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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荒唐<황당>

한자세상 12/14

한자세상 12/14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청와대 해명이 번번이 자기 발목을 잡는다. 최고 권부인데 이 모양이다. 황당(荒唐)하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언제나 그랬듯 계속 날아든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독가스 테러’를 어찌해야 하나. 총이나 폭탄 테러는 피할 데나 있다지만 ‘독먼지 테러’는 어디로 피하나. 역시 荒唐하다.
 
북·미 정상이 어깨를 치며 반가워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북한은 다시 미사일실험에 들어갔고, 미국은 안보리를 소집했다. 덧없고 荒唐하다.
 
중국에서도 요즘 荒唐이 대세다. “미국에서는 정치가 일상이고 전쟁이 예외적 상황이지만 중국에서는 완전히 반대”라는 미국의 대중 강경파들의 말이 전해지자 중국 관영 CCTV는 “너무 荒唐해 입 속의 밥알이 튀어나올 지경”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세밑인데 荒唐한 일은 그치질 않는다. 하기야 살아가면서 부딪혀야 할,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한둘인가. 황당은 ▶이치에 맞지 않음 ▶비정상 ▶일반적인 도리에 어긋남 ▶생각이나 언행이 옳지 않아 남들이 이상하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상황 등을 말한다.
 
황당의 연원은 의외로 길다. 장자(莊子)는 『천하(天下)』편에서 “터무니없는 언설(言舌)과 荒唐한 말, 밑도 끝도 없는 언사로 시도 때도 없이 멋대로 행동하니 당당하고 올바를 구석이 없구나”라고 질타한다.
 
장자가 사용했던 荒唐은 황량(荒凉) 혹은 광대(廣大)의 뜻이다. 끝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막연하고 허랑방탕(虛浪放蕩)한 상태를 가리킨다.
 
당(唐)대 문학가,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한유(韓愈)는 시 『도원도(桃園圖)』에서 “신선이 있다 없다, 얼마나 터무니없는(謬芒) 일인가? 도원(桃園) 같은 얘기는 참으로 荒唐하구나”라고 한탄했다. 당(唐) 시인 두목(杜牧)은 “위왕(조조·曹操)이 모래주머니로 강을 메워 오(吳)를 치려고 했던 건 한바탕의 희극이고, 진(秦)왕 부견(苻堅)이 채찍을 던져 강물을 끊을 수 있다며 동진(東晉)을 공격한 건 한층 더 荒唐한 짓이었지!(魏王縫囊眞戱劇 苻堅投棰更荒唐)”라고 조롱한다. 荒唐이란 말을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荒唐한 일을 만나면 장자처럼 일갈하고, 두목처럼 조롱하자. 그렇다고 荒唐한 일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속병만은 막을 수 있지 않겠나.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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