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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산재 사망 1위 ‘주범’ 중소형 건설현장 사각지대 없애야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특임교수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특임교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의 1주기(10일)가 지났다. 사고 이후 특별조사위원회가 22개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971명, 여전히 하루 3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 1위다. 산재 사망자와 국내총생산(GDP)을 곱해 얻는 ‘소득반영 산재 사망률’을 보면 2위인 캐나다의 3배, 13위인 영국의 26.3배다.
 

건축주 직영 공사제도 폐지하고
공공부문이 시공 감리 맡아야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자살 30%, 교통사고와 산재 사망을 각각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 자살은 전년보다 9.7% 증가했다. 반면 2019년 교통사고는 9.2% 감소했다. 처벌 강화 효과 때문인지 음주운전 사망자는 29.5%나 줄었다고 한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 출근 시간대 대리운전 건수가 11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산재 사망은 7.6% 감소했지만, 전체 사망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에서는 2.6% 감소에 그쳤다. 건설 사망의 62%는 여전히 추락 사망이다. 수많은 대책과 점검, 일체형 비계 의무제 등 각종 노력에 비하면 초라한 감소 수치다. 왜 이럴까. 규제와 처벌이 먹히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건설사고 사망자는 485명, 이중 공사비 120억원 이하 현장 사고가 74.3%, 20억원 이하가 53.8%다. 기껏해야 2~4층인 연면적 1000㎡ 남짓 중소형 건축물 현장에서 전체의 반 이상이 죽는다는 얘기다. 여기는 익명의 공간, 치외법권 지대다. 661㎡ 이하 주거용 건축물은 건축주 직영공사가 가능하다.
 
즉, 안전 책임자가 익명의 목수라는 얘기다. 지난해 200㎡로 요건을 강화하니 건설업 면허 대여가 외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행정기관의 단속도 드물고 적발되더라도 연 200건 이상 대여해 10억원을 번 사람이 벌금 2000만원 내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가 나도 책임자가 차명이니 평소 예방은 언감생심이다.
 
사고는 비용에 반비례한다. 적발 확률과 벌금이 오르면 음주운전 감행이 줄어드는 이치다. 그간 현장소장 구속, 공공사업 입찰제한 등의 징벌로 공공공사와 대형업체 현장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망률 1위의 주범인 중소형 민간 건축물에는 책임과 처벌의 대상 자체가 없다. 이 또한 역대 정부가 파놓은 자기 함정이다.
 
유독 한국의 건설산업이 비공식부문에 의존적인 것은 개발시대 저가·대량공급 필요성 때문이었다. 대형 건설사는 하청 고리로 효율을 극대화했고 중소형에서는 익명성으로 안전비용을 아꼈다. 한번 자리 잡은 고약한 산업생태계의 관성 때문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나라에서 하루 한 명이 떨어져 죽고 사흘에 한 명이 끼어 죽는다.
 
이제 중소형 건축물 안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건설의 실명화, 감리의 전면 공영화, 전문직의 신용 기반화가 답이다.  
 
건축주 직영 공사제를 폐지하고 모든 공사의 책임자를 실명화해야 한다. 소형건설업 면허제나 건축사 위탁 공사관리제라도 도입해야 한다.
 
외국처럼 시공의 모든 과정을 공공이 감리를 맡아야 한다. 이미 법제화돼 있음에도 예산 탓에 멈춰있는 ‘지역건축 안전센터’를 가동하면 공무원 수는 늘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믿고 맡기되 위반하면 엄벌하는 신용 기반형으로 가야 한다. 선진국에서 건축물의 성능과 안전은 국가가 아닌 전문가의 책임이다. 대신 독일은 부실 설계와 감리가 드러난 건축사나 기술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내쫓는다.  
 
미국은 비싼 보험할증으로 부실 전문가를 추방한다. 국가의 규제와 처벌이 아니라 시민 상호 간 감시와 배상 때문에 규칙을 지켜야 ‘어른 된 세상’이다. 그게 선진국이다.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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