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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이 키운 청년 기업가 “건강하셨으면 이번 주말 뵙는 건데…”

“회장님은 담배를 좋아하셨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가본, 푸근한 선생님이었습니다.”

 
10일 오전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은 현진원(35)씨는 김 전 회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현씨는 김 전 회장이 생전 가장 힘을 쏟았던 사업인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청년 사업가) 양성 과정의 1기(미얀마) 연수생이었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에서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에서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회장 “동남아 전문가 키우면 화교가 가진 네트워크 우리도 가질 수 있다”

 현씨는 이날 아침 뉴스를 통해 김 전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미얀마에서 GYBM 연수와 실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현재 한 국내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현씨는 “서른 살 때 만난 회장님은 우리에게 ‘GYBM을 통해 너희가 본격적으로 꿈을 펼칠 수 있게 되면, 지금 동남아에서 화교들이 가진 네트워크 이상의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오는 14, 15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GYBM 총 동문회 홈커밍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현씨와 GYBM 출신 청년들은 “회장님이 건강하셨다면 이번 주말에 뵐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 앞은 조문객과 화환으로 가득했다. 임성빈 기자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 앞은 조문객과 화환으로 가득했다. 임성빈 기자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 숙환으로 별세한 김 전 회장의 빈소 앞은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 화환으로 가득했다. 조화를 놓을 자리가 모자라자 빈소 관계자는 화환에 붙은 띠만 따로 떼어 벽에 붙였다. 벽면은 김 전 회장에게 조의를 표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빼곡했다.

 

조문객 3000여명 몰렸다…정의선 ‘울먹’

 10일 빈소에는 정·재계 인사와 전 대우그룹 임직원 등 추산 3000여명의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후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우그룹 출신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도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안타깝다”며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기업인은 별다른 말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0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0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는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사무처장을 지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부겸 민주당 의원,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 등이 참석해 부의를 표했다.

 

“청년 일자리 부족한 한국 현실 안타까워해”

지난 2009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 창립 기념 행사에 참석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왼쪽)이 장병주 전 ㈜대우 사장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9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 창립 기념 행사에 참석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왼쪽)이 장병주 전 ㈜대우 사장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우그룹 당시 김 전 회장을 가까이서 대했던 그룹의 전직 임원은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사장)은 “김 전 회장이 특히 청년에게 각별했다”며 “우리 세대가 잘해서 다음 세대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청년이 힘들어하는 현실에 아주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사장 역시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사훈을 통해서도 ‘희생’을 강조했다. 다음 세대를 잘살게 하기 위해 우리를 희생하자는 말을 ‘대우인’들은 흔쾌히 받아들이고 실천했다”고 말했다. 배순훈 전 대우전자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김 전 회장이 살아있을 때도 청년 일자리가 없는 현실을 가장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1991년 34세의 나이로 대우 임원을 지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날 “지금도 ‘대우’의 이름이 붙어 있는 회사들은 다 좋은 회사로 남아있다. 외환 위기가 없었더라면 대우는 한국 경제에 월등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서울역 구 대우센터 빌딩. [사진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연합뉴스]

서울역 구 대우센터 빌딩. [사진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연합뉴스]

생일 열흘 앞두고…

 전직 대우그룹 주요 인사들은 매년 12월 19일이면 김우중 전 회장을 만났다. 이날이 김우중 전 회장 생일이라서다. 김 회장은 이들을 만나면 평소 입버릇처럼 GYBM 양성 사업을 강조했다. 김 회장이 2011년부터 시작한 GYBM은 한국 대학 졸업생을 선발해 동남아 현지에서 무료로 취업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2016년 베트남 하노이 GYBM 교육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이덕모 GYBM 부원장은 중앙일보에 “김우중 전 회장이 ‘취업 시즌에 (중앙일보) 기자가 방문해서 연수생을 자극하면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으니, 취재 과정에서 반드시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었다”고 언급했다.
 
고(故) 김우중 전 회장의 마지막 유산인 GYBM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교실 벽에 붙여 놓은 구 대우그룹 표어. [중앙포토]

고(故) 김우중 전 회장의 마지막 유산인 GYBM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교실 벽에 붙여 놓은 구 대우그룹 표어.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19일 김우중 전 회장은 아주대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래서 전 대우그룹 관계자는 케이크를 들고 아주대병원 병실에서 김 전 회장을 찾아 조촐한 생일잔치를 벌였다. 

 심준형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생신 때 병실에 모인 사람에게 김 전 회장이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은 했지만, 세상사에 대한 의미 있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며 “올해 생신 때도 당연히 뵐 줄 알았는데 불과 열흘 앞두고 돌아가셔서 황망하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추모했다. 김 전 회장은 1998~1999년 외환위기 당시 전경련 회장을 지냈다. 허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김 전 회장은 수출이 위기 극복의 열쇠라 여기고 재계를 설득했다”며 “경제 외교관으로서 민족의 미래를 위한 큰 꿈을 꾸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지금 한국 경제는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김 전 회장의 경험이 필요한 때”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전 회장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경총은 “경영계는 고인의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헌신을 이어받아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고도화를 통한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측근 장병주 회장은 “나(장 회장)를 포함한 주변 사람을 인지할 정도의 의식은 있었지만,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수원=임성빈 기자, 문희철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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