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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의 나우 인 재팬] 편의점 vs 칼퇴근…강경화의 신구 파트너는 극과극

고노 다로 전 일본 외무상(현 방위상·왼쪽),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오른쪽). [연합뉴스]

고노 다로 전 일본 외무상(현 방위상·왼쪽),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오른쪽). [연합뉴스]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외상 선배로서 전화 한 거다. 자기가 들어봐도 ‘무례이옵니다’는 좀 이상하지 않냐."  
  

고노 '욱하지만 정 많은 이상주의자'
모테기 '똑똑하지만 쌀쌀한 면도칼'
고노는 대면파, 모테기는 보고서파
한국에 대한 애정은 고노가 두터워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고노 다로(河野太郎·56)가 아버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2)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은 건 지난 7월 19일 밤이었다. 이날 오전 아들 고노 외상(현재는 방위상)은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호통을 쳤다. "한국의 (징용 관련 1+1 해결) 제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제안을 하는 건 극히 무례하다"고 몰아쳤다.
  
외교적 대화엔 어울리지 않는 ‘무례’란 단어가 크게 논란이 되자, 아버지 고노가 아들의 태도를 질책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것이다.  
 
사실 고노 외상이 남 대사에게 한 말은 '부레이데고자이마스(無礼で御座います)'였다. '무례(부레이)'에 극존칭 어미(데고자이마스)를 붙였다. 우리말로 하면 '무례입니다' 보다 더 예를 갖춘 ‘무례이옵니다’에 가까운 표현으로, 아버지 고노는 "네가 들어도 이상하지 않냐"고 지적한 것이다. 
  
'무례이옵니다' 표현에서 느껴지듯 고노에 대해선 "감정 컨트롤은 잘 되지 않지만, 악의는 없고, 실제론 한국에 따뜻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그는 '무례' 발언으로부터 얼마 안 지나 남 대사와 둘이서 만찬을 하며 앙금을 풀었다.
  
지난 8월 21일 중국 베이징 구베이수이전에서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3국 회담을 마친 뒤 한일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1일 중국 베이징 구베이수이전에서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3국 회담을 마친 뒤 한일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노가 ‘순수하지만 욱하는 괴짜 이상주의자’라면 지난 9월 바통을 넘겨받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4) 현 외상은 ‘면도칼처럼 까칠한 현실주의자’다.  

 
경제재생상 시절 미·일간 무역협상을 잡음 없이 마무리하는 등 일 처리엔 빈틈이 없다. 하지만 인간미는 제로에 가깝다. 까칠한 언사로 도쿄의 한국 특파원단과도 벌써 몇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180도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과 극'의 외상을 모시게 된 일본 외무성도 죽을 맛이다. 
 
고노 vs 모테기 비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노 vs 모테기 비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두 사람은 배경부터 다르다. 고노는 관방장관·외상·자민당 총재를 지낸 아버지를 뒀다. 반면 모테기는 자수성가형이다. 도쿄대 졸업 뒤 종합상사 샐러리맨, 신문기자, ‘매켄지 앤드 컴퍼니’ 컨설턴트를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업무 스타일도 다르다. 부하들과 자주 대화를 나눴던 고노와 달리 모테기는 서면 보고를 즐긴다. 보고서를 보면서 눈으로 외워버리는 수재형이다.  
 
고노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시끌벅적한 저녁 모임도 꺼린다. 입각하기 전 정치권에서 그의 별명은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였다. '혼자만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외상 시절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파악하겠다"며 ‘24시간 편의점 외상’을 자처했다. 늦은 밤과 새벽 어디서 걸려오는 전화도 받겠다고 했다.
 
반대로 모테기는 음주와 흡연을 즐긴다. 저녁 술자리가 잦다. 그는 자민당 내 2위 파벌인 다케시타(竹下)파의 핵심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 등 라이벌들을 제치고 파벌 내 1인자 자리를 굳히는 게 급하다. 파벌 의원들, 자민당 핵심들과의 술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본 유력 신문사 논설위원은 "고노와 달리 모테기는 저녁 6시 이후 외무성 간부들의 전화 받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했다. 고노가 '24시간 편의점 외상'이라면 모테기는 '칼퇴근 외상'에 가까운 셈이다.  
 
지난달 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일본에서 열린 회담에서 다음달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일본에서 열린 회담에서 다음달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술자리가 잦은 모테기에겐 "출근이 늦고 아침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또 유명한 애연가이기도 하다. 외무성 내에 마땅한 흡연공간을 찾기 어려워 휴대용 재떨이를 휴대하고, 때론 담배를 피우기 위해 관용차에 타기도 한다.   
 
부하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이 괴팍하기로 유명한 그가 외상 후보로 거론되자 "외무성이 가장 맷집 좋은 직원들을 비서관 후보로 추렸다"는 내용이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보도됐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차기 총리 후보군에 포함된 뒤로는 성질을 많이 죽이고 있다더라"는 일본 관료의 전언도 소개했다.  
 
모테기와 달리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고노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SNS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글이 때론 비판의 대상이다. 지난 6월엔 트위터에 "새벽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이 ‘베이컨’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베이컨은 결국  ^%£$+*?!%" 등 정체불명의 글을 계속 올려 "도대체 베이컨이 뭐냐"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지난 8월 20일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이 중국 베이징에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8월 20일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이 중국 베이징에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트위터 캡처]

두 사람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이후의 총리 후보군으로 함께 거론된다. 외상 재임 2년간 77개 국가를 방문한 고노의 기록이 화제를 낳자 모테기는 "기록보다 기억에 남는 외교를 하고 싶다"고 으르렁댔다.  
 
일반인 사이에서의 인기는 고노가 앞서있다.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고노 방위상은 8~9%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아베 총리,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상에 이어 4위권을 달리고 있다. 반면 모테기 외상은 1~2% 수준이다.    
   
한국과의 관계도 고노 쪽이 더 끈끈하다. 10월 한국대사관이 도쿄에서 개최한 개천절 행사에 현직 외상인 모테기는 불참했고, 고노는 잠깐 얼굴을 내보였다. 
 

도쿄의 일본 소식통은 "고노는 강경화 장관과 면담에서 총리관저 몰래 징용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많이 냈지만, 모테기는 철저하게 총리관저와 코드를 맞출 스타일"이라고 했다.
 
서승욱 도쿄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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