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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대신 타이즈만 입은채…한겨울 발레리나들의 투쟁법

발레리나들이 파업을 하면 어떻게 할까.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이 24일(현지시간) 모범 사례를 시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혁 반대에 발레리나들도 가세하고 나선 것. 이들의 집회 방식은 최루탄이나 화염병과는 거리가 멀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노동조합 소속 발레리나들은 이날 순백 튀튀에 토슈즈 차림으로 집회 현장에 섰다. 대표적 작품인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 작품을 시위대 앞에서 공연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영상 8~9도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튀튀와 타이즈만 입고 턴을 도는 이들의 동작엔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파리오페라 소속 오케스트라단도 옆에서 라이브 연주로 가세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각국 발레단에겐 쉴 틈 없이 바쁜 시기다. 크리스마스 단골 작품인 ‘호두까기 인형’부터 연말연시 공연이 줄을 잇는다. 파리오페라발레단도 마찬가지. 그러나 24~26일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예정 공연이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발레단 노조가 화려한 팔레 가르니에 극장이 아닌 시위 현장을 무대로 삼은 여파다.  
 
파리오페라 발레단 단원들이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파리오페라 발레단 단원들이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들이 연말 공연까지 마다하고 집회장을 찾은 이유는 연금에 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발레의 아버지’ 격인 루이14세가 설립한 왕립 발레학교를 모태로 한다. 발레를 왕권 확립의 도구로 삼았던 루이14세는 1698년 발레단 감독이 사망하자 유가족에게 특별 연금을 지급하도록 명했고, 이것이 현재 파리오페라 발레단 연금제도의 근간이 됐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은 42세가 되면 은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매달 최소 1068유로(약 138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무용수들이 10대부터 프로 댄서로 활동하며 육체 노동의 강도가 세다는 점을 참작했다. 프랑스의 현행 연금제도가 직종과 직능에 따라 42가지로 퇴직 연금을 세분화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파리오페라 발레단 단원들의 단체 사진. [파리오페라 발레단 홈페이지]

파리오페라 발레단 단원들의 단체 사진. [파리오페라 발레단 홈페이지]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단일 연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법적 정년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프랑스 노동조합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철도 노조 등을 중심으로 이달 초부터 대대적 파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더 오래 일하면서 연금은 더 적게 주려는 ‘개악’을 하려 한다는 게 노조들의 입장이다. 정년 연장을 바라는 한국의 정서와는 결이 다르다.  
 
파리오페라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발레리나 박세은. [박세은 제공]

파리오페라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발레리나 박세은. [박세은 제공]

 
파리오페라 발레단 노동조합도 단일 연금제 개혁에 반대한다. 발레단 노조의 알렉상드르 카르니아토 위원장은 AFP통신에 “무용수들은 10대 어린 나이부터 매일 같이 강도 높은 훈련과 연습을 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42세 은퇴 연령이 무용수들에겐 당연하며, 이번 연금 개혁은 이런 특성을 무시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발레 무용수들의 은퇴 연령은 실제로 30대 후반부터 40대가 많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한국 나이로 50세에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은퇴했을 때도 세월을 거슬러 평균보다 오래 무대에 섰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오네긴'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오네긴'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강경하다.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하나의 보편적인 연금 제도를 추진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마크롱 대통령 본인도 최근 약 연 3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퇴직 연금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연금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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