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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기 국회 강행…한국당 속수무책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의장석 왼쪽부터 이주영 국회부의장, 문 의장,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의장석 왼쪽부터 이주영 국회부의장, 문 의장,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헌법교과서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했다. 의회민주주의가 다 깨졌다. 부끄럽지 않냐. 당은 다르지만 존경했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의원에게 실망했다. 앞으로 길 가다 보면 인사할까 말까 고민할 그런 정도가 돼버렸다.”
 

문희상, 임시국회 내일까지로 결정
2~3일 연쇄 국회로 법 처리 전략
한국당, 필리버스터 저항 돌입
문희상에 “아들 공천 대가” 비판

23일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타다. 그는 이날 오후 9시55분부터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인 범여(汎與)가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에 돌입하면서 선거법이 오르자 첫 주자로 나섰다. 2016년 2월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한 지 3년 10개월 만이자,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두 번째다.
 
이날 국회에선 그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범여의 강행처리 드라이브를 문희상 국회의장이 거들면서다. 문 의장은 ‘12월 25일까지 개의’를 요구한 민주당 제안을 언급하며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 불가” 방침을 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대상이라고 맞섰으나 문 의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20여 분 만에 회기 결정의 건을 표결했고, 이번 국회의 회기가 25일까지로 정해졌다. 범여가 단기간 임시국회를 연속적으로 열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쪼개기 국회’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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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문 의장은 필리버스터가 허용되지 않는 예산부수법안 22건을 먼저 표결하려고 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검찰 관련 법안, 유치원 3법을 맨 마지막에 상정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안건 당 수정안을 30여 건씩 제출해 시간을 버는 지연 작전을 폈다. 수정안부터 표결하는 걸 염두에 둔 방법이다. 문 의장은 한국당의 거센 항의에도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불허했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마다 전산 등록에 5~10분씩이 소요됐다. 3개 안건(회기 결정안, 증권거래세법 개정안, 자유무역협정 특례법 개정안)이 이런 식으로 통과됐다.
 
그러다 문 의장이 “의사일정 변경 표결”을 선언했다. 범여 의원들의 찬성으로 27번 안건이었던 선거법이 돌연 네 번째가 됐다. 예산부수법안은 2개 통과에 그쳤다. 한국당에서 “아들 공천 주자고 이렇게 한다! 당신은 역사의 죄인!”(전희경 의원)이라는 외침이 나왔다. 이후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필리버스터로 선거법은 이번 국회에선 처리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26일부터 가능해진 임시국회에서 표결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식으로 임시국회를 연속으로 몇 차례 열면 다른 패스트트랙 안건도 처리할 수 있다. 문 의장의 조력으로 범여가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한 셈이다.
 
문 의장과 민주당은 당초 이날 오후 3시 본회의 개의를 추진했다. 손학규(바른미래당)·심상정(정의당)·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와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이날 오전 공동 명의 합의문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석패율제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며 “오늘 중으로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과 예산부수법안, 민생 법안을 일괄 상정해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한 게 신호탄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본회의 지연작전에 집중한 한국당은 당분간 ‘필리버스터 지연작전’을 계속할 방침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선거법과 공수처법 목표는 좌파 독재”라고 강경 투쟁을 시사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공수처는 한국당 게슈타포며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는 위헌”이라면서 “2대 악법 날치기 통과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손국희·윤정민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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