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쥐구멍 막기, 땔감 주문, 문풍지 바르기…산막의 겨울맞이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44)  

 
산막의 겨울은 혹독하다. 오늘 같은 날은 눈이 오면 좋겠다. 오늘 할 일은 쥐구멍 막기, 빈집 수도 밸브 잠그고 변기통 물 빼기, 보일러 부동액 보충하기, 화목정리 마저하기다. 이중 쥐구멍 막기가 가장 도전적인 일이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가장 유효한 방법은 서생들 출입 가능성 있는 주변을 타커로 마구 쏘아 일종의 철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거다. 전에 쓰던 밤송이 퇴치법은 공략법을 터득한 서생들의 노력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가 않음을 발견했다. 
 
순서는 타커탄창에 적절한 길이의 핀을 채우고, 에어컴프레서에 타커를 확실히 연결한 다음, 타커 총구를 목표 지점에 정확히 밀착시키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확실한 철책이 쳐질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부동액도 주기적으로 보충해주지 않으면 보일러 배관이 얼 수 있다. 한 번 얼면 아주 골치가 아프다. 겨우 내내 곤욕을 치른다. 장기간 안 쓰는 방들의 변기 물은 완전히 빼주고, 인입밸브를 잠가준다. 실내 수도들도 마찬가지. 안 그러면 얼어 터져 겨우내 물이 줄줄 샐 수 있다.
 
이것들 모두 산속에 집 가진 죄요, 내내 지키지 못하는 탓이니 좋아하지 않고서는 될 일이 아니다. 겨울 산막의 고즈넉함과 따뜻한 장작 난로 군고구마, 눈 내리는 밤차 한잔 앞에 둔 오손도손 예쁜 이야기 뒤에는 이런 노력과 수고로움이 따르는 것이니 너무 부러워하지는 마시라. 좋은 산막 가지는 것보다는 좋은 산막을 가진 친구 두는 편이 낫다는 말도 있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할 밖에.
 
오늘 같은 날은 눈이 오면 좋겠다. [사진 권대욱]

오늘 같은 날은 눈이 오면 좋겠다. [사진 권대욱]

 
오늘도 뭘 좀 꿈지럭거렸다. 바람이 차니 바람 들어오지 말라고 독서당 창에 비닐 씌우고, 문풍지 바르고, 버블 비닐로 틈새 막고, 문고리 달고. 이 조그만 일 하는데도 들어갈 건 다 들어간다. 자재는 차치하고 공구만 해도 에어콤프레서, 실 타커, 전동드릴, 망치가 모두 동원된다. 산속에 살기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은 철물점에 가니 모든 게 다 있다는 것이다. 따뜻하다 이제! 치열하게 읽어보는 거다.
 
곡우는 운전하고 나는 노래한다. 베짱이가 따로 없다. 밥 잘 해주지, 운전도 해주지, 시도 읊어주지, 오는 손님 찡그리지 않고 잘 대접하지. 그러니 늘 예쁘지 않은가? 당연히 그렇다. 언제나 그러냐고? 어떤 대답을 기대하시는가? Sometimes yes, sometimes no. 이게 정답이다. Not always라는 말이다. 그게 맞다. 어떻게 좋기만 하겠는가? 좋은 것만 있는 삶은 결코 없다. 곡우뿐이겠나, 나 또한 곡우에 그럴 것이다.
 
40년을 함께 사는 부부간에도 무슨 못할 말이 있을까 싶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 속 깊이 있었지만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사랑이니 꿈이니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의외로 그것은 소유에 관한 문제이거나 자식에 관한 문제이기 쉽다.
 
 
날씨는 계속해서 추워지지만, 우리의 대화는 따뜻하다. 영어 공부에 맛 들인 곡우는 학교 때 자기가 영어 공부 열심히 했다 주장한다. 나는 열심히 공부한 영어가 겨우 그거냐 속으로 웃으며 중·고교 6년을 종로 2가부터 계동까지 뛰어 다시피 한 결과 지금도 걸음을 잘 걷는다 주장하는 오후다. 기억의 저편에서 50년 전 이야기들을 들춰 함께 하지만, 생각은 이처럼 각자 또 따로인 우리는 언제나 함께 또 따로다. 따로 또 함께가 좋다.

 
겨울을 준비한다. 땔감이 긴요하다. 우선 읍내 주유소에 기름 한 차를 주문한다. 기름이 4드럼, 장작이 한 차. 워낙 오랜 단골이라 척하면 척이다. 알아서 넣고 알아서 지불한다. 의심은 없다. 의심으로 생기는 저버림이 돈 몇 푼보다 훨씬 귀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매사가 그렇다. 산막은 그런 곳이다. 아니라면 그렇고 그런 집 몇 채에 잔디밭일 뿐 무엇이 중하겠나.

 

집 주변으로 예쁘게 쌓아진 장작은 일종의 exterior가 되기도 한다. 마음이 든든하구나.

 
다음은 장작이다. 지지난 주에 한 차 주문했고 이제 도착했다. 부려만 주고 쌓아주지는 않으니 지킴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주문 시기가 늦어 자투리가 많지만, 저번 벌목 시 쌓아 놓은 통나무가 제법 되니 이번 겨울은 무난하리라. 주인이 신실해 단골이 되기로 한다. 보일러마다 기름 채우고, 곳곳에 장작 가득하니 마음이 한가하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