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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장으로 전락한 ‘초현실 국회’

초현실 국회-. 지금의 대한민국 국회를 이보다 정확히 표현할 어휘를 찾기 힘들다. 지난 23일 밤 시작돼 어제까지 이어진 ‘필리버스터 국회’는 입법부의 품위는커녕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망각한, 저질 막장 드라마와 다름없었다. 선거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의사 진행을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신청하자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2~3일씩으로 잘게 쪼갠 뒤 잇따라 국회를 여는 꼼수를 동원했다. 한번 필리버스터를 행사한 안건은 그다음 국회에서 자동 표결하도록 한 국회법을 변칙 적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의안과 문 앞에 당직자를 배치해 ‘쪼개기 국회 회기’ 안건을 올리는 치열한 눈치작전까지 펼쳤다. 코미디에나 나올 법한 기상천외 한 발상이다.
 

‘비례한국당’ 나오면 연동형 하나마나
선거법 강행 처리는 나쁜 선례 될 것

텅텅 비다시피한 본회의장은 비아냥 섞인 욕설과 고함으로 얼룩졌다. 토론 도중 화장실을 가네 마네 하는 질 낮은 공방과 자리를 뜨지 않기 위해 기저귀를 착용했다는 야당 의원이 부각되는 마당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 야당 의원으로부터 “졸지 마세요. 나잇값을 하나, 자릿값을 하나…”라는 ‘훈계’를 듣는 지경에 처했다. 예의와 질서가 무시된 ‘웃픈’ 현실,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여야가 이렇게 으르릉대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선거법은 누더기다. 당초 선거법 협상은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시작됐다. 표의 등가성을 높여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을 육성해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정치를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위성 정당인 ‘비례한국당’ 창당이라는 꼼수로 대응하면서 여권의 구상이 헝클어지고 있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례한국당’을 성토하는 말싸움으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비례 민주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군소 정당들이 반발하면서 판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만약 민주당도 위성 정당을 만들게 되면 기껏 연동형이라는걸 도입해 놓고 민주-한국의 양 거대 정당이 의석 대부분을 나눠먹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크다. 도대체 이러려고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누더기 선거법을 만들었는가.
 
선거법의 역설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애당초 한국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삼기보다 의석 한 석이 아쉬운 군소정당을 들러리 세워 이른바 ‘4+1(민주·바른미래·민평·정의·대안신당)협의체’를 만드는 꼼수를 뒀다.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수적 우세를 앞세워 게임의 룰마저 일방 처리하려는 정치공학적 노림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꼼수와 편법이 뒤죽박죽 뒤섞여 명분마저 사라진 누더기 선거법이 이대로 처리된다면 우리 헌정사엔 최악의 나쁜 선례를 남길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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