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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타다금지법…정부·민주당의 짬짜미 ‘청부입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23일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종합부동산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을 담았다. 원칙대로 하자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세부담이 급증하는 만큼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면서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규제심사·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안 통과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내년 6월 1일(종부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입법을 마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에 법안 처리 속도가 빠른 ‘의원입법’을 활용한 것이다.
  

정부 입맛 맞는 정책 밀어붙이려
절차 복잡하고 긴 정부입법 대신
규제심사 등 없는 의원입법 의존
“사전 영향 평가 등 통제장치 필요”

공론화·필터링 안 거쳐 향후 갈등 소지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부터)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당정협의에서 건설 경기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부터)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당정협의에서 건설 경기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부발(發) ‘청부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만든 법안을 국회의원에게 청탁해 의원 이름으로 제출하는 관행을 의미한다. 사회적 갈등이 크거나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는 이슈가 주를 이룬다. 정부의 정책방향을 달성하기 위해 ‘견제장치’가 없는 청부입법을 남발할 경우 졸속 법안과 날림 규제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 협의에서 시작해 당정협의·입법예고·공청회 등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 여러 단계의 필터링 절차를 거친다. 반면 의원입법은 10인 이상 의원의 찬성으로 발의되고 국회 내 법제실 검토와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만으로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정부입법은 ‘예산비용 추계서’와 ‘재원조달 방안’ 제출이 의무지만 의원입법에는 재원조달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상임위에서 의결하면 공청회도 생략할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일한 내용이라도 의원입법 형식을 취하면 당초 정부 취지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의원입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잦다”며 “의원들은 의원입법 실적을 선전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의원입법은 사실상 필터링 절차가 없다 보니 각종 포퓰리즘 법안을 상정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택시업계와 갈등하며 논란을 빚는 ‘타다’. 개정안 통과시 타다 운전자는 택시 면허를 빌리거나 사지 않는 한 영업이 어려워진다. [연합뉴스]

정부·택시업계와 갈등하며 논란을 빚는 ‘타다’. 개정안 통과시 타다 운전자는 택시 면허를 빌리거나 사지 않는 한 영업이 어려워진다. [연합뉴스]

‘속전속결’로 처리하면서 의견수렴이 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도 한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한 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플랫폼운송사업자가 운송업을 할 경우 차량을 확보하고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타다’의 경우 영업을 이어가려면 택시 면허를 빌리거나 사야 한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안을 구체화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존 산업과 혁신산업이 같이 상생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객운송플랫폼 업계뿐 아니라 “택시업계 눈치 보느라 여성의 안전귀가에 손 놓은 셈”(여성안전지킴이연대), “택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인가”(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다양한 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9개 단체가 최근 개최한 ‘산업발전포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발의 건수는 급증세다. 15대 1951건에서 20대 2만4353건(23일 기준)으로 12.5배 늘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과다 입법은 의원을 통한 청부입법이 정부 부처 내 만연해 있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며 “이는 과잉규제, 하위법령 제정의 어려움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청부입법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부 입법이 활성화되도록 국무조정실 등의 조정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 입법’ 형태로 진행되는 주요 정부 정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의원 입법’ 형태로 진행되는 주요 정부 정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포퓰리즘 법안, 날림규제 양산 우려”
 
재계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에 대한 월 2회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홍익표 민주당 의원),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기업의 지급 능력’을 제외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신창현 민주당 의원),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김병욱 민주당 의원), 기술유용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입증 책임을 대기업이 지게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권칠승 민주당 의원) 등이 정부가 의원입법의 형태를 빌려 추진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의원 입법 발의 건수는 급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의원 입법 발의 건수는 급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회의 힘이 정부를 넘어선 한국의 정치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뜨거운 감자’가 된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과 야당의 반대를 거치다 보면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라며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 간의 업무 연계를 통해 정부 철학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막고, 정제되지 않은 입법으로 불합리한 규제가 나타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국민의 희생과 부담을 부과하는 청부입법에 대해서는 사전 영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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