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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내일 처리"에도 민주당 강공···심재철 33시간만에 패배

문희상 국회의장은 10일 오후 1시 30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심재철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모아 “내일(11일) 오전 10시까지는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예산안 처리를 11일부터 시작되는 12월 임시국회로 미룰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1야당을 배제한 예산안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후 3시 15분부터 예산결산특위 간사를 포함한 협상 테이블이 가동되면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4시간여 협상 끝에 민주당은 기존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마련한 수정안을 표결로 밀어붙였다. 전날 선출된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으로선 33시간여 만에 맛본 ‘패배’였다. 민주당의 강공 이유는 뭘까.

 
오신환 바른미래당(오른쪽 둘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상정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에게 항의하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오른쪽 둘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상정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에게 항의하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①“심재철 기선제압”=제1야당을 뺀 합의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예산안의 10일 처리를 관철한 데에는 향후 국회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공직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예산안 통과 직후 통화에서 “심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첫 협상부터 밀리면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서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발목을 잡아도 ‘4+1 동맹’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시그널(signal·신호)’이란 뜻이다. 예산안 표결 처리로 ‘4+1’ 결정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패스트트랙 법안도 흔들리지 않게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시간 끌기 용납 못 해”=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협상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전략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한국당이 협상하는 와중에도 이미 여러 개의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해놓고 있었고, 협상장을 자주 나서는 등 협상의 의지가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국당의 ‘지연 전술’에 말려들기보다 아예 협상 판을 깨는 게 더 낫다고 민주당은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한 ‘4+1’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하면서 한국당 의견을 물밑에서 일부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지역구 민원 관련 사업 등 한국당 몫의 예산안 수정 의견도 반영됐기 때문에 표결 처리에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사실상 ‘4+1+α(알파)’ 안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 정회 후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항의방문하고 있다. [뉴스1]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 정회 후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항의방문하고 있다. [뉴스1]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이 ‘4+1’ 예산안에 다른 당에 나눠줄 떡고물을 적절히 배분했기 때문에 아예 손을 안 대려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예산을 이리저리 찢어서 나눠 먹었다”며 “민주당은 한국당 의견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그걸 반영한 건 ‘4+1 협의체’다. 불법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법안과 예산을 정권 마음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독재국가가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바임을 국민은 똑똑히 목격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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