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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없다" 연애않는 中젊은이···자금성 담 하나 건너 '선보기'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은 언제나 인산인해다. 한데 자금성 남쪽으로 담장 하나를 지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사람 발길이 많지 않아 고즈넉한 느낌마저 들며 고궁을 걷는 풍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중산공원(中山公園)이다.
중국의 일부 공원에 가면 특정 시간을 정해 자식의 인연을 찾는 곳인 '샹친쟈오'가 있다. 지난 11월의 한 일요일 낮에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금성 옆 중산공원의 샹친쟈오에 나와 종이에 적힌 결혼 적령기 남녀의 소개서를 살피고 있다. [유상철 기자]

중국의 일부 공원에 가면 특정 시간을 정해 자식의 인연을 찾는 곳인 '샹친쟈오'가 있다. 지난 11월의 한 일요일 낮에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금성 옆 중산공원의 샹친쟈오에 나와 종이에 적힌 결혼 적령기 남녀의 소개서를 살피고 있다. [유상철 기자]

명청(明淸) 시대 이곳은 사직단(社稷壇)으로 토지신(土地神)과 오곡신(五穀神)에 제사를 지냈다. 이름이 바뀐 건 1928년. 쑨원(孫文)이 25년 사망했을 때 영구를 이곳에 모셨던 걸 기념하자는 취지에서 그의 호 중산(中山)을 따 중산공원이 됐다.  

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시간 없다” 연애 실종되는 중국
결혼율이 해마다 뚝뚝 떨어지자
부모들이 자식 대신 공원에 나와
집단으로 자녀 인연 찾기에 돌입
젊은 세대는 '정신적 교감' 중시

호젓하게 베이징의 한복판을 호흡하고 싶을 때 자주 찾았다. 그러던 11월 어느 늦가을의 일요일 오후 이곳에 왔다가 ‘기이한’ 풍경과 마주했다. 공원 북쪽으로 위허(御河)가 있는데 위허 연도를 따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린 걸 발견한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땅바닥엔 각양각색 종이가 놓여 있다. 대부분 A4 용지인데 그 안에 ‘여자아이(女孩)’ 또는 ‘남자아이(男孩)’라고 쓴 글이 보인다. 처음엔 무슨 유괴된 아이를 찾나 싶었다.  
한데 그게 아니다. 나이 얼마, 키는 얼마, 직업은 무엇, 연락 방법 등이 적혀 있다. 장성한 자녀를 소개 또는 선전하는 문구다. 왜? 짝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공원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다.
중국 공원의 샹친쟈오에선 부모가 자신의 자녀 인적 사항을 적은 A4 용지 크기의 소개서를 흔히 볼 수 있다. [유상철 기자]

중국 공원의 샹친쟈오에선 부모가 자신의 자녀 인적 사항을 적은 A4 용지 크기의 소개서를 흔히 볼 수 있다. [유상철 기자]

이곳이 바로 중국 곳곳의 공원에서 볼 수 있다는 ‘샹친쟈오(相親角)’ 중 하나였다. ‘샹친(相親)’은 ‘선을 본다’, ‘쟈오(角)’는 ‘모퉁이’나 ‘구석’이란 뜻이다. 그러니 샹친쟈오는 ‘선보는 모퉁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샹친쟈오는 시집·장가를 보내지 못한 부모들이 자식의 혼사를 위해 팔 걷어붙이고 나온 자리다.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결혼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는 중국 청년 세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베이징에 샹친쟈오가 처음 등장한 건 2004년 룽탄(龍潭) 공원에서였다. 이후 톈탄(天壇) 공원과 타오란팅(陶然亭) 공원, 위옌탄(玉淵潭) 공원, 하이뎬(海淀) 공원, 또 상하이(上海)와 광저우(廣州), 충칭(重慶), 정저우(鄭州) 등 중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TV엔 젊은 남녀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이 있고 또 결혼중개 전문회사도 성업 중인 21세기에 샹친쟈오가 15년 넘게 중국에서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중국 비혼 인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 비혼 인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 결혼율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 결혼율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나는 중국 사회의 결혼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중국 민정부(民政部)가 발표한 ‘2018년 민정사업발전 통계공보’에 따르면 중국의 결혼율은 2014년 0.96%에서 2016년 0.83%, 그리고 2018년엔 다시 0.73%로 뚝 떨어졌다.  
다른 하나는 “연인을 찾는 방식으로 선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는 게 선이페이(沈奕斐) 푸단(復旦)대 사회발전공공정책학원 교수의 말이다. “시간 없다”는 자녀들을 대신해 샹친쟈오를 줄기차게 찾는 중국 부모들의 마음이 반영된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중산공원 샹친쟈오에 모인 사람들의 수가 10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많았다. 날이 괜찮으면 2000명도 훌쩍 넘긴다고 한다. 오전에 톈탄공원에 갔다가 오후엔 중산공원으로 오는 열성파도 있다.
샹친쟈오를 살피다 보니 해외에 자녀를 둔 부모가 자식의 배필을 찾는 ‘하이와이쟈오(海外角)’ 코너도 있었다. 샹친쟈오가 그 나름의 필요에 따라 진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부모들이 생각하는 자녀 배우자의 이상형은 어떤 걸까.
사람들 틈에 끼어 한두 마디 물어보니 “그저 사람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답이 돌아온다. 한데 조금 더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까다로워진다. 당연한 일일 듯하다. 어찌 인생의 대사가 그렇게 쉽사리 결정될 수 있겠나.
 
중국 공원의 샹친쟈오에는 해외에 나가 있는 자녀의 배우자를 찾는 특별 코너인 ‘하이와이쟈오(海外角)’도 있어 눈길을 끈다. [유상철 기자]

중국 공원의 샹친쟈오에는 해외에 나가 있는 자녀의 배우자를 찾는 특별 코너인 ‘하이와이쟈오(海外角)’도 있어 눈길을 끈다. [유상철 기자]

신중국 건국 이후 개혁·개방 정책이 채택된 1978년 이전까지는 결혼 상대의 정치성향과 집안이 중요했다. 충실한 공산주의 전사인가 여부를 따졌고, 혁명가정을 꾸릴 수 있는 빈농이 인기였다. 지주와 자본가, 부농의 자녀는 최악의 결혼 상대였다.
그러나 “먼저 부자가 되자”는 ‘선부론(先富論)’이 불기 시작한 70년대 후반 이후엔 배우자의 학력과 직업, 능력 등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화가 가능해야” “느낌이 있어야” 등과 같은 다소 추상적인 조건이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제력 향상과 더불어 “정신적인 교감”을 중요시하는 추세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삼관일치(三觀一致)’ 즉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등 세 가지 관(觀)이 일치하는가를 따진다.  
물론 부모가 이런 것까지 챙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샹친쟈오에 나온 부모들은 보다 현실적인 세 가지 사항을 주로 챙긴다. 베이징 거주 자격을 갖고 있나, 집이 있나, 차가 있나 등.  
말로는 “서로 마음만 맞으면 되지” 하지만 실제 전화번호를 주고 받아 결혼까지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중국의 부모들은 정해진 시간만 되면 샹친쟈오를 찾는다. 자식에 좋은 인연을 찾아줄 수만 있다면 이까짓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란 마음이다.
 
베이징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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