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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임원된 게 뉴스 되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여성이 임원이 된 게 뉴스가 안 됐으면 좋겠네요.”

한화생명 첫 고졸 여성임원 이미숙 상무 인터뷰

 
22일 한화생명 이미숙(55) 상무는 인터뷰 첫머리에 이렇게 말했다. 내달 1일 자로 승진한 이 상무는 한화생명의 3번째 여성 임원이고, 최초의 ‘고졸(高卒)’ 여성임원이다. 1983년 만 19세에 사무직으로 입사해 12년 만에 영업관리자로 직종을 전환했고, 어려운 지점을 도맡아 이끌며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분명 ‘뉴스’인데, 뉴스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 이유는 뭘까.
한화생명 이미숙 상무가 회사 로고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상무는 "여성이 임원이 돼도 뉴스가 되지않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 한화생명]

한화생명 이미숙 상무가 회사 로고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상무는 "여성이 임원이 돼도 뉴스가 되지않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 한화생명]

 

힘이자 짐이었던 '엄마' 이름

이 상무를 관리직으로 이끈 건 ‘엄마의 힘’이었다. “누군가 내 아이들에게 ‘엄마는 무슨 일 하시냐’고 물어봤을 때, 이왕이면 더 자랑스럽게 답하게 해주고 싶었다”는 게 계기였다. 사무보조에서 매일 직원교육을 담당하는 영업관리자로 직종을 변경하는 건 드문 일이었고, 그만큼 고통스러웠다. “처음 6개월은 사직서를 늘 다이어리에 넣고 다녔다. 몸무게가 20㎏이나 빠졌다. 그래도 ‘OO의 엄마가 6개월만 하고 때려치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엄마의 짐’도 있었다. “둘째 낳는 날 오전까지도 업무를 봤다. 90일 법정 출산휴가를 다 쓰면 지점이 바뀔까봐 회사에 ‘45일만 쉬고 출근하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한다. 출산 후 한 달 반 만에 출근하는 악바리 근성으로 지점을 “지켜냈고”, 그해에도 사내 우수직원상인 ‘연도대상’ 수상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2년 가까이 서울과 안양에 흩어진 두 언니와 엄마 집을 오가며 공동육아했다. 이 상무는 두 자녀에게 “엄마가 일해서 얻는 부분도 있지만, 잃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계속 설득해야 했다.
 

여성관리자, 특별하지만 평범한

여성‧고졸의 벽은 투명했지만 두꺼웠다. 사번은 한참 아래인데 나이는 많은 남성 직원들이 은연중에 ‘서열이 애매해졌다’며 무시했다. “고졸에 대한 편견도 확연했다. 그래서 더 이 악물고 영업을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여성관리자의 강점도 있었다. 영업을 나갔다가 돌아온 여성 보험설계사의 스타킹 올이 나간 걸 발견하면 몰래 스타킹을 새로 건네줬다. 실적압박보단 공감과 소통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섬세함을 발휘했다.  
 
승부욕에선 남성관리자들과 다른 점이 없었다. 오히려 더 악착같았다. 인터뷰 내내 “어려움을 극복할 힘은 오직 영업성과”, “내 좌우명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대신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후배들에겐 ‘여성으로서…’라는 말 대신 “증여‧상속 등 업계 관련 지식을 많이 쌓아라”고 조언했다. 사내 우수사원 시상식에서 9번이나 단상에 오른 동력이었다.
 
이 상무는 국내 3%지만, 70%이기도 하다. 지난해 4분기 중앙SUNDAY가 국내 30대 그룹의 반기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근임원(8652명) 중 여성(280명)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같은 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347명의 여성관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성관리자패널조사에서 과장급 이상(1381명) 중 ‘실급 관리자‧최고경영자까지 승진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70.2%였다. 지난 10월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던 “500대 기업 등에 여성임원 50%를 의무할당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배경이다.
 
이 상무는 “한화생명은 3년 연속 여성임원을 배출한 차별 없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곳도 2017년 이전까지 여성임원은 전무했다. 이 상무는 “최근에는 남성에게도 ‘아빠 휴가’라고 해서 1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주는데, 아직까진 편견이 있어서 쓰는 사람이 잘 없다. 나도 출산휴가를 법정휴가 반밖에 못 썼는데…”라고 했다. 이 상무를 제외한 다른 여성임원 2명은 경력직이다. 사내에서 육성된 여성임원은 이 상무가 유일하다.
 
“임원(任員)이란 이름만큼 회사에 책임을 다해 더 높은 직급까지 승진하겠다”는 게 이 상무의 목표다. 단, “여성이 임원 됐다고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조건도 함께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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