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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교사가 “너 일베냐”…독일선 ‘다른 의견 포용’ 교육

인헌고 학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공익제보에 대한 처벌과 탄압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텐트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헌고 학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공익제보에 대한 처벌과 탄압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텐트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실에서의 정치적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주 서울 인헌고에서는 잠잠했던 정치편향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교사의 ‘반일 사상 주입’을 폭로했던 학생이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제작한 동영상에 다른 학생들의 신원이 노출됐다는 이유였다.
 

인헌고 논란으로 본 올바른 정치교육
한국교실 정치 금기가 부른 역설
“진보교육감·전교조 입맛대로 교육”

독일선 초등 5학년부터 정치 토론
“체제 우월 주입 않고 스스로 판단”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해당 학생은 18~19일 교문 앞에 텐트를 치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날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5도였다. 앞서 지난 10월 인헌고에서는 일부 교사가 ‘아베 정권 규탄’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교사가 일부 학생들에게 “조국 뉴스는 가짜” “너 일베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여수의 한 고교에서는 지난 8일 2학년 기말고사로 출제된 한문시험이 논란이 됐다. ‘조국 제자 금태섭 언행 불일치’ 기사를 예시로 보여주면서 적합한 사자성어로 ‘배은망덕’을 쓰게 했다. 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례를 제시하고 ‘유구무언’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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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 목표는 ‘선입견 없는 사람’ 
 
지난 1일과 2일 국회에서 열린 만18세 공직선거법 찬(위)·반(아래) 시위. [연합뉴스]

지난 1일과 2일 국회에서 열린 만18세 공직선거법 찬(위)·반(아래) 시위. [연합뉴스]

이처럼 편향교육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역설적으로 교실에서 정치를 금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정치화를 우려해 정치란 단어 자체를 회피할수록 편향교육이 만연해진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부 산하기관장을 지낸 한 사립대 교수는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가 중심이 돼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교육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17개 시·도교육감 중 14명이 진보 교육감이며, 이중 10명이 전교조 출신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의 선거교육을 맡은 책임자는 장은주 영산대 교수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이사장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다.
 
지난 1일과 2일 국회에서 열린 만18세 공직선거법 찬(위)·반(아래) 시위. [연합뉴스]

지난 1일과 2일 국회에서 열린 만18세 공직선거법 찬(위)·반(아래) 시위. [연합뉴스]

올바른 정치교육을 위해선 더욱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참여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일의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이 대표적인 예다. 베를린자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자신과 다른 의견도 존중하고 수용하는 포용과 개방의 정신이 독일 정치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독일에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정치교육이 이뤄진다. 핵심 목표는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란 의미를 가진 ‘Unvorein genommen’이란 단어로 압축된다.
 
방송인인 독일 출신 다니엘 린데만(34)은 아직도 고교시절 정치교육 수업을 잊지 못한다. 수업은 대부분 토론식으로 이뤄졌는데 고1 때 다룬 주제는 ‘민주주의 대 사회주의’였다. 몇 주 동안 교실의 모든 학생이 참여해 양 체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이 수업의 특징은 하나의 관점에만 머물지 않고 반대 입장으로 바꿔가며 토론한다는 점이었다. 상대의 논리도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정치교육이 통독 뒤 사회통합 기여 
 
린데만은 “같은 학생이 지난주에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논리를 폈다면 이번 주엔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방식이었다”며 “다양한 관점을 취하면서 각 체제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중 무엇이 우월한지를 주입식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배웠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치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보기를 제시하고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시험이 없다는 점이다. 린데만은 “객관식은 소위 ‘출제자의 의도’에 자신의 생각을 맞추는 것”이라며 “결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만의 답을 얻어 가는 문제 해결의 과정이 의미있기 때문에 모든 평가는 서술형”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정치교육이 처음부터 활성화된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과 같은 교육 체계가 잡힌 것은 1976년 이후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의 지식인들은 ‘나치의 만행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큰 고민을 했다.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성숙한 시민’이었다. 히틀러는 1933년 국민투표를 통해 총통이 됐고, 1932년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됐다. 즉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갖추는 것 못지않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시민의 역량도 중요하다”(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독일의 진보·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인·지식인들은 조그마한 시골 도시인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에 모여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정치교육 3원칙’에 합의했다. 그 이름을 따 ‘보이텔스바흐 협약’으로 불린다. 협약엔 ▶강제적인 교화(敎化)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며 ▶논쟁적인 주제는 다양한 입장과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고 ▶학생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해 스스로 시민적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7년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던 독일의 커스틴 폴 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 교수는 “21세기 민주주의의 핵심은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조화시키는 점에 있다”며 “상대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정치교육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정치교육은 이후 1990년 독일이 통일한 뒤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에도 기여했다. 수십 년간 서로 다른 정치체제에서 살아온 서독과 동독 주민 간의 화합을 이끄는 성과를 낳았다. 이런 정신은 유럽 난민 사태 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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