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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엔진 티코에 얹은 선거제" 유민봉 필리버스터 與도 경청

문희상 국회의장과 주승용 부의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피곤한 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과 주승용 부의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피곤한 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25일 자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국회’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23일 오후 10시께 시작해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25일 자정까지 정확히 50시간 만이다.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벌어진 ‘50시간 필리버스터’에는 여야 의원 총 15명이 토론자로 참여해 창과 방패의 대결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주호영ㆍ권성동ㆍ전희경ㆍ박대출ㆍ정유섭ㆍ유민봉ㆍ김태흠 의원(7명),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반대 토론자로 나서 선거제 개편안의 문제점을 공격하면, 더불어민주당 김종민ㆍ최인호ㆍ기동민ㆍ홍익표ㆍ강병원ㆍ김상희 의원(6명)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방어에 나서는 양상이었다.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임시국회에서 곧바로 표결에 부치도록 한 국회법에 따라 선거제 개편안은 26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처리 수순에 들어간다. 민주당이 26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해뒀지만 2박 3일 간 진행된 필리버스터로 누적된 국회의장단의 피로 등 물리적 상황을 감안해 27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시도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패스트트랙 법안마다 상정→필리버스터→표결처리 절차를 하나씩 밟아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체력 안배도 신경써야 한다”며 27일 본회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야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한국당이 제출한 탄핵소추안을 자동폐기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57분 본회의에 보고된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은 24~72시간 내 표결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는데 해당 시한이 26일 저녁 7시 57분까지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 공조가 확고한 상황에서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부결될 게 뻔하다”며 “그보다는 문 의장 물리적인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찬성ㆍ반대 토론을 위해 연단에 선 의원들의 연설 스타일은 면면이 다양했다. 저마다의 소신과 정치 철학을 풀어놓는 과정에서 상대 정당 의원들과 핏대를 세우며 고성을 주고받거나,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강연하듯 연설하는 스타일 등 각양각색이었다.

 

‘일전 불사형’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끝내고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끝내고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첫 타자로 나설 때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안건 순서를 변경해 선거제 개편안을 급히 상정한 직후여서 본회의장 분위기가 격앙돼 있던 상황이었다. 자연히 주 의원 발언도 처음엔 다소 격한 톤이었다. 주 의원은 공수처법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주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들며 “문 대통령에게 퇴임 후 수사 재판받는 트라우마가 있다”며 “공수처 만들어서 검찰을 꼼짝 못하게 잡아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법 개정 관련 무제한 토론에 나선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과 '비례한국당'의 위성정당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법 개정 관련 무제한 토론에 나선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과 '비례한국당'의 위성정당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네번째 주자로 나선 최인호 민주당 의원도 연설 도중 상대 정당 의원과 충돌하며 일순간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최 의원이 유통산업발전법안이 3년 넘게 처리되지 않는 이유를 문제삼는 과정에서 김승희 한국당 의원과 설전이 벌어졌고 언쟁이 계속되자 한선교 한국당 의원이 “할 말 없으면 들어가시라”고 했다. 최 의원이 “한번 해볼까요”라고 응수하자 한 의원이 “해봐. 어디 의원한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이 “반말하십니까? 저랑 친한 사이입니까?”라고 물으며 분위기가 고조됐다가 한 의원이 “들어가세요”라고 존댓말을 쓰면서 고성은 잦아들었다.

 

‘감성 호소형’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버스터 두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였다. 그는 한국당을 향해 ‘함께 바꾸자’는 취지로 호소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광화문 가서 데모만 하지 마시고 국회로 돌아오셔서 국회를 바꾸기 위해서 같이 머리를 맞대자”고 했다.
 
여당을 향한 야당 의원의 호소도 있었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이대로 가면 오히려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깨진다”며 “알바니아ㆍ레소토ㆍ베네수엘라처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번 하고 우리도 관둘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우리와 사정이 다른) 독일을 사례로 드니 내가 복장이 터진다”고도 했다.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반대 무제한 토론을 마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준비했던 서류를 들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반대 무제한 토론을 마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준비했던 서류를 들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100 빼기 1은 99인데 국민을 섬기는 우리 정치는 100 잘하다가 1을 못하면 0이 되는 직업이다. 민주당 의원들 실수하면 다 잃는다”면서 선거법 개정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조곤조곤 강연형’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동료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동료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유섭 의원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패 사례로 제시한 외국 사례에 대해서는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유민봉 한국당 의원이 준비 자료와 함께 조목조목 설명하듯 연설했다. 유 의원은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본회의장 전광판에 띄우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성공을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수의 충분한 확보, 중복입후보제 허용, 의원내각제 체제 등이라는 패키지 부품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직 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온 선거제 개편안은 독일 벤츠 엔진에 티코 바디(소형차 몸체)를 얹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45분 17초로 가장 짧은 연설이었지만 민주당에서조차 “오히려 가장 설득력 있는 발언이었다. 특강처럼 경청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유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사회를 보던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눈을 맞추며 “유민봉 의원님.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이제이(以夷制夷)형’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찬성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찬성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이이제이형 전법을 쓰는 이도 있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연설 도중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 얘기를 꺼냈다. 기 의원은 “한국당의, 보수의 상징이고 키워나가야 할 인재라고 생각하는데 그 분은 정치를 떠난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김 의원이 발표한 불출마 선언문 전문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한국당은 한마디로 버림받은 겁니다. 비호감 정도가 역대급 1위이고 감수성, 공감능력, 소통 능력이 없습니다. 세상이 바뀐 걸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한 김세연 의원 발표문을 읽은 뒤 기 의원은 “한국당은 수명을 다 했다”며 정치 개혁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 그게 왜 나와” 등 고성이 나왔다.  
 

‘반면교사 설파형’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결국 우리도 경험했지만 정당이 자기 소속의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으면 정당의 앞길은 험난하다는 것을 여러분 역사의 교훈에서 배우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 관련 법안들이 오히려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 발언이었다.

 

‘여성 의원 간 설전’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반대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반대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번째 토론 주자였던 전희경 한국당 의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를 주도한 정의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자 이어서 8번째 토론 주자로 나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곧바로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전 의원은 “지역구 열심히 뛰어서 선전한 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석도 가져올 수 없게 설계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정의당이 6석이다, 6석 정당이 대한민국 300석 국회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다음 주자로 나선 이정미 의원은 “이 사태 모든 책임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있다. 여기서 소리치지 말고 황 대표에게 가라”라며 ‘적장’을 직접 공격했다. 이 의원은 황 대표가 1.3m 가상 투표용지를 선보이며 선거제 개편시 정당이 셀 수 없이 늘어난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서 "20대 총선 때 정당이 21개 나왔는데 이게 100개까지 늘겠느냐. 정당 만드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에는 공약집을 읽는 의원도 있었는데 이번은 차이가 있다”며 “선거법 개정안을 국민이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알릴 수 있는 무대가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효성ㆍ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50시간 필리버스터 면면 살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50시간 필리버스터 면면 살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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