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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팀' 막내 백원우까지···"盧, 이래서 정치하지 말라 했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지난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50여 점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보수공사가 한창인 경복궁 건청궁을 방문, 주변을 살피는 모습. [사진가 장철영 제공]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지난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씨가 청와대 재임과 퇴임 시 찍었던 대통령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미공개 사진 50여 점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2007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보수공사가 한창인 경복궁 건청궁을 방문, 주변을 살피는 모습. [사진가 장철영 제공]

“정치하지 말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측근들에게 했다는 얘기다. “정치는 사람들에게 신세만 지고 고통만 남길 뿐 세상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더라”면서다.
 
이 말이 다시 정치권에서 회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그를 보좌했던 ‘친노’이자 지금은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경수 경남지사 이름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下命)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중단 의혹의 등장인물로 거명되면서다.
 

의혹 중심에 선 두 사람…“친노의 우울한 현재”

우선 청와대에 김 전 시장 비위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고 제보내용을 요약·편집해 문건으로 정리한 이는 검찰 수사관 출신 문모씨(당시 청와대 행정관)로 드러나면서 청와대 선거개입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 측근 정치인 당선을 위한 선거 공작”(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제보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든 문씨는 문건을 백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백 전 비서관이 의혹의 중심에 선 가운데 김경수 지사 이름도 등장했다. 김 지사와 문씨는 같은 경남 진주 출신에 고등학교 동문으로 꽤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문씨가 지난해 6월 원 소속인 총리실로 복귀했는데, 사업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음에도 별도 징계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권 실세인 김 지사와 동문이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제보자 송 부시장이 “행정관(문씨)이 먼저 연락을 해 김 전 시장 동생에 대한 건설업자 김모씨의 고발 건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다”고 밝히면서 청와대 관여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변호인으로 활동한 문재인 대통령 , 문용욱 전 청와대 부속실장,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왼쪽부터).  [중앙포토]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변호인으로 활동한 문재인 대통령 , 문용욱 전 청와대 부속실장,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왼쪽부터). [중앙포토]

김 지사는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중단 의혹에서도 이름이 거론됐다. 김 지사는 유 전 부시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함께 엑셀 파일 100시트에 달하는 분량의 장기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검찰은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에게 금융권 인사청탁을 한 대가로 감찰을 무마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한복판에 선 백 전 비서관, 김 지사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친노 출신이란 점이 같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친노 인사들의 우울한 현재”라는 말이 나온다.
 
2009년 5월 29일 당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서울 경복궁 앞 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려는 순간 "사과하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09년 5월 29일 당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서울 경복궁 앞 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려는 순간 "사과하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백 전 비서관은 2001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위해 꾸려진 ‘금강 캠프’의 막내격 인사였다. 당시 금강 캠프의 주력은 ‘83학번 4인방’이라 불리는 안희정·이광재·정윤재·황이수 등이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03년 12월 대선자금 수사 사건으로 구속돼 복역했다가 충남지사 재선, 19대 대선 출마 등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했지만 성 추문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 역시 2010년 강원지사 선거에서 당선되며 정치적 무게감을 키웠지만 박연차 회장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지사직을 잃은 뒤 정계 복귀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사면·복권을 기대하고 있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황이수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안희정 후보 캠프에 합류해 안 전 지사를 도운 이후 뚜렷한 정치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검찰 향한 민주당의 변주(變奏) “정치하지 말라”

금강 캠프에 참여했던 윤석규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함께 캠프에 몸담았던) 여러 친구가 불미스러운 일로 감옥에 갔고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신세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이 이걸 내다 보고 ‘정치하지 말라’고 했던 걸까”라고 썼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 특별위원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사건 등 공정수사 촉구 간담회'에서 설훈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 특별위원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사건 등 공정수사 촉구 간담회'에서 설훈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행정관이 “마지막 남은 백원우의 소식을 들으며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떠올린 노 전 대통령의 “정치하지 말라”는 말이 전혀 다른 상황과 맥락으로 ‘변주’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은 유 전 부시장 감찰중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4일 “혹 개혁에 맞선 검찰의 정치 행위가 아닌지 묻는 국민이 많다. 검찰은 정치는 하지 말기 바란다”(이재정 대변인)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한 말이, 민주당이 검찰을 향해 한 말로 변용된 격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으니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는데 여당이 검찰을 향해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이고 뭔가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좀 부담스럽다”며 “노 전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달가워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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