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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전하는 요리사, 강태현 셰프

“꿈을 요리하세요”  

일식 조리장 지낸 강태현 셰프
두 살 때 부모 잃고 친척 집 전전
신문 배달·막노동 등 갖은 고생도
아동센터서 아이들 멘토 활약 중

신문 배달 소년에서 호텔 주방장, 그리고 청와대 셰프가 된 남자. 강태현 셰프(42)가 요즘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다. 강 셰프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9 청소년 어울림마당·동아리축제’에서 청소년 4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열었다. 앞서 지난달 22일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이 지역 아동센터 청소년 50명을 상대로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하얀 조리복을 입고 마이크를 든 채 아이들 앞에 섰다. 그의 팔엔 ‘청와대’라는 세 글자가 푸른색 실로 새겨져 있었다. 그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청와대 일식 조리장으로 일하며 두 대통령의 식사를 책임졌다. 강 셰프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서 일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신문 배달을 하던 강태현 셰프는 군 입대 후 요리사 출신 후임병을 만난 후 부터 꿈을 키워 나갔다. <중앙포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신문 배달을 하던 강태현 셰프는 군 입대 후 요리사 출신 후임병을 만난 후 부터 꿈을 키워 나갔다. <중앙포토>

아이들의 멘토가 되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돈벌이에 나서며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1시간여에 걸쳐 담담하게 풀어냈다. 강의 내내 그는 아이들에게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어린 시절 강 셰프는 작은아버지가 자신의 친아버지인 줄 알고 컸다고 한다. 그는 두 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후 누나와 헤어져 친척 집을 전전하다 다섯 살 때부터 작은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야 작은아버지로부터 친아들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됐다. 강 셰프는 “사실 그 전부터 본능적으로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강 셰프 말고도 삼 남매 등 딸린 식구가 많았던 작은 아버지의 집안 형편 역시 넉넉지 않았다. 형편을 뻔히 알았기 때문에 ‘용돈 달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을 때도 잦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신문 배달을 시작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던 탓에 신문을 등에 짊어지고 다녔다. 고등학생 때부턴 헤어졌던 누나와 단둘이 살게 됐지만 생활은 여전히 퍽퍽했다.  
“치킨 배달, 주유소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공사장 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호텔 조리장으로 15년 경력을 쌓아가던 강태현 셰프는 우연한 기회에 청와대 요리사의 제안을 받고 두 명의 대통령의 식사를 담당했다. <중앙포토>

호텔 조리장으로 15년 경력을 쌓아가던 강태현 셰프는 우연한 기회에 청와대 요리사의 제안을 받고 두 명의 대통령의 식사를 담당했다. <중앙포토>

 

요리사 출신 군대 후임병이 심어준 꿈

하루하루 버티며 힘겨운 생활을 하던 강 셰프는 스무 살에 공업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도망치듯 군에 입대했다. 요리사의 꿈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군에서 요리사 출신 후임병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후임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군 전역 후엔 무작정 요리학원에 찾아가 등록을 했다.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딴 뒤에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한 일식집에 취직해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그는 “요리 말고는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일식집에서 경험이 제법 쌓이자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만 있다고 당장 호텔 요리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호텔 실습을 하려고 해도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꿈이 생겼으니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야간 전문대학을 다니기 위해 일식집을 그만두고 여러 식당을 옮겨 다니며 돈을 벌었다. 
 

우연히 찾아온 청와대 요리사의 기회

스물여섯에 대학을 졸업한 강 셰프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취직할 수 있었다. 호텔 요리사의 꿈은 이뤘지만,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삶이 다시 시작됐다.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집에 들어갔다. 호텔에서 일하면서도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계속했다. 호텔 세 곳에서 15년 넘게 주방장으로 일한 강 셰프에게 ‘청와대 요리사’로 일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원 선배로부터 “청와대에 자리가 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것도 요리사로서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해 이력서를 넣었다. 강 셰프는 “요리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청와대 면접을 보던 날이었다”고 말했다. 최종면접까지 살아남은 요리사 세 명이 대통령에게 직접 요리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다들 내로라하는 호텔 주방장 출신이다 보니 실력은 엇비슷할 터였다. 뭔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강 셰프는 미리 얼음으로 그릇을 만들어 회와 초밥을 담아 선보였다. 강 셰프는 “얼음 그릇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것이 눈길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청와대에서 요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강태현 쉐프는 지역 아동센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멘토 역할을 하며 재능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강태현 쉐프는 지역 아동센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멘토 역할을 하며 재능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일식당 경영하며 재능기부

 지난해 자신만의 식당을 차린 강 셰프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바로 ‘꿈을 전하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다. 그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 아동센터의 아이들에게 강의를 다니며 ‘멘토’ 활동을 하는 이유다. 이날 의정부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마친 후 강 셰프는 아이들과 함께 채팅방을 만들었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정보를 주고 조언도 해주기 위해서다. 강 셰프는 “아이들이 채팅방을 통해 요리 관련 정보를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강 셰프는 경기도 동두천 아동센터를 방문해 재능기부 협약도 맺었다. 이곳에서도 “(셰프님처럼)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쌍둥이 형제를 만나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김여진 인턴기자 kim.yeo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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