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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보호 ‘어미닭’ 박항서에 감동한 베트남

금성홍기를 든 박항서 감독과 태극기를 든 베트남 선수들. [AFP=연합뉴스]

금성홍기를 든 박항서 감독과 태극기를 든 베트남 선수들. [AFP=연합뉴스]

 
“병아리를 보호하려는 어미 닭 같았다. 자식 같은 선수들을 위해 퇴장조차 불사하는 아버지 마음이 국민 코끝을 찡하게 했다.” 베트남이 60년 만에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목에 건 10일 밤, 베트남 현지 언론 ‘징(Zing)’이 박항서(60) 감독에게 보낸 찬사다.  

하노이 곳곳 금성홍기·태극기 물결
SEA게임 남자축구 60년 만에 금
상대 거친 플레이에 항의하다 퇴장
포상금 쏟아져 스즈키컵 넘을 듯

 
SEA게임 남자축구에는 올림픽처럼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출전한다. 베트남은 이번에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출전했다. 베트남은 필리핀 마닐라 리살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1959년 첫 대회 우승 이후 무려 60년 만에 베트남은 우승의 ‘한’을 풀었다.
 
베트남 현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박항서 감독(오른쪽 두 번째)과 고상구 회장(맨 오른쪽). [사진 고상구]

베트남 현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박항서 감독(오른쪽 두 번째)과 고상구 회장(맨 오른쪽). [사진 고상구]

 
베트남 국민은 우승 못지않게 ‘박항서 퇴장’에 주목했다. 세 골 차이로 사실상 승부의 추가 베트남 쪽으로 기운 후반 32분, 박 감독이 퇴장당했다. 인도네시아의 거친 파울에 베트남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모습을 본 박 감독이 부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가 벌어진 일이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굳이 심판을 자극한 건 선수 보호 때문이다. 패색이 짙어진 인도네시아는 후반 내내 거친 파울로 베트남을 자극했다. 급기야 부상을 우려할 정도가 되자 박 감독이 격렬한 항의로 흐름을 끊은 것이다.
 
거세게 항의하는 박항서 감독. 결국 퇴장당했다. [AP=연합뉴스]

거세게 항의하는 박항서 감독. 결국 퇴장당했다. [AP=연합뉴스]

 
베트남 전역에 한국 식품을 유통하는 고상구(61) K&K 글로벌 트레이드 회장은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 국민이 ‘지도자’ 박항서의 진가를 확인했다면, SEA게임은 ‘인간’ 박항서를 느끼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우승 직후, 베트남 전역은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됐다. 도시마다 폭죽과 자동차 경적, 부부젤라와 환호성이 거리를 메웠다. 고 회장은 “하노이 시내에 쏟아져 나온 인파에 태극기를 든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게 이채로웠다”고 전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직후 거스 히딩크(73·네덜란드)가 영웅으로 떠올랐어도, 길거리에서 네덜란드 국기를 본 기억이 없다”며 “한국과 박항서에 대한 베트남 사람의 애정이 엄청나게 뜨겁다는 걸 길거리 응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베트남 다문화 가정 축구교실에 참석한 박항서 감독과 고상구 회장. [사진 고상구]

한국-베트남 다문화 가정 축구교실에 참석한 박항서 감독과 고상구 회장. [사진 고상구]

 
박항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 한쪽의 베트남 팬을 향해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번쩍 들어 보였다. 트레이닝복 가슴팍에 새겨진 베트남 국기를 가리키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같은 시각, 선수들은 팬이 전해준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경기 후 기념촬영 때는 박 감독이 금성홍기, 선수들이 태극기를 펼쳐 들었다. 
 
박항서 감독을 현장에서 취재한 ‘징’의 쾅 틴 기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레전드로 자리를 굳혔다”며 “한국과 베트남의 심리적 거리마저 나란히 나부낀 양국 국기만큼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현지 길거리 응원에 등장한 태극기.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현지 길거리 응원에 등장한 태극기.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국민은 성적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에 반해 “박항서 고렌(힘내라)”을 외친다. 앞서 베트남 총연합 한인회장을 역임한 고 회장은 “박 감독은 팬에게 둘러싸이면 일정이 늦어져도 사인을 다 해주고 사진까지 찍어준 뒤 이동한다”며 “5개월 전까지도 ‘특별 대우가 싫다’며 차량 제공을 거부하고 일부러 택시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재계약 협상 때 이영진(56) 수석코치 연봉을 올리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주변도 살뜰히 챙기더라. 알수록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말했다.
 
SEA게임 금메달로 박항서 팀은 또 한 번 ‘돈방석’에 앉을 전망이다. 이미 모인 포상금만 110억동(5억5000만원)에 이른다. 베트남축구협회가 30억동(1억5000만원), 체육부가 10억동(5000만원)을 약속했다. 민간기업도 70억동(3억5000만원) 가까이 모금했다. 액수는 눈덩이처럼 급증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의 주요 매체들은 “포상금 총액이 지난해 스즈키컵 당시(200억동, 약 10억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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