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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 曰] 지속가능한 삶의 비결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무병장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많은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2016년 말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백 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에게 장수의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송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였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대화의 기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배운 것은 “조심조심, 미리미리”라는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아들을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어머니는 심지어 “20살까지라도 살았으면”하고 빌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20살이 아니라 100살을 살게 되었다는 얘기다. 평생을 조심스러운 자세로 살았기에 가능했다.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루 이틀 먼저 준비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누구나 시간에 쫓기다 보면 마음을 졸이게 되는데 그럴 때 생기는 스트레스를 미리미리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생선을 삶듯이 ‘조심조심, 미리미리’
나만 옳다고 강요하지 않는 겸허한 마음

이런 조언이 개인의 삶에만 약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나 국가로 확장해 생각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삶과 정치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다. 무병장수의 주제라면 노자를 빼놓을 수 없겠다. 모두 81장의 『도덕경』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병장수의 비결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조심조심, 미리미리’의 사례는 노자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의 삶과 정치도 그런 것이다. 평생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형석 교수의 삶이 매우 노자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예수와 노자의 거리도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무위’가 대체 무슨 뜻인가? 그 표현이 좀 막연해 보인다. 흔히 ‘Non-Doing’으로 영역되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행위를 하되 좀 다르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 ‘무위’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노자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 ‘약팽소선(若烹小鮮)’이다.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무위’가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큰 나라를 다스릴 때 작은 생선을 삶는 것처럼 다스리라고 권유했다. 작은 생선을 삶듯이 하라는 말이 어떤 정치공학적인 테크닉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자세를 의미한다.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이 겸허한 마음이다,
 
‘팽(烹)’은 약한 불로 천천히 오래 삶는 조리법이다. 작은 생선을 삶듯 하라는 말은 결국 약한 불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요리하는 행위인 셈이다. 약한 불은 은유적 표현이다. 지나치게 나를 내세우지 않는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나만 옳다고 하면서 내 생각을 강요하고, 나의 이익만을 취하려고 하는 것과는 다른 태도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 앞으로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면 거기서 한 걸음 물러나 ‘작은 생선’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노무현 정부 4년 차를 맞이하던 2006년 1월, 교수신문의 설문조사를 통해 새해의 소망으로 뽑힌 사자성어가 ‘약팽소선’이었다. 우리나라 정권의 임기는 5년이다. 5년간 맡은 국정이지만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운영해 달라는 민심이 거기에 담겼다. 오늘의 시점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되새겨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나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 함께 같이 가는 포용의 마음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백 년을 살아 본 김형석 교수는 더불어 살았던 때가 행복했던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다른 사람의 짐을 대신 져준 기억이 행복하게 오래 남는다는 이야기였다. 오늘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의 짐을 대신 져준 적이 있는가? 혼자서 잠시 즐겁게 보낼 수는 있겠지만, 오래도록 혼자 잘살 수는 없을 것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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