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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엔 한국 인구 반토막, 1800만 명까지 줄어든다

서울대 국가전략위 ‘SNU 국가정책포럼’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국가전략위원회는 ‘인구위기’를 주제로 SNU 국가정책포럼을 열었다. 노동·환경·과학기술· 의료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김경빈 선임기자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국가전략위원회는 ‘인구위기’를 주제로 SNU 국가정책포럼을 열었다. 노동·환경·과학기술· 의료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김경빈 선임기자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8명이었다. 현재의 추세라면 올해는 0.8명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서울대 국가전략위원회가(홍준형 위원장) 주최한 제12회 SNU 국가정책포럼에서는 ‘다가온 인구위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50년 후엔 노년층이 1800만 명 달해
생산가능 인구 넘어서 핵폭탄 터져
정부 “범부처 정책 TF 만들어 대비”

노인과 젊은층 지위 함께 낮아져
근속기간 따른 연공 임금제 개편
예방쪽으로 의료 패러다임 바꿔야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포럼 개회사에서 “인구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당면한 사안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현재가 아닌 미래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세대·젠더·지역 갈등을 가져올 인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백년대계를 세울 범국가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차관

구윤철 차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정부는 인구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범부처 인구정책 TF를 만들었다”면서도 “부처 간 합의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골 초등학교에 학생은 5명밖에안 되는데 교장, 교감, 선생님, 행정직원까지 20명 정도가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600명 학생이 다니던 시절에 쓰던 건물을 계속 유지보수도 해야 한다. 교육재정을 줄여야 하지만 교육부나, 일선 교육청은 동의하지 않는다. 재정의 효율성만 따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완만하고 점진적인 정년 조정 바람직
 
급속한 고령화가 가져올 심각한 위기도 언급했다. 구 차관은 “2067년이면 생산가능 인구가 1740만 명인데 비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8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부양해야 할 인구가 더 많아지는 시점이 오면 핵폭탄이 터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구 차관은 “인구 감소를 반드시 재앙으로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개인의 역량과 무관하게 근속 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 위원은 “법적 정년과 실제 퇴직 연령 간 괴리가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정년 연장만이 만능처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고령자의 계속 고용을 막는 경직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 위원은 또 한꺼번에 5년씩 정년을 연장하면 노동시장과 기업에 큰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점진적이고 완만한(1년에 1세 또는 2~3년에 1세 연장 등) 정년 조정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국 기술의 발전 역사와 미래의 과제’라는 주제에서 “한국은 ‘뉴 투 더 코리아’(New to the Korea·한국 산업·기업에서 볼 때만 새로운 것)에서 ‘뉴 투 더 월드’(New to the World·세계에서 새로운 제품)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변화가 가져올 급격한 미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산업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제시한 대목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과거 한국은 선진국의 기업이 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우리도 잘할 수 있겠다 싶으면 뛰어들었고,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까 하는 문제가 중요했다. 이제는 선진국도 가보지 못한 영역에 도전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서 첫 발언자로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조 교수는 인구 문제 국내 최고 전문가로서 베트남 정부의 요청으로 인구정책 방향을 조언하는 역할도 맡았다. 조 교수는 우선 “2100년엔 한국의 인구가 (내국인 기준) 180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며 “인구의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이어 “출산·보육·복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과학기술 등을 통해 지방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초단체 단위보다는 광역 단위에서 대응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장수, 수명연장 프레임을 극복해야 할 때”라며 “기대수명 대비 건강수명의 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적인 건강, 포괄적 건강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또 “건강 불평등을 극복하고 건강 형평성을 강화하는 것”을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인당 평균 CO2 배출량이 한국이 세계 7위”라며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에너지 소비가 동일하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노인 세대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로봇 사용 시대의 도래와 관련해 “로봇을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부의 편중이 심화할 수 있다”며 “부가가치를 사회가 어떻게 잘 나눠쓸 수 있느냐의 문제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봇이 창출하는 부, 불평등 우려도
 
박도준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전공의 선발시험에서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에 지원하는 숫자가 매년 떨어지고 있다”며 저출산 시대에 의료계가 처한 현실을 빗대었다. 박 교수는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의료비 부담의 증가 문제만 살필 것이 아니다”라며 “치료 중심, 병원 중심, 입원 중심 의료에서 예방의학 쪽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의학과 관련해 박 교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진행된 ‘정밀의료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일본 전문가로서 이날 라운드테이블의 좌장을 맡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이미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 전반에 큰 폭풍을 몰고 올 인구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대 국가전략위가 일반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부분까지 과감히 공론화함으로써 정책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령화 사회, 정부·정당·군대 등 신뢰 모두 낮아져”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순서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준비한 ‘고령화는 어떤 세상을 가져올까’라는 주제의 특별세션이었다. 장 교수가 이런 화두를 던진 이유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결국 그 사회의 수준과 질을 결정하고, 그 세상이 얼마나 살만한 세상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2006년 일본에서는 할아버지들끼리 ‘불량노인구락부’라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첫 모임의 슬로건은 “뻔뻔한 할머니들에게 대항해 세상을 바로잡자”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모임에서는 그동안 했던 불량스런 행동을 자랑하는데, 포인트 제도가 있다는 점이었다. 가령 거리에 침 뱉기 0.1점, 술 취하기 1점, 청년들과 어울려 다니기 2점, 혼자 여행가기 10점, 젊은 애인 만들기 100점 등이다. 노인이라고 점잔만 떨지 말고 몸이 원하는 대로 하자는 게 이 모임의 신조였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는 것을 미덕으로 하는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장 교수는 이어 세계 사회과학자들이 100개가량의 국가를 대상으로 30년 동안 사회문화적·윤리적·종교적·정치적 가치를 조사하는 학술 프로젝트 ‘세계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 결과를 바탕으로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과 연동해 분석했다. 주요 결과 중 흥미로운 대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령화율이 높을수록 노인을 우호적으로 보거나 존경한다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2030 젊은이들의 사회적 지위나 그들의 성과 평가도 함께 낮아졌다. 대의제 정치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지 않지만, 청원·보이콧·시위와 같은 비제도적 정치 참여는 늘어난다. 종교단체·군대· 교육기관·언론·노동조합·의회·정부·정당·대기업·환경운동·여성운동 등에 대한 신뢰가 모두 낮아진다.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은 사회적 동의와 연대가 중요한데 그러한 공감이 사라지고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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