 집게 된다. 
 

유튜브-TV 경계 허물어지며 새 형식 등장
브랜드 언급은 물론 광고 모델 자원하기도
드라마도 PPL 적극 차용, 재미요소 거듭나
“5G 본격화 되면 미디어커머스 강화될 것”

이는 유튜브와 TV가 만나 탄생시킨 새로운 간접광고(PPL)의 영향이다. 6분간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은 간접광고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을 초과하지 않고,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ㆍ이용을 권유하지 않는 등 방송법을 준수한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올라오는 20분 남짓한 본편 영상에서는 해당 제품을 마음껏 홍보한다. 자동차 트렁크를 열면 안성탕면은 물론 농심 제품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을 정도다. 농심 관계자는 “나영석 PD 측에서 먼저 제안해 제작 협찬에 응하게 됐다”며 “안성탕면은 1983년 출시된 오래된 제품인데 젊은 층으로 소비자를 확대하고 소통할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에서 삼립호빵 티셔츠를 받아든 출연진. [사진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에서 삼립호빵 티셔츠를 받아든 출연진. [사진 tvN]

PPL에 참여한 삼립호빵의 정식 광고 모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진 tvN]

PPL에 참여한 삼립호빵의 정식 광고 모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진 tvN]

나영석 사단은 프로그램과 PPL의 경계를 허무는 데 앞장서 왔다. 2015년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선공개했던 ‘신서유기1’에서 처음 도입된 브랜드 이름 빨리 대기 게임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진화했다. 방송에 익숙한 멤버들은 처음에는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기 꺼렸지만 이내 게임에 적응해 광고주의 연락을 기다리는 상황에 이른 것. 2016년 ‘신서유기2’에서 진행한 브랜드 CM송 맞히기에서 삼익ㆍ삼미 등 온갖 오답을 쏟아낸 이들은 “삼립호빵에서 이걸 좋아할까, 안 좋아할까”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광고와 별개로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트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지난달 종영한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 역시 이 같은 마케팅의 연장선에 있다. 3년 만에 지난 게임 영상을 본 SPC삼립 측이 PPL을 하면서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린 것이다. 자발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수근과 은지원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도 이들을 적극 추천했고, 결국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현재 방영 중인 ‘신서유기7’에서도 이들이 호빵을 먹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SPC삼립 관계자는 “매년 겨울 전략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올해 출시된 ‘신서유기 호빵 3종’은 전년 신제품 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며 “특히 1020이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ㆍ온라인 채널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등장한 써브웨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생명력이 올라간다. [사진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등장한 써브웨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생명력이 올라간다. [사진 tvN]

예능 프로그램 PPL은 드라마보다 거부감이 낮다는 것도 강점이다.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부잣집 고등학생들이 대만 샌드위치 가게(홍루이젠)에 모여 생일파티를 하는 것처럼 억지설정을 하는 대신 “시청 흐름이 방해되지 않는”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 중 국정원 요원들의 비밀 기지를 치킨집(또봉이통닭)에 차린 SBS ‘배가본드’나 게임 유저가 샌드위치(써브웨이)와 음료수(토레타)를 먹으면 체력이 올라가는 tvN ‘알함브라의 궁전’처럼 독특한 설정으로 녹여내기도 했지만 과한 홍보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광고 효과보다 역효과가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현재 방영 중인 tvN ‘사랑의 불시착’까지 적극적으로 PPL을 진행하고 있는 써브웨이 측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사전 콘셉트 논의부터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JTBC ‘멜로가 체질’은 아예 드라마 제작진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치킨ㆍ맥주ㆍ안마의자 등 각종 PPL 활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도 했다. 당시 이병헌 PD는 “드라마 제작 환경 자체가 PPL이 없으면 안 돼서 우리 스타일대로 풀어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멜로가 체질’에서 화제를 모은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PPL. [사진 JTBC]

‘멜로가 체질’에서 화제를 모은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PPL. [사진 JTBC]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떻게 하면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것인지가 관건이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도 PPL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극의 흐름과 맞아떨어지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선택해서 시청하는 유튜브와 달리 TV 프로그램은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라끼남’이나 ‘멜로가 체질’처럼 장르에 관계없이 일단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면 몰입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단 얘기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정동훈 교수는 “초고속ㆍ초저지연ㆍ초연결을 특성으로 하는 5G 시대가 본격화되면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면서 제품을 구매하는 미디어커머스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지만 사용자 친화성을 높이고 있는 단계”라며 “스토리텔링 역시 기획 및 제작 단계부터 프로덕트 매니저 등이 참여해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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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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