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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도, 여당 내부서도 따진다···이인영 운명 쥔 '패스트트랙'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본청 2층과 3층 사이는 꽤 먼 거리다. 202호(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는 주로 여야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이하 4+1)’ 회의가, 3층 제2회의장(예산결산특위 회의장)에서는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다. 이 원내대표가 멀게 느끼는 건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심정적 거리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2층에서 야 3당의 공직선거법 잠정 합의안을 받아들고 3층 의원총회장을 찾았다.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이 원내대표는 야 3당에 “석패율제는 재고해 달라”며 거부했다.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는 다시 야당을 향해 “아무 조건 달지 말고 오직 산적한 예산부수법안과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4+1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기약없이 지체되는 비쟁점 안건의 처리를 호소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이후 자유한국당과의 공식 협상 창구를 닫은 상태다. 물밑으로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지만,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아무 권한이 없는 개인들끼리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의 연내 처리를 위해 4+1 협상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지난 10일 내년도 예산안을 4+1 공조만으로 통과시킨 전례가 희망이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당 안에서는 매주 의총을 열어 소속 의원들의 견해를 수렴했다. 그동안 조용하던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자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했다. 발언 신청을 하는 의원들이 늘어났고, 그만큼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단적인 예가 지난 18일 의총이다. 원칙론과 현실론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선거법을 원안대로 부쳐서 부결되더라도, 우리는 원칙과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다가오는데, 여야 4+1 공조가 아니면 정국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석패율제 받고 우리도 얻을 건 얻자” “잠깐 선거법 협상을 내려놓고, 밀린 숙제부터 하자” 등이다.
 
당내 의견은 취합했지만, 하나로 좁히진 못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평화당, 유성엽 대안신당(가칭) 대표 등은 19일 한목소리로 “석패율제를 받으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손 대표는 “우리 4당 대표가 최종안으로 낸 것이니 할 거면 하고, 말라면 말라”고도 했다. 당내 반발과 4당 반발에 끼어 움직일 공간이 좁아진 이 원내대표로선 ‘딜레마’ 상황이다. 여권에서 “지난 5월 출범한 이인영 원내지도부 체제의 운명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묶여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4+1을 잘 설계해서 왔다고 본다”면서도 “원내대표에게는 당면한 문제를 잘 풀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 4년차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립과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감당해야 할 본인의 몫이었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차분히 잘 처리해서 결과로 평가받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혹여 성과를 못 냈다 하더라도 당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면 된다”고도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석패율제도에 대해서 국민이 반개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소지 없는지 염려하고 있다"며, "야 4당에 심사숙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석패율제도에 대해서 국민이 반개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소지 없는지 염려하고 있다"며, "야 4당에 심사숙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뉴스1]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내사령탑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예비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정치적 진로를 고심하던 이 원내대표는 올 초 몇몇 주변 의원들의 권유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정치인 이인영이 무얼 했느냐는 질문에 부담감이 있었고, ‘이인영 정치’를 원내대표로 한번 보여주자는 의견들이 주변에서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곧 ‘조국 사태’에 직면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에도 의총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했고,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때마다 대체로 원칙론을 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한 의원은 “‘조국 국면’ 때부터 아닌 건 아니라고 가지를 쳐왔으면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도 본인의 룸(room·공간)이 생겼을 것”이라며 “‘원팀(one team·하나의 팀)’이라고 하면서 공간을 좁혀놨기 때문에 지금 고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얘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전임자의 패스트트랙, 조국 사태 등 외생변수에 대응하느라 통일·노동·환경 등 이인영의 어젠더(agenda·의제)를 꺼내놓지도 못한 채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인영 리더십’ 자체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당에서 협상을 일임했으면, 원내지도부가 충분한 권한을 갖고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여야 지도부 간 극한투쟁 속에서 신뢰관계가 무너진 상황이라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원내를 운영하는 기술은 경험 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 안에서 무언가 의사결정을 하려면 먼저 의원들을 설득하고 의총에서 추인을 받는 사전작업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좀 안이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여러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애초 패스트트랙을 추진했던 기본 정신에 입각해 하나하나 문제를 챙겨가는 것 외엔 왕도가 없다”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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