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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추모… "성차별 농담 '참고 사는' 우리랑 달랐다"

설리. [JTBC2 ‘악플의 밤’ 방송화면 캡처]

설리. [JTBC2 ‘악플의 밤’ 방송화면 캡처]

[구하라 인스타그램]

[구하라 인스타그램]

"언니 다음 생엔 연예인 되지 말고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언니가 하고 싶은 일하고 예쁜 것만 보고 듣고 살기를 바라요." 
지난달 24일 사망한 가수 故구하라씨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전히 추모 댓글이 달린다. 구씨를 '언니'라고 부르는 10~2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잘자'라는 말이 붙은 그의 마지막 게시물에 12만 명의 팬들이 안부인사를 남겼다. 
10월 21일에 올라온 연예인 설리의 마지막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도 여전히 그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달린다. "언니 이제 12월이에요" "언니 날씨가 추워졌네요" 같은 일상적인 댓글도 매시간 올라온다. 지금까지 올라온 댓글이 30만 개가 넘는다.  

 
설리와 구하라라는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죽음을 두고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9세 여성 A씨는 “아무래도 내 또래다 보니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우리 학창 시절에는 여성 아이돌에 대한 외모나 태도 품평이 일상화됐었다. 이제 아이돌을 넘어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이렇게 돼 버려 아주 안타까웠다. 같은 또래 여성으로서 둘 다 자신을 억압하던 것에서 벗어나고, 자신만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바라왔다"고 말했다.  

 

"'연예인이니까' 넘겼던 게 마음에 걸려"

20대 여성들은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을 사회적인 현상으로 해석했다. 무엇보다도 '예견됐던 죽음'이란 점에서 미안함을 표하는 20대 여성이 많았다. 25세 여성 B씨는 "두 사람이 겪은 구조적이고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해 ‘연예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조금은 쉽게 관심을 거뒀던 것 같다"며 "내 일이나 내 친구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분노하고도 남았을 일을 그들이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로 좀 무디게 봤던 거다. 그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씩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26세 여성 C씨도 "그런 사건들을 다 딛고 꿋꿋하게 살았으면 하고 생각해왔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나도 종일 우울했다. 다른 여성들도 지난 몇 년간 이런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다"고 말했다. 가십거리로 이들의 이야기가 소비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26세 여성 D씨는 “여성 관련 이슈에 대한 공동의 죄책감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자신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던 설리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25세 여성 E씨는 "대외활동을 하는데 남성인 담당자가 농담이랍시고 '여자는 이래서 안 돼'란 말을 했다. 나중에 친구와 둘이서 '설리라면 그 담당자 대놓고 탈탈 털어줄텐데(비판해줄 텐데)'라고 신나서 웃고 떠들었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설리가 죽었다. 내가 말하기 어려운 것을 '설리라면 해줄 텐데'라고 떠넘기다가, 그렇게 떠넘겨진 무게에 짓눌려 설리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씨는 "20대 여성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다 알고는 있지만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그냥 참고 산다. 하지만 설리는 그렇지 않았다. 연예인인데도 잘못된 일에 대해선 '불편하다'고 표현했단 점에서 달랐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 거치며 ‘20대 여성’ 정체성 갖게 돼    

전문가들은 이 같은 20대 여성들의 추모 행렬의 배경으로 ‘동질감’을 꼽았다. 같은 20대 여성이란 정체성이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불러일으켰단 뜻이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 여성의 압도적인 정체성은 ‘여성’이다. 판사, 검사, 교수도 '여판사, 여검사, 여교수'로 호명되는 사회다. 20대 여성 대부분은 비슷한 경험을 통해 여성으로서 '정체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구하라씨 죽음 이후로 '여성들을 계속 잃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떠나서 여성으로서 차별적 폭력에 노출된 것에 대해서 공감하게 됐다는 뜻이다. 특히 여성 연예인을 향한 폭력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아무리 유명해도 여성으로서 받는 폭력은 존재한다는 걸 대중들이 알게 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대학 여성학 교수는 "20대 여성들은 설리와 구하라가 하필 타깃이 된 거지, 사실 '네가 될 수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들의 분노는 일종의 '자기애'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았는데 나 대신 먼저 떠나간 사람에 대해 미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거다"고 해석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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