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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북자들이 눈물 흘리다가도 분노하는 이유

이윤걸 탈북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이윤걸 탈북민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탈북한 20대 청년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강제 추방해 북송한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방부·통일부·국가정보원과 대통령 국가안보실 측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처리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정부, 20대 청년 어부들 강제 북송
북한의 모략·선전에 이용당할 우려

그러나 비밀 강제 북송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복기해 보면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 위법과 위헌적 행태가 곳곳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자를 불과 닷새 만에 강제 북송한 것은 전례가 없다. 정부 당국자의 설명처럼 강제 북송된 귀순 청년 어부 2명이 살인범이었더라도 이들은 강제북송 대상이 아니다. 범죄자라면 북한 이탈 주민 중 보호 대상에서만 제외될 수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에서 탈북민 인권과 관련해 적법성과 절차를 의심할 정도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으로 탈출(탈북)하거나 그런 의도만 있어도 정치적으로 중범죄로 취급한다. 이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재판 등 민주적·법적 절차도 없이 사형에 처하거나 강제 수용소로 보낸다. 귀순 어민의 북송 과정에 개입한 당국자들은 대부분 이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일 것이다. 이런 상식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정권의 이런 반인권적 행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대한민국 정부 기관이 북한이 요구하지도 않은 단계에서 먼저 나서서 귀순자를 강제 북송했다. 반인권적 강제 북송 집행 과정에서 단 한 명의 공직자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북송된 청년 두 명의 북한 거주 가족에게도 생명의 위협을 초래했다. 이는 사실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다를 게 없다.
 
필자는 탈북해 13년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다. 이번 일을 저지른 정부 당국자들이 북송된 2명의 청년이 자신들의 형제거나 가족이었다면 제아무리 윗선의 지시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했을까 따져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되길 원했던 귀순자의 인권을 이렇게 짓밟은 정부 당국자들은 법적 책임에 앞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헌법이 아니라 권력에 충성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공직 사회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
 
이번 강제 북송 사건을 통해 탈북민(북한 이탈 주민) 관련 정책에서 엄청난 혼선과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장 베트남에서 탈북자 10명이 중국으로 추방됐는데 한국 정부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북민 사회는 물론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탈북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충격과 두려움을 줬다. 통일을 지향해온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봐라. 남조선(한국 정부)도 이미 우리(북한 정권)의 견해를 존중한다. 심지어 탈북한 악질반동(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가도 필요하면 다시 붙잡아올 수 있다”면서 각종 선전·모략 활동에 이용할 빌미를 줬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올 권리가 있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갈망을 밑뿌리부터 흔들어 놨다.
 
귀순자 2명의 북송을 제안한 날,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북측에 보냈다는 보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북한에 간청하는 문재인 정부에 의해 귀순 청년 어부들이 정치적 희생물이 됐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나오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대한민국 헌법 체제에서 탈북민이 강제 북송되는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사지로 내몰리면서 귀순 청년 어부 2명은 이렇게 절규했을 것이다.
 
이윤걸 탈북민·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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