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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30대도 전세 40대도 "내집마련 꿈 완전히 접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중앙포토]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이틀이 지난 18일. 여전히 시장은 혼란에 빠져있다. 유례없는 초강력 대책에 무주택 세입자, 1주택자, 다주택자, 30대 신혼부부, 70·80대 고령층 할 것 없이 다들 불만이다. 누구도 만족하게 하지 못한 채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대책의 특징인 셈이다. 부동산 대책 이후 우리 주변 이웃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사도 못 가게 생긴 집주인, 등 떠밀려 이사 가는 세입자

대기업 직장인 이모(39)씨는 6년 전 결혼 당시 서대문구에 83㎡(25평) 아파트를 구매해 거주해왔다. 최근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단지 내 111㎡(옛 33평)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9억원 초과분은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존 LTV 상한에 맞춰 이사 계획을 세워놨는데 총알이 부족해졌다”며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여기 살거나 (더 싼 집을 찾아) 서대문구 밖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신축 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양모(40)씨 부부는 지금 새로운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다. 집주인이 1년 9개월 전 2억2000만원에 계약한 전세금을 2억5000만원으로 3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요구해서다.  
 
양씨는 “지금 집에 계속 살고 싶지만 집주인이 종부세, 재산세 타령하면서 전세금을 기어코 3000만원 올려받아야겠다고 해 주변의 다른 빌라를 알아보고 있다”며 “2년마다 유목하는 전세살이를 하면서 내집마련 기회를 틈틈이 보고 있지만,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뛰고 대출 한도가 작아지니 이제는 반 포기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6월까지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6000여 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사진은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서초구 일대 전경. [뉴스1]

다음 달부터 6월까지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6000여 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사진은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서초구 일대 전경. [뉴스1]

집 가진 노인들 "무섭게 오르는 세금, 벌금도 이것보단 덜할 것"

 
대치동 아파트에 30년 넘게 거주 중인 심모(76)씨는 종부세가 내년에 크게 뛸 거란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고향에서 친척이 거주 중인 오래된 농가주택 때문에 다주택자 신세가 된 심씨는 올해 종부세만 1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심 씨는 "이건 우는 애가 왜 우는지 알아보고 달래기는커녕 회초리로 때리면서 '계속 울면 더 세게 때릴 거야'라고 협박하는 막가파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 세금은 모아둔 돈으로 냈지만, 은퇴 뒤 연금으로 생활하는 형편이라서 내년부터가 걱정"이라며 "세금 때문에 못 견디겠어서 살고 있는 (대치동 아파트를) 팔아야 할지까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3층짜리 빌라 한 채, 동작구 대방동에 개인주택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권모(81)씨도 세금 때문에 잠이 안 온다. 빌라 각 호를 월세로 돌려 일년에 약 4000만원 정도 수입을 얻고, 개인주택엔 실거주한다. 권씨가 올해 받아들 재산세는 두 건물과 토지를 합쳐 800만원, 종부세는 300만원이다. 올해 서울시에서 갑작스럽게 청구한 지난 5년치 도로사용료 850만원까지 합하면 올해 부동산 때문에 내는 세금만 2000만원 가까이 된다.
  
권씨는 “젊어서 택시회사, 책상공장 운영해 성실하게 모은 돈으로 겨우 빌라 한 채 장만한 것 가지고 월세 받아 근근이 살고 있는데 세금이 무섭게 오르면서 이제는 예전같이 생활하는 것마저 버겁게 됐다”며 “죄지은 사람에게 벌금을 걷어가도 이것보단 덜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인중개사도 모르겠다는 잔금대출 규정 "답답해 죽겠다"  

중도금 [중앙포토]

중도금 [중앙포토]

 
내년 2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SK뷰' 전용 117㎡(옛 44평)에 입주하려던 김모(37)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5억원 넘는 집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단 얘길 들어서다. 이 아파트는 2017년 분양 당시 가격이 8억원 정도였지만, 현재 호가(부르는 값)는 19억원에 달한다. 입주 전이라 KB국민은행 시세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그는 "잔금대출 때 3억원 정도를 빌리려고 했는데 아예 못 받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며 "대책 발표 전에 분양받은 경우 이번 대출 규제와 상관없단 말을 신문에서 보긴 했지만, 부동산 중개업소에 이를 문의해봐도 어디 하나 확실히 아는 곳이 없어 답답해 죽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번 초고가주택 대출 제한 조치는 대책 발표 이후 계약(분양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건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초고가주택의 주담대 취급제한 적용 대상에 대해서는, (대책 발표 전 계약 건은) 행정지도의 경과조치로서 소비자에게 종전 수준의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금융회사에 이미 조치했다"며 "그 부분이 각 지점에 전파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다 참다 이제 간신히 집 샀는데… 

금융사에 다니는 결혼 3년차 임모(32)씨는 최근까지 서울시 동작구의 오래된 빌라에 전세로 살았다. 곰팡이가 올라오는 집에서 3년 가까이 버티다 최근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사를 결심했다. 불과 일주일 전 서울 노원구의 신축 아파트를 6억5000만원에 사기로 가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며칠 만에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임씨는 “맞벌이라서 신혼부부특별공급을 신청하기에는 소득 요건이 맞지 않고, 청약가점도 낮아 분양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서 어렵게 지난주 집을 마련했다”며 “가계약을 하자마자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면서 괜히 시작부터 손해만 보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잠이 안 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씨는 또 “당장은 물량이 부족한 게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대출만 조이고 있으니, 대체 부동산 대책은 도대체 누구 좋으라는 대책인지 알 수가 없다”며 “실수요자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대기업 직장인 박모(37)씨는 2주 전 서울 흑석동 아파트를 12억6000만원에 샀다. 전세 6억5000만원을 낀 소위 갭투자다. 이 과정에서 살던 집의 전세금(4억원)을 빼고, 월세로 바꿨다. 나머지 2억원가량은 신용대출을 받았다. 무리라는 생각에도 추진한 건 이번이 집을 살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씨는 “애초에 급상승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사실상 고점이 돼 버릴까 불안하다”며 “월세에 이자까지 한 달에 200만원 이상 쏟아부어야 하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홍지유·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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