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태안 몰디브' 득템했다…드론 띄워 3억원 벌어준 공무원

‘드론 공무원’.

 
지현규(52) 태안군청 기획감사실 주무관의 별명이다. 그가 나고 자란 태안 곳곳을 누비며 찍은 드론 영상은 내년부터 군청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을 통해 태안을 소개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그는 취미인 드론을 날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고선명(UHD) 홍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화제가 됐다. 애지중지하는 ‘드로니(애칭)’로부터 주인인 지 주무관의 얘기를 들어봤다.

 

드론 흠뻑 빠져 ‘재입사’

'드론 공무원'으로 유명한 지현규 태안군청 주무관이 촬영에 나가기 앞서 배 위에서 '드로니(드론 애칭)'와 포즈를 취했다. [태안군청]

'드론 공무원'으로 유명한 지현규 태안군청 주무관이 촬영에 나가기 앞서 배 위에서 '드로니(드론 애칭)'와 포즈를 취했다. [태안군청]

주인님은 원래 2004년부터 군청에서 운전직 공무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TV에서 우연히 본 드론 다큐멘터리가 정신을 쏙 빼놨죠. 이후 취미로 즐기면서 ‘드론으로 내 고향을 홍보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답니다. 혹시 몰라 드론 조종 자격증까지 땄죠. 마침 2017년 태안을 알리는 일을 하는 지방전문경력관 채용 공고가 났습니다. 주인님은 면접장에서 “취미인 드론으로 고향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남기고 싶다”고 했답니다. ‘드론 공무원’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20㎏ ‘강제 다이어트’

지현규 태안군청 주무관이 배 위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태안군청]

지현규 태안군청 주무관이 배 위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태안군청]

본격적으로 드론 촬영에 뛰어든 건 올 초부터입니다. 저를 다루는 건 생각보다 우아하지 않습니다. 태안은 섬이 114개, 해안선만 559㎞에 달합니다. 주로 해가 쨍쨍할 때 배 위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멀미는 기본, 내리쬐는 햇볕을 피할 곳도 없죠. ‘천하절경’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물때와 날씨ㆍ바람ㆍ일출ㆍ일몰 등 조건을 완벽하게 맞추려고 한 장소에 5~6차례씩 들르는 건 다반사입니다.

 
배터리를 충전해 한 번에 실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안팎. 주인님은 배터리를 7개씩 들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업무용 차에 대용량 인버터를 달아 충전을 반복했습니다. 올여름 104㎏였던 주인님 몸무게가 겨울에 84㎏까지 쏙 빠졌다니, 제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장안사퇴 ‘득템’하다  

저 사실 죽을 뻔했습니다. 욕심 많은 주인님이 자초한 면도 있죠. 생동감 있는 장면을 찍겠다며 ‘근접비행’을 많이 요구하셨거든요. 갈매기나 나무, 돌부리에 부딪힌 적도 많았습니다. 한 번은 산 중턱에 떨어진 저를 찾으러 주인님이 한 시간 동안 헐레벌떡 뛰어오셨더라고요. 그런데 저를 집어 들더니 하는 말.

“배터리 꺼지면 위치를 파악할 수도 없고, 촬영한 자료 다 잃을 뻔했네!”

 
주인님은 사비를 들여 주말에 배를 타고 나갈 때가 많았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성과도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대조기(바닷물이 크게 빠질 때) 때만 나타나는 거대 모래섬 ‘장안 사퇴(砂堆)’ 장관을 찍었거든요. 학암포로부터 3㎞, 낚싯배로 20분을 나가자 바다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길이 35㎞, 폭 4㎞, 높이 최대 35m 규모 모래섬…. 산전수전 다 겪은 저도 처음 보는 장관이었습니다. ‘태안의 몰디브’로 불리며 포털 실시간 검색어로도 등장했죠.

 

“복지부동 제일 싫다”

주인님은 ‘드로니 일기’를 써내려 왔습니다. 1년여 동안 97곳에서 드론을 484번 띄웠다네요. 88시간 동안 1955㎞ 비행하며 찍은 사진만 4668장, 동영상은 26시간 분량이랍니다. 보통 드론은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의 ‘조미료’ 역할을 할 때가 대부분인데 주인님은 오로지 드론으로만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군청에선 “외주 제작을 맡겨도 볼 수 없는 고품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예산을 1억원 이상 절감했다. 홍보 효과까지 더하면 3억원 이상 기여했다”고 합니다.

 
자랑 하나 할까요. 최근 충남 미디어 영상 공모전에 제가 찍은 ‘하늘에서 본 태안 장안사퇴’를 출품해 수상했습니다. 상금 100만원은 불우이웃에 기부했죠. 10~27일 군청 1층 로비에서 그동안 촬영한 작품 50점, 15분 분량 영상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수동적이란 말, 복지 부동하다는 편견이 제일 싫다”는 지.현.규. 주무관을 주인님으로 둬서 자랑스럽습니다.

김기환의 나공
[나공]은 “나는 공무원이다”의 준말입니다. 세종시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세금 아깝지 않게 뛰는 공무원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헌신하는 이들의 고충과 애환, 보람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관련기사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