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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장관 “북ㆍ미 대치 돌파구는 정상간 친서외교”

미국과 북한이 ‘연말 대치’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친서 외교가 해법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다리겠다고 밝힌 연말 시한을 앞두고 양측이 험한 소리를 주고받는 건 그만큼 의견 차이가 크고, 실무진 협상으로는 실마리를 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미국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
하루 세끼 문제 없을 만큼 내부 변화
북한 경제 변화 짚은 단행본 출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신인섭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신인섭 기자]

특히 북·미 대치를 중간에서 흡수할 중재자가 없는 상황에서 양측이 여전히 최고 지도자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는 톱-다운(Top-Down) 방식, 즉 ‘친서’가 유일하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대북 전문가이지만 5일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만큼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 협상이 어려워지더라도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국가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이 전 장관은 내다봤다.
 
미국은 연말시한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했다는데 반해 북한은 서두르는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이라는 시한이 다가오고 있으니 미국이 빨리 입장을 바꿔 협상에 나오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하루 세 끼를 먹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대북제재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북한에 경제도약 프로젝트가 없다면 이렇게 안 됐을 거다.
 
연일 북한과 미국이 험한 말을 주고받는데.
새롭다기보다는 (10월 초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의) 연장이라고 봐야 한다. 한쪽이 얘기하면 똑같이 따라 하며 서로를 압박하는 거울 영상 효과다.
 
북한이 이달 하순 전원회의를 소집해 ‘중대한 결정’을 하겠다고 4일 예고했다.
북한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연말까지 미국과 협상이 결판나지 않은 것에 대한 대비일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협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식으론 더는 하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과거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지난해 경제 중심으로 바꾸었는데,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전략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내 실무협상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은 없나.
친서를 통한 정상 간의 교감으로 극적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쉽지 않다.
 
연말과 연초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예상하기 쉽지 않다. 연말 시한을 넘긴다면 (장거리미사일로 간주할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이나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미국 재선에 영향을 주려면 내년 중반에 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상식적인 전망이다. 북한이 행동에 나서더라도 (연말까지) 남은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판단하지 않겠나.

김 위원장이 연말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배경과 관련,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꼽았다. 또 북한은 미국의 압박에 순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제 정책 변화를 통해 내구력이 생겼고, 하루 세 끼를 먹는 수준은 됐다는 판단에서다. 압박을 가하면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고나올 것이라는 전제는 틀렸다는 취지다. 북한 정치를 전공한 이 전 장관이 북한 경제 전문가들과 공동 프로젝트 형식으로 북한의 변화상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과 집필한 『제재속의 북한 경제, 밀어서 잠금해제』[사진 세종연구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과 집필한 『제재속의 북한 경제, 밀어서 잠금해제』[사진 세종연구소]

그는 북한의 사진, 인공위성 사진, 수 차례의 북·중 국경 지역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제재 속의 북한 경제, 밀어서 잠금해제』(세종연구소)로 출판했다. 2010년대 초반과 최근 북한의 경제 변화상을 비교 분석했다. 특히 시간 흐름에 따른 국경 지대와 시장 등 북한 내부의 변화상을 집중 조명했다. 남포나 혜산 등 지방의 변화에 관심을 뒀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설명이다. 이 전 장관은 "계획 달성을 목표로 했던 북한의 생산 현장이 경쟁을 통한 잉여생산품 판매 등 생산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가 자원의 배분 우선순위가 군에서 경제 분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개혁ㆍ개방의 필요성을 알았으면서도 사회주의 체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김 위원장이 변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군수공장에서 일용품이나 치과용 의료 기기를 생산하고, 포사격에 나섰던 원산 해안가에 관광시설(갈마지구)이 들어선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 같은 장소의 인공위성 사진을 시기별로 분석해 공군 기지로 사용하던 비행장(함북 경성군 중평리) 일대가 대형 온실촌으로 변한 사실도 발견했다. 
 
이 전 장관은 “일반적으로 ‘북한은 변화를 거부하는 폐쇄적이고 호전적인 군사 국가’라는 전제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북한의 변화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만 기존의 인식을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이런 변화를 국제사회가 공유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영문판으로도 내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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