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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영입1호 40대 장애인 최혜영 "휠체어서 낮은 데 볼것"

‘청년·여성·장애인.’
 
더불어민주당의 첫 선택은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망라한다. 민주당은 26일 21대 총선을 대비한 ‘1호 영입인사’로 최혜영(여·40)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신라대 무용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3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얻었다. 이 사고로 토슈즈(toe shoes·발레용 신발)를 벗고 휠체어에 타야 했지만,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장애인 사회 활동가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교수(강동대학교)가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교수(강동대학교)가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2009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한 최 교수는 현재까지 센터장을 맡아 장애인식개선 운동에 앞장서 왔다. 서울여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는 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했고, 이를 토대로 전국 공공기관·대학 등에서 강연하면서 직장·학교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 교수 자신도 휠체어에 앉은 채 뮤지컬과 광고 모델 등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의 활동은 지난해 ‘직장 내 장애인식 개선 교육 의무화’(장애인고용법 시행령)로 이어졌다. 이 시행령 도입으로 지난해 5월부터 1년에 1회, 1시간 이상 장애인식 개선교육을 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주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 교수는 국내에서 척수장애인으로는 최초로 2017년 재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정치를 하기에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저의 눈높이는 남들보다 늘 낮은 위치에 머문다. 국민을 대하는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어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박탈감과 분노감에 민주당을 지지하게 됐다. 민주당과 함께 저처럼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다”며 “현장에 가서 장애인분들의 말을 많이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교수(강동대학교)가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해찬 대표, 양향자 전 최고위원,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교수(강동대학교)가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해찬 대표, 양향자 전 최고위원,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다만, 최 교수는 최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 정쟁과 관련해서는 “저는 원래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지금 이뤄지는 정치 쪽은 잘 모른다. 앞으로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해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그리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 이런 부분들에 대해 앞으로 훨씬 더 각별하게 생각하면서 정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13일과 지난 22·23일 세 차례에 걸쳐 전직 차관 등 관료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인사들의 입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들을 ‘영입인사’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분들은 이미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입’이 아니다”라며 “다만, 서둘러 현장에서 뛸 수 있도록 당이 배려하는 차원에서 입당식을 연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2호 영입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희망·공정·미래 등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30·40세대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12월 초 영입인사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국회 일정으로 미뤄졌다. 민주당은 앞으로 매주 2~3차례씩 순차적으로 영입인사를 발표한다. 
 
최혜영 교수 기자회견문 전문
안녕하세요. 최혜영입니다.
 
저는 올해 마흔 살의, 척수장애가 있는 장애인입니다. 정치를 하기에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에게 정치를 한번 바꿔보라고 등을 떠밀어준 더불어민주당을 믿고, 감히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주목받는 생’을 살고 싶습니다. 저 역시 발레리나 시절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주목을 받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제가 아닌, 이 땅 모든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주목을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제 260만 명이 넘는 장애인의 눈물겹고 간절한 소망을 안고 그들과 함께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꿉니다.  
 
꿈 많던 열여섯 어린 시절부터 저는 무대를 날아오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벅찬 가난한 집안 딸이었지만 꿈마저 가난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자기 청춘을 생선 비린내와 맞바꾼 언니의 눈물겨운 뒷바라지 덕분에 꿈에 그리던 발레리나가 됐습니다. 기뻤습니다. 하지만 발레리나로 무대 위를 제대로 날아보기도 전에, 2003년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큰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 나이 스물다섯 살 때였습니다.  
 
춤은 고사하고 혼자 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꿈 많던 한 소녀의 삶은 그렇게 버거운 짐짝처럼 내팽개쳐졌습니다. 비참한 현실에 그대로 끌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이 되기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달렸습니다. 춤을 연습할 때보다 더 혹독하게, 더 나은 장애인이 되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몸을 뒤집고 혼자 일어나고 휠체어를 타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독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집에 있으면 어머니와 언니가 제 손과 발이 되었을 것입니다. 다시는 세상과 어울릴 수 없는 고립된 장애인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집을 얻고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어딜 가나 휠체어 앞에 놓인 고작 3센티 문턱이 3미터  거대 장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럴수록 더 절박하게 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더 활달하게 제 삶을 개척했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유명 이동통신사의 전화 상담원이 되고, 비장애인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갔습니다. 병에 걸려 아픈 몸이 부끄럽지 않듯 장애 역시 수치가 아닙니다. 저는 제 마음의 장애부터 고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장애인은 그저 살아가는 일상이 불편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정작 장애인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의 장벽과 차별 그리고 장애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었습니다. 장애를 비장애로 바꿀 수는 없지만,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알아야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학교에 들어가 장애인을 위한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석사가 되고 여성 척수장애인 국내 최초로 재활학 박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세상을 향해 휠체어 바퀴를 돌렸습니다. 장애인식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해하고 소통하면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을까요? 그 믿음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습니다. 뮤지컬 배우도 되고, 명강사 이름을 얻고, 대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장애를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교수도 됐습니다. 저는 꿈꿉니다.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불편으로 느끼지 않는 세상, 더불어 산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  
 
그 꿈을 안고 저는 정치에 도전합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저의 눈높이는 남들보다 늘 낮은 위치에 머뭅니다.  국민을 대하는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된다고 믿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멀리 함께 가고 싶습니다. 누가 제 휠체어를 밀어주실 분 계십니까? 저는 그분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절망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 있습니까? 저는 그분들 눈이 되겠습니다. 배려가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정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소통의 다리를 잇는 사랑의 작은 끈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 가는 나라, 서로 사랑하는 나라,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가 한 뼘쯤 커지는 나라, 그런 나라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 싶습니다. 부디 세상 낮은 곳에서 내미는 제 진심 어린 손을 잡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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