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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불황형 흑자'인데…무역인은 공감 못한 대통령의 축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무역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앞서 기술혁신과 수출구조 개선에 기여해 정부 포상을 받게된 무역유공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무역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앞서 기술혁신과 수출구조 개선에 기여해 정부 포상을 받게된 무역유공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최근 한국의 무역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세계 10대 국가의 수출은 줄었지만, 한국은 올해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고,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무역인들을 격려했다. 무역인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축사'였다.  그런데 무역인들은 대통령의 격려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미·중 분쟁에 한·일 관계마저 나빠져 내년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정부 성과만을 강조하는 대통령 축사를 들으니 마음이 더 갑갑해진다"고 토로했다.
 
이런 무역인들의 반응은 각종 경제 동향 분석이나 통계 지표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펴낸 '경제동향 12월호'에서 9개월 연속 '경기 부진' 평가를 내렸다.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위축"된 탓이라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발표한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3분기 한국 경제는 수출·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이런 경기 진단도 벌써 8개월째다.
 
한 해 내내 '마이너스 수출'을 보인 결과,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수출액 비중도 과거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세계 전체 수출액(12조4083억 달러) 중 한국의 수출액(3614억 달러) 비중은 2.9%를 기록했다. 올해 연말까지 3%를 넘지 못하면, 한국은 11년 만에 2%대로 다시 떨어지는 상황에 놓인다. 주요국 무역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특히 중국·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이 더 부진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수출·수입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1년간 수출·수입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 '성과'라고 거론한 '무역흑자'도 수출 증가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무역흑자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1년간의 무역흑자는 수출과 함께 수입도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였다. 특히 수입품은 기계·원유·가스 등 생산 활동에 쓰이는 제품 수입은 줄고, IT기기·자동차 등 소비재 수입은 늘었다. 국내 기업이 투자를 꺼려 제조업 생산능력이 후퇴할 때 나타나는 교역 형태가 매달 통계로 집계되고 있다.

 
길어지는 '마이너스 수출'은 정부·국책연구소는 물론 경제학계 누구나 우려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해외에서 벌어오는 돈이 줄어들면 내수 경기 위축으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 국면에서 인건비·법인세 등 각종 비용을 늘린 정부 정책 탓에 민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는 결국 '이익-비용'의 함수로,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이 증가하면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더딘 규제 완화로 기업의 추가 이익 기회를 막고 각종 비용 구조를 늘린 정부 정책이 경기 활성화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수출 불황 터널 속에 있는 무역인들이 공감하기도 힘든 정부 성과를 강조하는 것이어선 곤란하다. 수출 부진 국면을 정부가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밝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기업 각자의 역할을 독려하는 데 강조점을 뒀다면 무역인들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최근들어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 부족을 함축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줄곧 이어지고 있어 씁쓸하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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