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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대우빌딩을 기억함'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세상에 나와 그때까지 봤던 것 중에 제일 높은 것"

- 신경숙 < 외딴방 >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열여섯의 소녀는 까닭 모를 공포심을 느꼈습니다.



"거대한 짐승으로 보이는 저만큼의 대우빌딩이 성큼성큼 걸어와서…나름 삼켜버릴 것만 같다"

- 신경숙 < 외딴방 >



그가 가장 먼저 마주한 도시의 풍경이란 압도적인 높이와 규모를 자랑하던 다갈색의 대우빌딩.



까닭 모르게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대우빌딩에 대한 첫 기억은 여러 입을 통해서 회자 되었습니다.



"문 하나만 열어놔도 금방 표시가 나는 건물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난다고 감탄하던 대우빌딩"

- 함민복 < 장항선 >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건물.



빌딩 전체에 불을 켜면 충청남도 전체가 쓰는 전기가 들어간다는 풍문까지 돌았던 건물…



더구나 빌딩이 완공된 1977년은 우리나라가 수출 백억 불을 달성해서 어깨를 추켜세웠던 시기였으니, 대우빌딩은

한국경제 고도성장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그 거대한 빌딩 앞에서 주눅 들었던 노동자의 삶이란…



모두의 열정과 땀으로 이룬 경제성장이었지만 과실은 모두 기업으로 집중돼서 커다랗게 불어난 그 몸집은 큰 짐승과도 같은 공포감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그린 드라마 < 미생 > 의 촬영장소가 옛 대우빌딩이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잔뜩 움츠러든 주인공의 어깨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도시 정글의 불빛… 



청년은 이 거대한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살아남고자 노동의 바둑을 놓습니다.



한때 신화로 불렸으나 하루아침에 허물어져 버린 영욕의 주인공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은 어쩔 수 없이 대우빌딩으로 상징되었던 그 화려한 시절과 노동자가 오롯이 감내해야 했던 IMF의 추운 시절을 다시 회고하게 되었지요.



과거는 어느덧 초라해져 건물의 이름과 외관이 바뀌었고 지금은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대우빌딩을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가 즐비하고, 수출은 백억 불의 시대를 넘어 6천억 불을 이야기하는 지금.



여전히 컴컴하고 초라한 노동의 풍경과 변하지 않는 노동의 시간들.



소설 속 열여섯의 소녀를 주눅 들게 했던 거대한 대우빌딩은 그래서 아직도…  



한국 사회가 끌어안은 모순의 상징물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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