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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게 없다는 북한에 잃을 게 뭔지 보여주겠다는 미국

북한에 대한 ‘최고의 관여(maximum engagement)’에 몰두했던 미국이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통해 ‘최고의 압박(maximum pressure)’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2년 가까이 ‘적과의 동침’ 상태를 유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내심이 충돌할지는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달렸다.
김정은. [연합뉴스]

김정은. [연합뉴스]

 

DNI “북한 연말 도발” 백악관 보고
미, 안보리 소집 선넘지 말라 경고
군사옵션 외에 원유 카드도 있어
북, 인공위성 포장 ICBM 쏠 수도

안보리 소집은 실력행사 엄포
북, 핵·ICBM 도발 때 주로 썼던
“전략적 지위 또 한번 변화” 언급
트럼프, 본토 위협 가능성에 주목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안보리를 소집한 것은 2017년 12월 22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채택 이후 약 2년 만이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시간) “최근의 미사일 발사와 북한의 도발 확대 가능성을 포함, 한반도의 최근 사건들을 고려했다”고 회의 소집 이유를 밝혔다. 한반도의 최근 사건은 지난 7일 북한이 동창리 엔진연소실험장에서 했다는 ‘중대한 시험’을 뜻한다.
 
단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등 북한의 전략 도발까지 사실상 묵인하며 “나는 김정은과 관계가 좋다”고 자랑하기 바빴던 트럼프 대통령이 동창리 시험으로 움직인 데는 이유가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시험 결과가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표현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과 관련해서만 주로 썼단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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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17년 9월 6차 핵실험 뒤 열린 경축연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번 수소탄 시험(핵실험)의 대성공으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했다. 같은 해 11월 화성-15형 발사 뒤 김 위원장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세운 위대한 힘”이라고 표현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국가정보국(DNI) 등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연말에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까지도 못 참겠다’는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리 소집을 통해 ‘레드라인을 넘으면 안 참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배경이다. 특히 안보리 소집은 “도발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8일 트럼프 대통령)는 미국의 경고 직후 이뤄진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잃을 게 없다는 북한에 잃을 게 뭔지 보여주겠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적대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받아쳤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적대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받아쳤다. [AFP=연합뉴스]

이에 북한은 “우린 더는 잃을 게 없는 사람들”(8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라고 맞섰지만, 꼭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군사 옵션까지 가지 않더라도 제재 측면에서도 아직 남은 카드가 많다. 안보리 결의 2397호 28항에서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 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반드시 취한다’고 의무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자동으로 적용되는 이른바 ‘트리거 조항’이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트리거 조항에서 정유(refined petroleum)로 제한한 게 아니라 그냥 유류(petroleum)로 표현한 것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다음은 원유(crude oil) 추가 제재라는 안보리의 경고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유는 북한의 무기 가동에 필수적이다. 지금은 연간 대북 원유 공급량이 400만 배럴(6356만L)로 묶여 있는데, 트리거 조항이 발동되면 이 양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안보리 제재에 정통한 소식통은 “트리거 조항에 따르면 추가 도발 시 이미 연간 50만 배럴로 기존보다 90%나 줄인 정유 제품(휘발유·등유·경유 등)의 대북 유입을 전면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미국의 안보리 소집은 “잃을 것 없다”는 북한에 “잃을 게 뭔지 보여주겠다”는 실력 행사 엄포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이에 ICBM급 위성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응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그렇다고 북·미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도발로 포장한다면 이를 피할 수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인공위성으로 포장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북한은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이 아니라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명시적인 ICBM이 아니라면 방어를 계속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층 개선된 북·중 관계도 북한의 믿는 구석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거부권 때문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북·중 관계를 안전판 삼아 ‘북한판 전략적 인내’를 펼치는 것이 김 위원장이 이야기한 새로운 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임계 전 핵실험(subcritical nuclear test)’ 카드를 쓸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계 전 핵실험은 플루토늄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초고온 및 초고압을 가해 물질들의 거동 정보와 무기화 정보를 획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이다. 핵 능력 고도화 수단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뮬레이션까지 문제 삼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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