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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표 급한 트럼프의 선택, 내년 중국 성장률 6.4% 가능

미·중 무역전쟁, 1단계 합의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약 1년6개월 만에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 두 나라가 지난해 6월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이후 협상, 결렬, 관세전쟁 재개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 국가주석이 올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파국 위기에 몰린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한 뒤 악수하는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약 1년6개월 만에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 두 나라가 지난해 6월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이후 협상, 결렬, 관세전쟁 재개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 국가주석이 올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파국 위기에 몰린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한 뒤 악수하는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미·중 1단계 합의가 무역전쟁의 끝은 아니다.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중앙SUNDAY와 전화 인터뷰에서 “1980년대 미·일 무역전쟁에서 1단계 합의는 1985년 체결된 엔화 절상 합의(플라자합의) 등이었다”며 “미·일 무역전쟁은 플라자합의 이후에도 10년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두 나라는 무역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된 일본 경제 시스템을 고치는 일을 놓고 10년간 다툼을 벌였다.
 

미국 농산물의 중국 수출 반토막
전문가 “내년 대선 앞두고 위기감”

굿딜 미치지 못하는 합의안이지만
한국·일본·대만 등엔 반가운 소식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참모들은 대기업 집단인 게이레츠(系列)의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일본을 압박했다. 행키 교수는 “레이건 무역정책 참모들이 보기에 금융회사까지 거느린 게이레츠 때문에 일본 기업이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요즘 트럼프의 무역정책 참모들은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온갖 보조금 때문에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저가의 상품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유기업들이 상습적으로 지식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런 국유 기업 문제는 1단계 합의에 들어 있지 않다.
 
미 무역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등 대중 강경파는 중국의 시스템 문제가 빠진 합의안을 마뜩잖아 했다. WSJ 무역담당 에디터인 봅 데이비스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라이트하이저 등은 중국의 경제 시스템과 법규를 고쳐 불공적 무역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게 굿딜(good deal)이라는 입장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런데 트럼프는 굿딜에 미치지 못하는 1단계 합의를 승인했다. 내년 대선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중서부 농장지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무역전쟁 전인 2017년 미국은 농산물을 200억 달러 가까이 중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액은 1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특히 트럼프는 지지세력인 중서부 농민표 이탈을 막는 게 다급했다.
 
트럼프가 굿딜에 미치지 못하는 합의안을 승인한 속내가 무엇이든, 1단계 합의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무역전쟁 직격탄을 맞은 나라에 반가운 소식이다.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 라지브 비스워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관세 유보와 기존 관세 인하 덕분에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가파르게 회복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었다. 비스워스는 “대미 수출 회복 덕분에 중국 제조업 경기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도 바뀔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월가 투자은행이 예측한 중국의 내년 성장률은 5.8% 수준이었다. 올해 전망치 6.1%보다 0.3%포인트 낮다. 이는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하지만, 추가 관세 공격이 없을 경우다. 그런데 1단계 합의가 이뤄졌다. 월가 투자은행 등이 경제 전망을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물론 내년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가 미·중 무역전쟁만은 아니었다.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다”며 “집값 하락이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중국 내부 변수 등에도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단계 협상이 이뤄지면, 중국의 내년 성장률이 6.4%까지 이를 수 있다”고 최근 내다봤다.
 
중국 제조업 경기회복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제조업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스워스는 말했다. 중국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일본·대만 등의 수출 경제가 무역전쟁 가위눌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른바 ‘침체 2020 시나리오’의 핵심이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이 이어지면 내년 세계 총생산이 약 7000억 달러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세계 성장률 1%포인트 정도를 깎아먹을 규모다.
 
그런데 손실 가운데 60% 정도가 무역전쟁이 낳은 투자심리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 탓으로 분석됐다. 나머지는 관세부과가 낳은 교역 위축의 파장이다. 이번 1단계 합의엔 기존 부과된 관세를 50% 폐지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투자심리 회복뿐 아니라 관세 폐지가 직접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침체 2020 시나리오의 위협 요인으로 미·중 무역전쟁만이 있는 게 아니다. 요즘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 경제 자체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프랑스 등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기업들이 저금리 시절에 끌어다 쓴 부채, 특히 외화 자금이 불안요인이다. 이런 문제에도 이번 1단계 합의는 경제분석가들이 침체2020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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