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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비싼 한강변의 배신? 하늘 쾌청해도 미세먼지'나쁨'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냅니다. 과연 아파트는 미세먼지로부터 우리를 얼마나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먼지 모르지? 궁금하면 '아파트랩'>은 아파트 미세먼지의 모든 것을 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타이어랑 아스팔트 마찰로 도로에서 초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로변에 아파트들이 많은데 도로변의 초미세먼지 지수는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On*

 

“도심의 많은 아파트가 대로변에 위치합니다. 우리는 막연히 대로변은 자동차 매연에 미세먼지까지 안 좋다고만 생각하는데, 정확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로변의 미세먼지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 고정*(wishkjh)

 
중앙일보 디지털 서비스 ‘먼지알지(https://mgrg.joins.com)’에 많은 사용자가 아파트별 미세먼지 농도에 관한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서울에는 특히 한강이나 도로변에 아파트가 많은데 아파트 위치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서울시내 숲세권, 한강변, 도로변 아파트의 모습. [사진 왕준열]

서울시내 숲세권, 한강변, 도로변 아파트의 모습. [사진 왕준열]

이에 취재팀은 서울 시내 3곳의 아파트에서 동시에 미세먼지 측정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장소는 강변북로 바로 앞에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강변 아파트와 용산구 삼각지 고가도로 옆 도로변 아파트, 그리고 중구 남산 인근의 '숲세권' 아파트입니다.
숲세권이란 주변에 산림이나 숲이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곳을 말합니다. 
 
이곳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11월 1일과 농도가 낮았던 27일 두 차례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환경부 1등급 인증을 받은 간이측정기로 고층(15층)과 중층(7층), 저층(2층)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세 차례 측정해 수치를 비교했습니다.
   

실험① 미세먼지 심할 때 - 도로변>한강변>숲세권

서울시내 아파트 위치별 초미세먼지(PM2.5) 농도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시내 아파트 위치별 초미세먼지(PM2.5) 농도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달 1일 전국이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이날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4㎍(마이크로그램)으로 ‘나쁨’(36~75㎍/㎥) 수준에 육박했다. 실험을 진행했던 오전 9시에는 서초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70㎍/㎥까지 치솟았다.
 
황사의 영향으로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 역시 92㎍/㎥로 ‘나쁨’(81~150㎍/㎥) 수준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1일 오전 9시 숲세권과 한강변, 도로변 아파트에서 동시에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1일 오전 9시 숲세권과 한강변, 도로변 아파트에서 동시에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취재팀은 이날 한강변과 도로변, 숲세권 아파트에서 고층과 중층, 저층 등 세 차례에 걸쳐 실외 초미세먼지 수치를 동시에 측정했다.
 
측정 결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숲세권이 100.3㎍/㎥로 가장 낮았다. 한강변 아파트는 103.3㎍/㎥를 기록했다. 
 
도로변 아파트는 109㎍/㎥로 가장 미세먼지가 심했는데, 숲세권보다 8.7%가량 수치가 높았다. 
 
높이별로는 저층과 고층은 숲세권 아파트가, 중층은 한강변 아파트가 가장 수치가 낮았다.
 

실험② 미세먼지 없을 때 - 한강변>도로변>숲세권

서울시내 아파트 위치별 초미세먼지(PM2.5) 농도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시내 아파트 위치별 초미세먼지(PM2.5) 농도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7일에도 똑같은 장소에서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이날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2㎍/㎥를 기록할 정도로 쾌청한 하늘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세 곳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수치는 21~44㎍/㎥로 이전 실험보다 절반 이상 농도가 낮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27일 오전 8시 30분 숲세권과 한강변, 도로변 아파트에서 동시에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27일 오전 8시 30분 숲세권과 한강변, 도로변 아파트에서 동시에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왕준열]

하지만, 아파트별로는 고농도 때보다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중국발 미세먼지 등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적다 보니 아파트 주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숲세권 아파트가 24.7㎍/㎥로 역시 가장 낮았다. 도로변은 30.7㎍/㎥로 두 번째로 낮은 농도를 기록했다. 
 
한강변 아파트가 가장 높았는데 39.3㎍/㎥로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였다. 숲세권 아파트와 비교하면 미세먼지 평균 수치가 59%나 더 높았다.
 

아파트 미세먼지 데이터 1년 치 비교했더니

도로변·숲세권 아파트 미세먼지 농도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도로변·숲세권 아파트 미세먼지 농도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 빅데이터센터로부터 서울 노원구의 도로변 아파트와 숲세권 아파트 인근 측정소의 1년치 미세먼지 데이터를 받아 분석했다.
 
도로변 아파트 측정소는 통행량이 많은 동부간선도로 인근에 있었고, 숲세권 아파트 측정소는 불암산을 끼고 있어 상대적으로 오염원이 적었다.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약 3㎞였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두 지점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한 결과, 숲세권 아파트 측정소는 34㎍/㎥, 도로변 아파트 측정소는 38.7㎍/㎥를 각각 기록했다. 도로변 아파트가 숲세권보다 13.8%나 더 높은 미세먼지에 노출됐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두 지점 역시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인 겨울철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여름철에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여름철(6~8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도로변 측정소가 26.9㎍/㎥를 기록해 숲세권 측정소(19.9㎍/㎥)보다 35% 더 높았다. 일평균으로 비교해봐도 석 달 동안 도로변 측정소가 숲세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날은 이틀에 불과했다.
 
겨울철(1~3월)의 경우 도로변 측정소는 68.1㎍/㎥, 숲세권 측정소는 58.3㎍/㎥를 각각 기록했다. 도로변이 숲세권보다 17%가량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았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서울을 덮쳤던 3월 5일의 경우 도로변 측정소의 미세먼지 농도는 290.9㎍/㎥까지 치솟았다. 숲세권 측정소 역시 210.5㎍/㎥를 기록했다.
 
겨울철에 도로변과 숲세권 미세먼지 농도 차이가 줄어든 것은 활엽수의 잎이 떨어져 나뭇잎이 가진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줄어든 탓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4차선 도로 250m 주변 ‘미세먼지 터널’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렇게 한강변이나 도로변 아파트의 미세먼지 농도가 숲세권 아파트보다 높은 건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경부고속도로 등 주요 대로를 따라 아파트가 빽빽하게 몰려 있기 때문에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4차선 도로가 지나간다면 사방으로 250m 반경에는 ‘미세먼지 터널’이 생긴다”며 “올림픽대로는 왕복 10차선 도로에 밤낮없이 교통량이 꽉 차서 24시간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데도 제일 비싼 아파트들이 붙어있는데, 이렇게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곳이 대체로 미세먼지가 높을 조건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을 따라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사진 왕준열]

서울 한강을 따라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사진 왕준열]

반면, 숲으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예상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용원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는 않다”며 “주변 오염시설을 개선하는 게 유해성 관리 차원에서 더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폐암, 뇌혈관질환 등 주요 장기건강영향이 미세먼지 농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주거 조건과 공기 질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프랑스 파리의 경우, 대로변 인근 주거지역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미세먼지가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해관 교수는 “아파트별 미세먼지 농도 차는 주민들이 하루에 마시는 미세먼지 양의 차이로, 그만큼 누적 효과가 계속 쌓이는 것”이라며 “아파트 내 실내공기질 관련한 건축 규제를 도입하고, 도로 지하화 등을 통해 도로와 주거지역을 분리하는 등 적어도 보금자리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안 마시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철엔 아침, 겨울철엔 오후에 환기”

‘미세먼지 국민참여 행동 권고’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좋거나 보통인 날에는 하루 3번, 한 번에 30분 이상 환기해야 한다. 나쁜 날에도 하루 3번 한 번에 10분씩 짧게 환기해야 한다. [사진 왕준열]

‘미세먼지 국민참여 행동 권고’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좋거나 보통인 날에는 하루 3번, 한 번에 30분 이상 환기해야 한다. 나쁜 날에도 하루 3번 한 번에 10분씩 짧게 환기해야 한다. [사진 왕준열]

그렇다면 도로 등 미세먼지 오염원 근처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생활 속에서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환기다. 미세먼지를 피한다고 무조건 창문을 닫고 산다면 이산화탄소(CO2),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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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름철에는 교통량이 증가하기 이전인 아침 일찍 환기하고, 낮에라도 하루에 3차례 정도는 10~30분 정도 환기하는 것이 좋다. 환기 후에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해 실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아침에는 환기하는 것을 피하고, 대기 순환이 잘 되는 오후에 환기를 주로 하는 게 좋다. 실내에서 조리하거나 청소를 한 경우라면 최소 10분 이상은 환기를 해야 한다.
 
차상민 케이웨더 빅데이터센터장은 “겨울이라도 하루에 3차례, 10분 이상 주기적으로 환기하고, 환기 후에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것이 좋다”며 “공기청정기를 자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여름철에는 6개월에 한 번, 겨울철에는 3개월에 한 번씩 필터를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권필·김정연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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