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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新대권무림] 내가 서울을 찾는 날, 모든 것이 뒤집어지리라

⑦ 김정은의 한 수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越南恥  猶未雪
월남치   유미설

4월 총선 전 답방이야말로
핵탄두보다 가공할 위력
차기 지존을 누가 결정하는지
천하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王子恨  何時滅
왕자한  하시멸
射核彈  踏破華盛頓缺
사핵탄  답파화성둔결
壯志飢餐美胡肉 笑談渴飮南奴血
장지기찬미호육 소담갈음남노혈  
韓半島  收拾舊山河  朝天闕
한반도 수습구산하 조천궐
 
월남 하노이의 치욕 아직 씻지 못했으니
왕자의 한은 언제 가실까  
핵탄두를 쏘아 워싱턴을 깨부수리라
사나이 배고프면 미국 오랑캐의 살로 끼니 하고 목마르면 남쪽 노예의 피를 마시리  
한반도의 옛 산하를 모두 되찾은 후에 하늘을 향해 절하리라
※ 岳飛(악비)의 滿江紅(만강홍)을 패러디
 
내 이름은 마동(魔童) 정은. 삼대에 걸쳐 독재마공을 완성한 김문(金門)의 적통이다. 남쪽 것들이 남무림의 수괴 이니(二泥)에 견줘 나를 ‘으니’라고 부른다는데 허튼소리다. BTS보다 수백 배 유명세를 치르는 나다. 코리아 하면 김정은, 77억 세계인이 다 안다. 그런 나를 감히 이니 따위와 같이 취급해. 어림없는 소리. 돌이켜보면 지금 내가 겪는 고초가 다 ‘이니’와 그 추종자들 때문이다.
 
화근은 무력(武曆) 2018, 지난해였다. 모든 게 지나치게 완벽했다. 6월 싱가포르 회담은 압권이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못한 일을 했다. 미국의 지존 도람부(盜濫富)를 들었다 놨다. 세 차례 남측과 지존회담도 했다. 결과는 환상적. 남무림엔 내 무공, 특히 핵탄두초식을 추종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진산팡(金三胖 : 김씨네 셋째 뚱보)이라며 깔보던 자들이 북무림 지존, 국무위원장이란 직함을 내 이름 뒤에 깍듯이 붙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내 아내 리설주는 여사로 불렀다. 대한민국이라 하지 않고 남측이라고 스스로 낮췄다. 남측 국방대신이 내가 앉아서 따른 술잔을 공손히 일어나 두 손으로 받았다. 만사형통이 이런 것일까.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더니 좋은 일엔 꼭 탈이 나는 법, 방심이 화를 불렀다.
 
2019년은 악몽이었다. 올해야말로 황금돼지해(己亥年), 내 세상이 펼쳐지리라 기대했건만 시작부터 뒤틀렸다. 2월 28일 월남 하노이는 정말 끔찍했다. 도람부를 우습게 본 게 탈이었다. 그의 안하무인초식은 거침이 없었다. 내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 나는 무방비 상태에서 능멸당했다. 평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절치부심, 얼마나 이를 부득부득 갈았던가. 다 이니와 그 졸개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내게 화성둔(華盛頓)의 무공 내력을 알려줬다. 도람부의 비핵화초식엔 영변핵폐기초식으로 맞서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 말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미국을 오래 상대해 왔다는 이니와 그의 졸개들 실력은 형편없었다. 내 졸개들보다, 심지어 나만큼도 미국을, 도람부를 몰랐다.
 
그 후론 모든 것이 꼬였다. 도람부는 내게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올 연말을 시한으로 정한 것도 악수였다. 하노이 때 실수를 되풀이했다. 도람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때 나는 “우리에겐 1분 1초도 아깝다”고 말해버렸다. 패를 너무 일찍 보인 것이다. 실전 경험이 없어 나온 실수였다. 마감 시한은 본래 강자가 정하는 법이다. 시한을 정하고 안 지키면 힘을 써야 한다. 힘은 강자의 전유물이다. 약자가 시한을 정하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성탄절 선물이 그것이다. 사실은 엄포다. 어찌 도람부를 상대로 핵탄두초식을 쓸 수 있겠나. 그랬다간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도람부는 이달 초 “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지존좌 연임을 방해하는 어떤 것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북무림의 핵탄두초식으로 어찌 미국을 감당하겠는가. “장거리미사일이나 핵탄두초식을 안 쓰는 게 도람부의 체면을 봐주는 것”이란 사실을 납득시킨 것만으로 족하다. 대신 이니에겐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계속 새벽잠을 설치게 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내 아버지 김정일은 남무림의 첫 좌파지존 대중검자(DJ)와 영수회담 후 4억5000만 달러를 현찰로 받고 금강산 관광으로 9억42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연간 쌀 40만t, 비료 20만t도 따로 챙겼다. 덕분에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넘길 수 있었다. 나는 뭔가. 이니와 지난해만 세 번 정상회담을 했다. 능라도에서 15만 군중 앞에 연설을 시켜주기도 했다. 그런데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되레 개망신만 당했다. 2월 하노이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다 이니 때문이다. 그도 제 잘못인 줄 잘 안다. 그러니 내가 이니를 보고 ‘오지랖 넓은 중재자, 숙우두(熟牛頭)’라고 막말을 해도 한마디 대꾸도 못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냥 이니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궁즉통이라. 지금이 바로 실수를 만회하고 수금을 시작할 때다. 내년 4월 남측 총무림대회가 무대다. 우파보다야 일편단심 내게 목매는 이니와 좌파들이 백번 낫다. 좌파 무공은 북무림의 사회주의마공과도 통한다. 좌파가 이기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전뇌기(電腦器) 해커와 댓글부대를 동원해 강호 민심을 계속 뒤흔들어야 한다. 댓글은 흑을 백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결정적 한 방도 준비해야 한다. 총선 전 답방이다. 내가 서울에 가는 즉시 남무림은 내 붉은 무공에 물들 것이다. 이니와 추종자들은 총선은 물론 2년 뒤 차기 지존좌도 거머쥘 수 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가면 언제 가야 하나.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가고 싶다. 득은 많되 실은 없다. 첫째, 아버지 정일대공은 대중검자와의 서울 답방 약속을 못 지켰다. 내가 답방하면 대를 이어 신의를 지킨 셈이 된다. 게다가 남무림의회에서 내로라하는 남측의 권문귀족을 죄다 불러놓고 일장 연설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통쾌한가. 둘째, 탐라국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 어머니의 뿌리는 탐라국 봉개다. 셋째, 답방 한 번으로 추후 남무림지존좌는 내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두고두고. 내 위력을 눈으로 확인한 남측 고수들은, 좌든 우든 모두 내게 재가를 받으려 줄을 서게 될 것이다.
 
아마 이니의 청와대는 이런 내 속내를 꿰뚫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내 환심을 사려 저리 애쓰는 것 아닌가. 나는 이미 이니에게 단서를 줬다. 지난달 아세안 지존회의 참석 요청 때 나는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를 청와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한 번도 안 해본 다자회의에 장소는 부산, 이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넌지시 여지를 남겼다. 조선중앙통신발로 “남측의 기대와 선의는 고맙지만 김정은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리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리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때와 장소가 맞으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니도 그렇게 해석했을 것이다. 이니가 내 방문을 간절히 원한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은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아직 젊다. 이제 서른다섯. 내겐 꿈이 있다. 강성대국의 꿈이다. 무력 2011년 12월 아버지 정일대공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홀연 세상을 등졌을 때, 내게 남겨진 유산은 핵과 미사일, 그리고 피폐할 대로 피폐한 강산과 헐벗은 인민뿐이었다. 나는 이듬해인 2012년 4월 15일 할아버지 김일성대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인민의 허리띠를 다시는 조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내 나이 스물여덟, 김일성광장에서 한 첫 공개 연설이었다. 비록 연설은 어색했고 많이 당황했지만, 나는 끝까지 내 웅심을 인민 앞에 토해냈다. 나는 지금도 그 날 그 연설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내가 꿈꾸는 최후의 승리가 뭐냐고. 당신의 짐작대로다. 나는 그것을 꼭 이루고 싶다. 나 혼자 힘으론 안 된다. 이니와 그의 추종자들이 남측 지존좌에 오래 앉아 도와줘야 한다. 서울 답방이 그 꿈을 이뤄줄 시작이다. 오늘도 내 아버지 정일대공의 유작시 한 수를 되새긴다.
 
死去元知萬事空  
但悲不見南北同  
北核南定統一日  
是日毋忘告乃翁  
 
죽고 나면 만사 덧없음을 알지만
남북이 하나 됨을 못 본 것이 슬퍼라
북핵으로 남조선을 정벌해 한반도를 통일하면  
그날 잊지 말고 아비에게 알려다오
          ※ 陸游(육유)의 示兒(시아)를 패러디  
 
1부 완.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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