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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집집마다 암발병' 장점마을 "농산물 안 팔려 생계 막막"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금강농산'.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이용해 유기질 비료를 만들던 이 공장은 2017년 4월 문을 닫았다.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500m 떨어진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은 이 공장에서 배출한 발암물질 때문이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금강농산'.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이용해 유기질 비료를 만들던 이 공장은 2017년 4월 문을 닫았다.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500m 떨어진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은 이 공장에서 배출한 발암물질 때문이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파란색 공장은 녹슬고 낡았다. 마당 한쪽에는 '케이티앤지(KT&G)'라고 적힌 팰릿(화물을 쌓는 틀)이 쌓여 있다. 공장 안은 텅 비었다. 
 

주민 99명 중 22명 암…14명 사망
환경부 "집단 암 발병, 비료공장 탓"
'오염지역' 인식에 작물 반품·환불
마을 밭과 창고에 배추·무 등 방치

지난 4일 익산시 함라면 '금강농산'. 2001년 10월부터 2017년 4월 문을 닫을 때까지 담뱃잎 찌꺼기 등 폐기물을 이용해 비료를 생산하던 공장이다. 폐업 후 익산시가 사들였다. 정부 정밀 역학조사 결과 이 기간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2017년 문을 닫은 '금강농산' 마당 한 켠에 '케이티앤지'라고 적힌 팰릿(화물을 쌓는 틀)이 쌓여 있다. 과거 KT&G에서 사들인 연초박을 옮길 때 쓰였다. 익산=김준희 기자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금강농산' 마당에 방치된 폐기물을 가리키고 있다. 익산=김준희 기자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금강농산'. 공장 내부 바닥에 시커먼 물이 고여 있다. 익산=김준희 기자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금강농산' 안을 둘러보고 있다. 공장 벽면 전체가 녹슬고 묵은 때가 잔뜩 껴 있다. 익산=김준희 기자
환경부는 지난달 14일 "장점마을에서 암이 집단으로 발생한 건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발암물질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300도 이상 고온에 건조해 유기질 비료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 암 발병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건강 악화와 생활고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암 발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판로도 막혔다. 환경 오염이 의심되는 지역에서 재배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민들은 "주문이 끊긴 지는 오래됐고, 이미 팔린 작물도 반품과 환불 요구가 쏟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장점마을 주민 60여 명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다.
  

'금강농산' 마당에 방치된 폐기물. 익산=김준희 기자

'금강농산' 숙소로 쓰이던 건물 내부에 있는 신발장에 먼지 묻은 작업화가 가득하다. 익산=김준희 기자
금강농산에서 15년간 근무한 김인수 장점마을 이장이 집에서 보관하던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보여주고 있다. 흙같이 생겼지만, 담배 냄새가 난다. 익산=김준희 기자
금강농산에서 15년간 근무한 김인수 장점마을 이장이 집 창고에서 보관해 온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더미. 익산=김준희 기자
익산시의 농산물 안전성 검사 결과 '이상 없다'고 설득해도 소용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장점마을 들녘에는 수확 시기를 놓친 배추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창고에는 가을에 거둔 무·콩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주민들은 "밭작물은 대기 오염 영향을 덜 받지만, 안 먹겠다는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영환(81)씨는 암 환자였다. '장점마을 본토박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김씨는 "(환경부 발표와 달리) 우리 부락(마을)에서 33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죽고 16명이 투병 중"이라며 "나도 4년 전 위암에 걸려 위 반절을 잘라냈다"고 했다. 그는 "수술 후 67㎏ 나가던 몸무게가 50㎏으로 줄었다. 아픈 뒤로는 힘이 부족해 농사를 포기했다"고 했다.
   

2017년부터 장점마을 주민들을 도와 온 임형택 익산시의원이 그해 3월 장점마을 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금강농산을 방문했을 때 찍은 공장 내부 모습. [사진 임형택 시의원]

2017년부터 장점마을 주민들을 도와 온 임형택 익산시의원이 그해 3월 장점마을 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금강농산을 방문했을 때 찍은 공장 내부 모습. [사진 임형택 시의원]
금강농산 인근에 붙은 플래카드. 장점마을 주민대책위가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 된 금강농산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익산시를 규탄하고 있다. 익산=김준희 기자
금강농산으로 들어가는 길목 전봇대에 붙은 공장 표지판. 익산=김준희 기자
김인수(67) 장점마을 이장은 비료공장의 산증인이다. 금강농산이 문 닫을 때까지 15년간 직원으로 일했다. 
 
식당을 운영했던 김 이장은 가게 앞에 비료공장이 들어서자 식당을 접었다고 한다.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와 악취 때문에 손님이 끊겨서다. 당시 금강농산 대표가 이런 사정을 알고 그에게 취업을 권해 2013년부터 공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

  

장점마을 들녘에 방치된 배추들. 암 발병 소식이 알려지자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의 판로가 막혔다. 익산=김준희 기자

장점마을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 수확하지 않은 배추가 그대로 있다. 익산=김준희 기자
장점마을 한 농가 창고에 가을에 수확한 무가 쌓여 있다. 익산=김준희 기자
"연초박과 피마자박(피마자 찌꺼기)을 잘게 부수는 일을 했다"는 김 이장은 "공장을 그만둘 때까지 연초박이 인체에 해로운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연초박의 무서움은 짐작했다고 한다. 그는 "2012~2013년쯤 연초박에 불이 붙어 독한 연기를 마시고 기절해 119구급대에 실려 갔다"고 했다. 2015년에는 시신경 일부가 마비돼 일주일간 입원 후 눈이 침침해졌다고 한다.
 
최재철(58)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집집마다 암에 걸려 마을 공동체가 초토화됐고, 주민들은 언제든 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와 토양 검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밭농사를 전면 금지하고 그 기간에 주민들에게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점마을 어귀에 있는 마을 표지석. 익산=김준희 기자

지난 4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금강농산'.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이용해 유기질 비료를 만들던 이 공장은 2017년 4월 문을 닫았다.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500m 떨어진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은 이 공장에서 배출한 발암물질 때문이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환경부 발표 이후 익산시·전북도·정부는 뒤늦게 사과하며 의료비와 피해 보상비 지급 등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안감과 불신은 여전하다. 
 
임형택(45) 익산시의원은 "주민들이 2001년부터 '악취와 검은 연기 때문에 못 살겠다'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익산시는 2015년까지 15년간 단 한 건의 행정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익산시와 전북도·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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