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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수리 먹이 주기 중단 조치 ‘혼선’…돼지열병 방역 딜레마

 
#군사분계선과 3㎞ 떨어진 장단반도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독수리 700∼1000마리가 몽골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는 세계 최대 규모 독수리 월동지다. 장단반도는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 뒤 농사짓는 사람 등을 제외하고는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군 작전지역이어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이곳에서는 이번 겨울 들어서 독수리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먹이 주기가 전면 중단된 때문이다.
 
대신 월동지에서 흩어진 독수리 20마리 정도가 민통선 들판과 주변 한강하구, 양계농장 주변 등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자정에는 먹이를 먹지 못해 탈진한 독수리 1마리가 파주 민통선 바깥인 탄현면 오금리에서 발견돼 한국조류보호협회 측이 구조해 보호 중이다. 조류보호협회가 탈진 또는 부상, 독극물 중독 등으로 쓰러진 독수리를 구조해 보호 중인 민통선 바깥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 조류방사장에도 하루 평균 2∼3마리의 독수리가 먹잇감을 찾아 날아들고 있다.  
지난 5일 밤 12시 민통선 월동지 바깥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오금리에서 발견돼 구조된 독수리. [사진 한갑수씨]

지난 5일 밤 12시 민통선 월동지 바깥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오금리에서 발견돼 구조된 독수리. [사진 한갑수씨]

 
#경남 고성군 독수리 월동지인 추수가 끝난 넓은 논에는 요즘 독수리 350∼400마리가 월동 중이다. 이곳에서는 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에서 1주일에 2∼3차례에 걸쳐 총 1t씩의 소기름, 닭고기 등의 먹이를 가져다주고 있다. 먹이 주기가 이뤄진 후에는 ASF 방역을 위한 소독이 이뤄지고 있다. 이달 말이면 총 600마리의 독수리가 월동을 위해 찾아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국 중단된 먹이 주기, 경남 고성은 지속  

몽골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나는 희귀 조류인 독수리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지 아닌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죽은 야생 멧돼지 등을 먹이로 삼는 독수리에 대해 ASF 확산 및 AI(조류 인플루엔자) 전파 방지 차원에서 먹이 주기 중단 방침을 지난달 초 정했다.  
파주시 민통선 월동지 독수리 먹이 주기 중단으로 지난 10일 오전 먹이를 찾아 민통선 바깥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 조류방사장에 나타난 독수리. [사진 한갑수씨]

파주시 민통선 월동지 독수리 먹이 주기 중단으로 지난 10일 오전 먹이를 찾아 민통선 바깥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 조류방사장에 나타난 독수리. [사진 한갑수씨]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안팎에서는 지난 10월 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야생 멧돼지 44마리의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파주 16건, 연천 13건, 철원 15건이다.
 
이와 관련,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파주 민통선 내 독수리 월동지에서 사라진 700여 마리의 독수리가 먹이 주기를 하는 장소 등지로 몰려갈 우려가 있다”며 “민통선 내 독수리 월동지에서 먹이 주기가 이뤄지면 독수리가 축산농장 주변으로 날아들지 않게 하고,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민통선 내에 안전하게 머물게 하는 효과를 동시에 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통선 내인 파주시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에서 겨울을 지내던 독수리들의 과거 모습. [중앙포토]

민통선 내인 파주시 장단반도 독수리 월동지에서 겨울을 지내던 독수리들의 과거 모습. [중앙포토]

 
김덕성 한국조류보호협회 경남 고성지회장은 “독수리에게 먹이 주기를 하지 않을 경우 400마리의 독수리가 인근의 대형 축산농장으로 날아들 우려가 있어 먹이 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독수리가 ASF 또는 AI에 감염됐다거나 전파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학계의 보고서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지난달 4일 한국조류보호협회 측에 먹이 주기 중단을 요청하고, 독수리 먹이 주기가 이뤄지는 경기 파주, 강원 철원, 경남 고성·산청·김해 등 지자체에도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경남 고성에서는 먹이 주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청 관계자는 “최근 이틀간 독수리 월동지에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월동지 먹이 주기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독수리 도래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독수리 도래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백운기 한국조류학회장은 “독수리 먹이 주기 중단이 지속될 경우 어린 독수리 위주로 먹이 부족으로 인한 탈진으로 떼죽음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친 후 천연기념물(제243-1호)인 독수리 보호를 위해 이제는 월동지에서의 먹이 주기 재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독수리=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서식한다. 동물의 사체를 먹어 ‘야생의 청소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수릿과 조류 중 덩치가 큰 맹금류를 흔히 ‘독수리’로 통칭하지만, 엄밀하게는 서로 다른 종(種)이다. 가령 ‘미국 독수리’는 흰머리수리를 말한다. 수릿과 조류 중 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 등 4종류가 천연기념물(제243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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