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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 동정심 유발하는 ‘빈곤 포르노’ 통렬히 비판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이야기] <2> 노르웨이 ‘라디 에이드’

빈곤 포르노 해결을 위한 연구를 위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 라디 에이드 캠페인 페이지]

빈곤 포르노 해결을 위한 연구를 위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 라디 에이드 캠페인 페이지]

“길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은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그곳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그것을 공유하나요? 이런 방식으로 빈곤 문제를 알리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요?”
 

고통스런 빈곤 이미지 선정적 사용
‘아프리카, 노르웨이에 난방기 기부’
기존 아프리카 모금 캠페인 비꼬아

그들의 고통, 홍보에 활용하기보다
정치·역사적 맥락서 원인 파악하고
존엄성 지켜줘 협력자로 인식해야

마틸드 크리스티안 센이라는 19세 여학생이 지난달 노르웨이 유력 일간지 아프텐포스텐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빈곤한 아이들의 이미지가 최근 해외 봉사자들의 소셜 미디어에서도 공유되는 것을 목격하고 던진 질문이다.
 
노르웨이 젊은이의 이런 문제 제기는 ‘라디 에이드(Radi-Aid)’라는 캠페인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캠페인은 노르웨이 학생 및 학자 지원 기금(SAIH)이라는 단체가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시작한 활동이다. 풍자적인 영상을 활용해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빈곤 등 고통스러운 이미지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금 캠페인)’ 문제를 비판했다.
  
봉사가 자선에 머무르는 부작용 초래
 
‘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Africa for Norway)’를 풍자한 사진. [사진 라디 에이드 캠페인 페이지]

‘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Africa for Norway)’를 풍자한 사진. [사진 라디 에이드 캠페인 페이지]

노르웨이를 위한 아프리카(Africa for Norway)라는 메시지는 이 캠페인의 취지를 역설적으로 담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추위로 고통받는 노르웨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난방기(라디에이터)를 기부한다는 설정으로 기존 아프리카 모금 캠페인을 비꼰 것이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속 가능한 사회 변화를 촉진한 모범사례로 라디 에이드 캠페인을 선정했다.
 
캠페인의 목표는 세 가지다. 빈곤에 대한 인식의 개선, 기금 모금 캠페인 방식의 전환, 후원방식에 관한 고정 관념의 해체다. 이를 위해 빈곤과 고통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곤의 정치적, 역사적 맥락까지 고려해 원인을 파악하고 외형적 모습과 경제적 빈곤만으로 문제를 평가하는 것을 지양하라는 의미다.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는 직관적 사실에만 의존한 고정 관념은 매우 불완전한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를 단편적 이야기(single story)라고 했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할 때 단편적 사건 하나를 일반화해 대응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경고한 것이다. 빈곤 포르노는 종종 특정한 사례를 강조해 극단적인 고통을 전달해 왔다. 그 고통은 기부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설득한다. 기부자가 느끼기에는 너무 간단한 해결방법이다.  
 
이런 방법이 모금액의 증대라는 직면한 과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빈곤을 지원하는 것이 지속적 빈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한 이데올로기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빈곤 포르노는 복잡한 문제를 너무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봉사가 행동이 아닌 자선에 머무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빈곤 포르노를 활용하는 설득의 또 다른 문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수동적 존재로만 묘사한다는 점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자가 아니라 수혜자로만 묘사함으로써 기부자-수혜자 관계가 모금을 위한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고통을 홍보에 활용하기보다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들이 갖는 잠재력, 재능, 강점을 발굴하고 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자로서 본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케임브리지대의 덩컨 맥 니콜 박사는 아프리카의 수질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당시 ‘빈곤의 관점’을 바꾸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자선 단체와 언론이 동정심을 일으키기 위해 무분별하게 활용했던 사진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캐나다 국경 없는 엔지니어(EWB) 단체의 봉사활동 기간 중 그가 목격한 것은 가난이 아니었다. 수많은 구호단체와 언론을 통해 과거에 접했던 절망적 농촌 속 고통받는 사람들과는 상반된 숨겨진 본질을 발견한 것이다.
 
우간다 남수단 난민의 일상. [사진 라디 에이드 캠페인 페이지]

우간다 남수단 난민의 일상. [사진 라디 에이드 캠페인 페이지]

말라위 동료들이 갖는 지적 능력, 사고의 유연성, 긍정적 자세 등은 그들이 누구보다 훌륭한 인재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빈곤한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을 병렬로 배치한 동일인의 사진을 공유해 아프리카인들이 어떻게 표현되어왔는지 성찰하도록 했다. 가난한 모습만 보려는 관점에서  협력하려는 모습으로 전환하는 걸 모색한 활동이었다.
 
글로벌 인권단체 인터내셔널 저스티스 미션(IJM)의 설립자인 게리 하우겐은 “빈곤 해결을 위한 올바른 접근 방식은 빈곤의 뒤에 숨겨져 있는 복잡한 현실을 발견한 후 리엔지니어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중심을 두는 문제 해결이다. 빈곤하다는 것이 존엄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존엄하다는 건 무언가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올바른 기부란 이렇듯 존엄한 발전(dignified development)을 이끄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행위라는 뜻이다.
 
모금을 호소한다는 것이 인도주의에 관한 기본적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빈곤을 포함한 국제 분쟁지역의 역사와 정치, 사회적 배경과 맥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동안 장기적 인식 개선 과제는 뒤로하고 수많은 자선 단체가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빈곤과 고통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왔다. 빈곤 포르노 캠페인의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은 가장 효과적으로 모금을 끌어내는 수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일상 속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꿔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의 경우 현금기부 인구는 2011년과 비교해 볼 때 2019년 현재 약 31% 줄었다. 기부 인구는 줄어드는데 모금단체를 통한 후원 방식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선택한 수단이다. 이런 추세는 모금단체가 치열한 경쟁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빈곤 포르노의 유혹으로부터 각 단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빈곤 포르노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해법은 구호단체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인도주의에 관한 의식 수준 제고다. 우리는 멀리 떨어진 곳의 빈곤, 가공된 이미지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일상 속에서 목격하는 수많은 인도주의 실천 과제에는 인색하지 않았을까?
 
그런 측면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인도주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캠페인 하나를 살펴보자.
 
도심 속 길을 걷다 보면 빨간색의 적십자 표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리 약국 간판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적십자 표장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적십자 표장은 국제적으로 승인된 표시로 무력충돌 시 국제인도법에 따라 부상자와 병자에게 제공되는 중립적이고 공평한 원조와 보호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상호 공격하지 않기로 한 인도주의 상징이다. 이 표장이 제네바협약과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으로 보호받는 이유다. 따라서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표장의 오용 정도에 따라 그 사회가 갖는 인도주의에 관한 인식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인도주의 실천을 위한 과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가 ‘적십자는 인도주의 브랜드다’라는 캠페인을 제안했듯 기부라는 것은 일상 속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꿔 사회가 가져가야 할 기본 가치를 환원하는 것이다. 1949년 제네바협약이 체결된 지 70년이 지난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빈곤 포르노에 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인도주의 가치에 부합하는 작은 실천 과제를 우리 주변에서 찾아 도전해 보면 어떨까?
 
이종혁 광운대 교수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며 공공소통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2015~16년 중앙SUNDAY 및 중앙일보와 진행했던 공공프로젝트 ‘작은 외침 LOUD’를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 기반의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찾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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