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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불평등, 난민 이동 자유부터 보장해야

모빌리티 정의

모빌리티 정의

모빌리티 정의
미미 셸러 지음

교통수단 접근도 평등 실현돼야
모빌리티 전문가의 긴급 제언

정책 입안자와 접점 찾아
주거·생태 문제 같이 풀어야

최영석 옮김
앨피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교통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기후변화는 대량멸종과, 인간이 지구에 거주할 수 없게 될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대기오염과 교통체증 그리고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대급 홍수·폭염·폭풍은 인프라를 붕괴시키고 취약 계층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2차 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난민 이동은 국경 봉쇄, 군대를 동원한 이주자 관리, 국경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안 강화 등 우려할 만한 현상을 낳았다. 이주민 다수는 바다에서 그리고 사막에서 죽어 갔다. 외국인혐오증에 걸린 사람들은 난민들에게 차별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 그들은 난민과 망명 신청을 거부하고 장벽과 수용소를 건설했다. 인종 폭력과 자민족중심주의 정당들은 도처에서 발호하고 있다. 이것이 요즘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모빌리티 정의』는 앞에서 거론한 기후 변화, 지속불가능한 도시성, 폐쇄적인 국경이라는 세 가지 위기가 서로 얽혀 일반인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불균등한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와 모빌리티 정의(justice)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어떤 장소에 머물거나 이동할 권리와 관련된 모빌리티라는 개념은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어느새 우리 곁에 핵심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의제로 떠오른 모빌리티 문제는 단순히 교통이나 신체 이동이라는 차원을 넘어 인프라·이주·지구생태계와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인종·계급·젠더·성정체성 등 각종 요소와도 관련된다.
 
국경선은 인종·민족 등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2015년 헝가리로 밀입국하는 시리아 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국경선은 인종·민족 등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2015년 헝가리로 밀입국하는 시리아 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저자 셸러와 같은 모빌리티론자들은 모빌리티와 관련된 현대 세계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야만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모빌리티 정의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정치적·윤리적 문제이며 이동과 주거에 대한 인간적·자연적 권리가 보호되도록 이끄는 도덕적 나침반으로 받아들인다.
 
전통적 분과학문만으로는 전체 맥락을 연결 짓기 어려운 21세기의 복잡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학제를 넘나드는 연구인 모빌리티 패러다임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일견 난해할 수도 있는 모빌리티 정의에 대한 설명은 몇 개의 주요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윤리적 실천 행동 강령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
 
먼저, 이동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이동 역량을 짓밟거나 위협하거나 박탈하지 않아야 한다. 특정 복장을 강요하거나 이동 수단을 분리하거나 모빌리티를 시간적·공간적으로 불평등하게 한정해서는 안 된다. 젠더적, 성적 정체성 및 기타 정체성 표지들이 공공영역에서의 배제나 모빌리티 제한의 근거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인종·민족·국적에 따른 편견이 그 전체 집단에 대한 감시나 개인에 대한 이동 자유의 제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아동과 노인, 임산부 및 기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모빌리티에 대한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
 
교통수단의 편리한 접근도 중요하다. “공공 교통체계는 임의로 접근을 거부하거나, 부정적 외부 효과를 낳거나 과도한 부담을 지우거나 제한을 가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이동 수단에 공간이 제공되고 자동차와 같은 단 하나의 이동 수단이 거리를 점유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난민 보호도 모빌리티 정의의 핵심 사안이다. “모든 사람은 그들이 태어난 곳을 나가거나 다시 들어올 권리를 가진다. 폭력을 피해 전쟁으로 주거지를 상실하여 이동한 난민들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기후 난민의 망명을 위한 새로운 국제협약도 필요하다. 국경을 넘는 이동의 자유를 인정할 때 공평성을 갖추어야 한다. 인종, 종교, 민족, 국적, 성, 건강 상태, 사회경제적 지위를 범주화하여 임의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의 피해자는 마땅히 구제돼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한 사람들은 다른 국가들에 특히 기후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국가에 정착할 권리를 가진다. 온실가스 및 기타 형태의 오염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산업 및 국가는 그 행위가 끼친 영향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대기와 환경을 복원해야 하는 배상적 정의에 관한 책임을 진다. 추출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청정 재생에너지 개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이런 다소 ‘이상적인’ 원칙들을 모두 지킬 수만 있다면 모빌리티 정의는 거의 충족될 것이다. 이 책은 모빌리티 정의 이니셔티브와 실제 정책 간의 더 촘촘한 대화와 해결책 모색의 출발점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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