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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도 만들었죠" 국내 유일 3D 의수족 전문가 허준성

“진짜처럼 보이는 손발을 끼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 평범한 꿈을 꾸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의수족 제작자 허준성 대표가 직접 제작한 의수족과 제작에 필요한 도구들과 함께 누웠다. 그는 "의수족에 생명을 불어 넣어 받은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사는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의수족 제작자 허준성 대표가 직접 제작한 의수족과 제작에 필요한 도구들과 함께 누웠다. 그는 "의수족에 생명을 불어 넣어 받은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사는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1993년. UN 평화유지군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파병된 스무살의 병사는 눈 앞에 펼쳐진 참혹한 현실에 눈을 질끈 감았다. 폭격과 지뢰 사고로 팔다리가 절단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의수족 없이 막대기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일이 예사였기 때문이다.  

[눕터뷰]

 
허준성(46) 나만애실리콘하우스 대표는 의수족 제작자다. 의수족은 절단된 신체 부위 결함 및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으로 갑작스러운 사고, 작업 중 절단, 화상, 당뇨 합병증 등으로 신체 일부가 절단된 사람들을 위한 보조기구다.  
 
“제가 속했던 상록수부대는 처음 국내에서 파병된 UN 평화유지군으로 소말리아에서 난민들을 돕는 활동을 주로 했어요. 팔, 다리가 절단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제대로 된 의수족은 꿈도 꿀 수 없었죠. 파병 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의 짐으로 남았습니다”
 
20여년이 지났어도 그때의 잔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던 허 대표는 지난 2014년 의수족 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허 대표가 지난 3일 경상남도 진주시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고상실리콘을 압착해 자연스러운 피부톤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리콘 압착 기계는 허 대표가 직접 만든 것이다. 장진영 기자

허 대표가 지난 3일 경상남도 진주시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고상실리콘을 압착해 자연스러운 피부톤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리콘 압착 기계는 허 대표가 직접 만든 것이다. 장진영 기자

 
“국내에서는 몇십년 동안 장인처럼 제작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홀로서기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전통적인 방식을 따를 수는 없었습니다”
왼쪽발이 절단된 환자를 위해 의족이 만들어지는 과정. 왼쪽부터 1)액상실리콘으로 남아있는 정상 발을 복사해낸다. 2)레진을 이용해 정상 발의 몰드를 만든다. 3)환부를 석고로 본떠 다듬는다. 4)고상실리콘으로 환부에 닿는 부분을 가봉제작한다. 5)3D 프린터로 양 발을 출력한다. 6)피부색, 혈관, 주름등을 실제 발모양과 같은 실리콘 의족을 완성한다. 장진영 기자

왼쪽발이 절단된 환자를 위해 의족이 만들어지는 과정. 왼쪽부터 1)액상실리콘으로 남아있는 정상 발을 복사해낸다. 2)레진을 이용해 정상 발의 몰드를 만든다. 3)환부를 석고로 본떠 다듬는다. 4)고상실리콘으로 환부에 닿는 부분을 가봉제작한다. 5)3D 프린터로 양 발을 출력한다. 6)피부색, 혈관, 주름등을 실제 발모양과 같은 실리콘 의족을 완성한다. 장진영 기자

 
IT 관련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을 접목하기로 했다. 이미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던 그였다. “기존 제작 방식은 붕어빵 찍듯이 이미 만들어진 틀에서 만들어지는 거라 모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틀이 5개라면 만들 수 있는 의수족의 모양이 5가지 뿐인 거죠” 허 대표는 한 사람만을 위한 의수족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의수족 제작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독일 오토복 (OttoBock) 사의 태국 방콕 아시아본부로 연수를 떠났다. 돌아와서는 연구에 매달렸다.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사무실이 지하인 게 다행일 정도였어요. 자연스럽고 편한 의수족을 만드는 것. 그것만이 목표였습니다”
 
허 대표의 의수족은 3D 공법으로 제작된다. 왼손이 절단 부위라면 오른손의 본을 뜨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된다. 오른손을 모형으로 만들어 3D 스캔을 하고 이를 반전시킨다. 복제 손을 만드는 것이다. 이후 3D 프린터를 통해 뽑아낸 복제 손에 실리콘을 압착하고 그 후 막을 벗겨낸다. “반대쪽 손과 같은 피부색은 물론 주름, 손톱, 혈관까지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들께는 손톱 밑의 때까지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그의 의수족에는 고상실리콘(HCR)이 쓰인다. 액체와 고체 사이의 질감을 가진 고상실리콘은 탄성이 높아 착용감이 좋고 변색의 우려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환부의 민감도에 따라 탄성도가 다른 경도의 실리콘을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서 3D 스캐닝·프린팅 방식으로 의수족을 만드는건 허 대표가 유일하다.  
색소폰을 불고 싶어하는 사례자를 위해 왼쪽 검지 의수를 제작했다. 장진영 기자

색소폰을 불고 싶어하는 사례자를 위해 왼쪽 검지 의수를 제작했다. 장진영 기자

7살 어린이의 제작 사례. 왼 손(사진상 오른쪽)이 의수다. 장진영 기자

7살 어린이의 제작 사례. 왼 손(사진상 오른쪽)이 의수다. 장진영 기자

의족 제작 사례. 오른 발(사진상 왼쪽)이 의족이다. 장진영 기자

의족 제작 사례. 오른 발(사진상 왼쪽)이 의족이다. 장진영 기자

 
허 대표의 방식은 의수족의 가장자리를 얇게 표현한 데서 기존 제품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자리 처리가 두꺼울수록 착용한 티가 많이 나는데 그는 이 부분을 0.2mm로 만들어냈다. “이 정도 두께는 의수족을 끼워도 표시가 거의 나지 않는 정도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의지제작방법’, ‘실리콘박막필름을 이용한 의지제작방법’ ‘의지 제작용 실리콘 박막 필름 제작방법 및 제작장치’ 등 총 3건의 특허를 출원·등록했다. “얇아도 잘 찢어지지 않는 기술력을 특허로 인정받은 거죠. 국내 유일의 방식을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하나의 의수족을 만드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혼자 하기에는 벅찬 부분이 있어 전국 네 군데 지점과 제휴를 맺고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 그것 하나만큼은 제대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허 대표와 아내 문수지씨. 장진영 기자

허 대표와 아내 문수지씨. 장진영 기자

 
아내 문수지(52) 씨는 그의 ‘모델’이자 '조언자’다. 허 대표는 오른손이 없는 아내를 통해 절단 장애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내 수지 씨와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 손님으로 처음 만났다. “상담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다시 오질 않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이전에 맞췄던 거처럼 불편하겠지’라고 하더군요. 오기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손님이 만족할만한 손을 만든다고 생각했고, 후엔 영원한 나의 모델로 있어 달라고 했습니다”  
 
현재도 좀 더 나은 아내의 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지 씨를 만족하게 해야 그를 찾는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옆에서 많은 조언을 해줍니다. ‘물건을 판다는 목적을 버리라고, 장사꾼의 마음을 버리라고, 생명을 불어넣는 그런 일을 해달라’고요. 아내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의수가 기준이 되니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습니다”  
 
허 대표는 소말리아에 파병된 것이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을 한 것도, 엔지니어로 일한 것도, 사고로 손을 잃은 아내를 만난 것까지… 그 모든게 운명인 것 같아요”
허 대표와 아내 수지씨가 손을 잡고 있다. 수지씨의 오른손이 허 대표가 만든 의수다. 장진영 기자

허 대표와 아내 수지씨가 손을 잡고 있다. 수지씨의 오른손이 허 대표가 만든 의수다. 장진영 기자

 
그런 그의 꿈은 다시 소말리아를 찾는 것이다. “이제는 완벽한 기술자가 됐으니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조만간 아내와 함께 의료봉사를 떠날 예정입니다. 막대기와 붕대가 아닌 생명을 가진 의수족을 선물하고 싶어요”
 
글·사진·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눕터뷰
'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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