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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년을 이어 온 개 공포증, 이제는 내려놓아도 될까요

기자
홍미옥 사진 홍미옥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42)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유명한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했다는 말이다. 온갖 곳에 인용되니 감히 명언이라고 해도 이상치 않을 터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웬 나비며 벌이냐고? 아 글쎄 커다란 똥개가 마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콱!
 

무려 오십년이나 날 따라다닌 개 공포증은 사라질까?

이젠 사람에게 품과 손을 내어주는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견 레오 / 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사용. [그림 홍미옥]

이젠 사람에게 품과 손을 내어주는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견 레오 / 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사용. [그림 홍미옥]

 
대여섯 살 즈음이었나보다. 딱히 놀아줄 또래도 없던 뒷집엔 왜 놀러 갔을까? 한참이나 위인 그 집 중학생 언니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마도 나무 평상에서 공깃돌 놀이를 했던 거 같다. 그때 갑자기 날아오른 그것! 바로 뒷집 누렁이다. 어찌나 빨랐던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내 팔뚝 한가운데엔 누렁이의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아픈 줄도 몰랐었다. 숙제는 안 하고 놀러 다니다가 이 꼴을 당했냐며 어른들께 혼날 일만 걱정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개 공포증 역사는 무려 오십여 년이 된 셈이다. 하교 후 집 앞 골목에 버티고(?) 서 있는 백구 녀석, 날 노린 건 아니지만 난 두어 시간을 길가에서 오도 가도 못했던 적도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달라질 건 없었다. 엘리베이터나 산책길에서 개들을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얼음이 되어버리곤 한다. 커다란 어른이 조그만 강아지를 무서워한다며 눈총받는 일은 다반사였다. 다행히 요즘엔 목줄을 하지 않은 개들은 거의 안 보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 내게 언제부턴가 아들 녀석이 자꾸만 개 사진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더불어 '개'라고 하면 핀잔을 듣기 일쑤다. 무조건 '강아지'라고 불러 달란다. 아니! 개를 개라고 못 부르는 세상이라니 참나.
 
허구한 날 아들이 보여주는 사진은 여친이 키우는 털이 복슬한 흰 강아지(이제부턴 강아지다)였다. 아니, 이 녀석이! 마누라가 고우면 처가 말뚝에도 절을 한다더니. 난 농담조로 핀잔을 주며 사진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음, 그 옛날 날 콱 물던 그 누렁이하곤 느낌이 다르군.
 
자꾸 보면 예쁘다던가?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진짜 그런가 보다. 난 어느샌가 강아지 사진을 보며 웃고 있었다. 심지어 강아지 안부를 물어보기까지….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그래도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난 기어코 한마디 한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이런 말은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 나의 50년 개 공포증은 사진 몇장으로도 이미 무너져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주위엔 반려견으로 위로받고 치유 받는 사람들이 꽤 있다.
 
20년 된 강아지 엄마들 모임, 이제는 엄마들만 남았지만 추억은 현재 진행 중!
20여년 전 강아지를 키우던 동네 엄마들의 일명 '강쥐모임' 세월이 흘러 지금은 주인들만 남았다. [사진 김혜원]

20여년 전 강아지를 키우던 동네 엄마들의 일명 '강쥐모임' 세월이 흘러 지금은 주인들만 남았다. [사진 김혜원]

가족처럼 기대고 의지하는 반려견과의 생활은 이제 흔한 현상이 된 듯하다. [사진 김혜원]

가족처럼 기대고 의지하는 반려견과의 생활은 이제 흔한 현상이 된 듯하다. [사진 김혜원]

 
친구는 뭉치엄마로 불렸다. 두말할 것 없이 반려견 이름이 뭉치다. 어릴 적부터 나와 다르게 개. 고양이를 유독 좋아하던 친구였다.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키우는 동네 엄마들과 모임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일명 강쥐모임은 이십여 년을 이어 오고 있단다. 반려견으로 맺어진 모임이지만 정으로 더 끈끈해진 사람들이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 강아지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품에 있던 강아지들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강아지와 사람의 시간은 함께 갈 수 없다는 것도 알았지만 상실감은 크기만 했다. 세월의 더께만큼 모든 게 희미해져 가지만 반려견과 함께했던 추억만큼은 갈수록 선명해진다고 한다. 그들에게 품과 손길을 내어준 강아지들은 이제 없다. 하지만 가족처럼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추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품과 손을 내어준 반려견, 그림으로 기억하는 사람들

함께 모바일그림을 그리는 모임이 있다. 그림모임이니 당연히 풍경이나 정물 혹은 인물화를 많이 그리는 편이다. 그런데 요샌 부쩍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랑하는 강아지, 혹은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견을 정성껏 그린다. 다소 어설퍼도 상관하지 않는다. 펜 끝에 사랑이라는 마음이 듬뿍 담아내면 그만이다.
 
곧 떠날 노견에 대한 안타까움, 내게 와 줘서 고맙고 고마운 마음 등 반려견을 그리는 그들의 눈과 가슴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애정을 듬뿍 담아 모바일로 그린 반려견 그림 몇 점을 소개한다. 비록 남의 강아지라도 반려견 그리기에 동참했으니 나의 개 공포증은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할까?
 
(좌)초롱이. (우)달이. [그림 백상준, 신기영]

(좌)초롱이. (우)달이. [그림 백상준, 신기영]

(좌) 판, (우) 도도. [그림 이서현, 김현정]

(좌) 판, (우) 도도. [그림 이서현, 김현정]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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