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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훔친 장발장 父子에 돈 건넨 마트사장…文도 "도우라"

지난 10일 오후 인천 중구의 한 마트. 초등생 아들을 데리고 들어온 왜소한 체격의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가방에 진열된 물건을 주섬주섬 넣었다. 이 모습은 마트 직원에게 즉각 적발됐다. 아들의 가방에서 나온 물건은 우유와 사과 6개, 과자 등 1만원 상당이었다. 마트 안 폐쇄회로TV(CCTV)에도 물건을 훔치는 부자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부자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이재익 경위는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기 위해 그들을 국밥집으로 데려갔다. [MBC 방송 캡처]

부자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이재익 경위는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기 위해 그들을 국밥집으로 데려갔다. [MBC 방송 캡처]

마트 측의 신고로 서른 네살 아버지는 아들(12)과 함께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왜 남의 물건을 훔쳤냐?"고 부자를 추궁했다. 눈물만 흘리던 아버지 A씨는 거듭된 질문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배가 고파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지만 부족해 두끼 굶어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마트 인근의 한 임대주택에서 두 아들(12세, 6세)과 어머니(58) 등 네 식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A씨는 택시기사로 일했었다. 하지만 부정맥, 당뇨, 갑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하면서 6개월 전 일을 그만뒀다. A씨의 어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A씨가 일을 그만두면서 생계가 힘들어지자 이들은 2015년 9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매달 150여만원의 지원금이 나왔지만 집 관리비와 병원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면 수중에 남는 돈은 없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아들과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이다.
A씨는 "먹을 것이 없어서 두끼를 굶었다"며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며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이재익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경위. [MBC 방송 캡처]

이재익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경위. [MBC 방송 캡처]

 
사연 듣던 시민, 20만원 봉투 주고 사라지기도 
A씨의 사연을 들은 마트 측은 경찰에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훈방 조치했다. 그리고 A씨 부자를 근처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다. A씨의 사연도 자세히 들었다.
이들의 얘기를 듣던 한 시민은 즉석에서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A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놀란 A씨 부자는 이 돈을 돌려주기 위해 쫓아갔지만, 이 시민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A씨를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인근 행정복지센터(동주민센터)로 함께 가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A씨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했던 인천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소속 이재익 경위는 "그 상황이라면 누구나 A씨에게 음식을 대접했을 것"이라며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A씨 부자를 훈방할 수 있게 해준 마트 사장님과 돈 봉투를 건넨 이름 모를 시민, A씨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행정복지센터 직원 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도울 수 있는지 살펴보라"

A씨 부자에 대한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들에겐 '장발장 부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경찰과 인천 중구청, 행정복지센터, 마트 등으로 A씨를 돕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마트에는 "A씨에게 전해 달라"며 옷가지나 생필품 등을 놓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마트 관계자는 "A씨가 지병으로 이도 없고 체격도 왜소했다"며 "행정복지센터에서도 A씨와 A씨의 어머니에게 일자리를 주선하려고 한다고 하더라. 마트 사장님도 A씨에게 생활비로 쓰라고 별도의 금일봉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들 부자의 사연을 언급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의 온정에만 기대지 말고 복지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이들을) 도울 길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올해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579만원. 그러나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는 150여만원(생계 급여 138만4000원+주거비 31만7000원) 정도다.
이에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수준을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 중구청[중앙포토]

인천 중구청[중앙포토]

 
인천 중구 관계자는 "장발장 부자의 사연이 알려진 이후 '돕고 싶다'는 후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들 가족에게 들어오는 시민 후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A씨의 치료가 끝나면 A씨와 A씨 모친을 면담해 근로 의사를 파악한 뒤 지역 자활센터 등을 연계해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노정훈 기초생활보장과장은 "A씨는 근로 능력이 없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지정된 분으로 현재 '생계+주거+의료급여'를 받고 있지만, 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일자리도 소개하고 언론 노출로 아동이 알려질 수도 있으니 지자체를 통해 심리상태 모니터링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이에스더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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