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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는 '돈'보다 첨예했다···선거법에 금 간 '4+1 협의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부터)와 김관영 최고위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실에서 선거법 가합의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본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부터)와 김관영 최고위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실에서 선거법 가합의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본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의 취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이) 막판에 후려치기로만 하니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명시적으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안 하겠다’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13일 국회 본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민주당으로선 안팎으로 시련의 하루였다. 선거법 개정 합의안 마련을 목전에 두고 4+1 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평화당+대안신당, 이하 4+1) 사이엔 금이 갔다. 이 와중에 한국당은 ‘회기 일정 필리버스터’라는 기습 전략으로 역습에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패스트트랙법 즉각 통과 비상행동 농성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열린 패스트트랙법 즉각 통과 비상행동 농성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연동률 캡 두고 이견

4+1은 이날 선거법 개정 합의안을 마련한 뒤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전날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까지 접점을 찾았기 때문에 이날 오전 미세조정을 한다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각 당은 ‘미세조정’을 미세한 문제가 아닌 개혁의 원칙과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로 봤다.
 
민주당은 전날부터 비례대표 의석 50석에서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의석수를 25석으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나머지 25석은 현재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자고 했다. 25석에 이른바 ‘캡(cap)’을 씌우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경우보다 군소 정당이 더 적은 의석을 갖게 된다. 심지어 민주당 이날 의원총회에선 “캡을 20석만 씌우자"는 주장도 나왔다. 군소정당이 요구하는 석패율제와 관련해선 “절대 수용 불가”라는 의견도 나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둘째) 주재로 13일 낮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원내대표, 문 의장, 심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둘째) 주재로 13일 낮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원내대표, 문 의장, 심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4+1 원내대표들은 오찬 회동을 하고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30석으로 하고, 석패율제 적용 대상은 전체 6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잠정 합의했다. 이 자리에 정의당 등은 “개혁 후퇴”라며 아예 불참했다. 오후 들자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평화당도 잠정 합의안 반대로 돌아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의석수를 줄이는 것은 애초 민심과 의석의 연동률을 높이자는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조치라고 했다.   
 
정의당은 의총을 열고 ‘연동형 캡’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겨우 50%에 불과한 연동률에 ‘캡’이라는 상한선을 씌우고, 석패율 적용 범위를 낮춘다는 것은 ‘민심 그대로의 정치개혁’보다는 민주당의 비례의석 확보이며,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지역구 출마 봉쇄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3일 오후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논란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3일 오후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논란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로 압박

4+1이 선거법을 논의하는 동안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 농성을 벌였다.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위한 본회의를 막는다는 취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의원들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뒤에는 ‘2대 악법 날치기 통과 반대! 국민은 보고 있다. 역사의 죄를 짓지 말라!’는 패널이 세워져 있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아들 공천용 예산 날치기 문희상은 물러가라”, “의원직 세습 아빠 찬스 국민이 분노한다”, “국회 말살 의회 탄압 문재인 정권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이날 본회의에 민주당이 제출한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다. 임시국회 회기를 아예 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습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회기 결정 안건은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을 맞세웠다. 또 2013년 9월 본회의에서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 회기 결정 안건에 관해 토론 신청을 해 토론이 실시된 적이 있다는 전례를 제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결국 본회의는 이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등의 이유로 연기되다 결국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저녁 한민수 국회 대변인을 통해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는다”라며 “지금으로부터 3일간 마라톤협상을 진행하라. 밤을 새워서라도 (선거법 등의) 합의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오는 16일 오전에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갖겠다. 그 자리에서 실질적 합의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성민ㆍ이우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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