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능력과 위협 실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북, 올 들어 역대 최다 미사일 발사
치고 빠지기 미사일 콘크리트 바닥
핵 다탄두 ICBM으로 미 본토 위협
미 항모와 증원전력 타격용 미사일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끝내 실패하면 ICBM을 쏠지도 모른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부장은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했다. 북한은 2017년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춰 ICBM인 화성-14를 발사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일 김 위원장에게 ‘로켓맨’을 언급하면서 “희망컨대 우리는 그것(군사옵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 그러나 그래야 한다면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레드 라인은 북한의 ICBM 발사다. 김정은이 레드 라인을 넘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옵션을 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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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큰 결심을 할 때마다 찾는 백두산 삼지연을 이번에도 갔다. 북한은 또 연말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예고했다. 미국과 틀어지면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노선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력 충돌을 예고하는 ‘새로운 길’로 보인다.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공개는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ICBM을 쏠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믿는 북한의 미사일 실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선 전략적 능력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에 이미 ICBM의 요소기술을 마무리했고, 2017년 11월 사거리 1만3000㎞인 화성-15를 쐈다. 미국을 놀라게 한 화성-15는 당시 비행성능을 제대로 냈다. 그러나 탄두의 보호 재질이 약해 대기권 재진입하면서 동해 상공 수㎞ 고도에서 타버렸다. 그렇지만 그 수준으로도 뉴욕 상공 10㎞ 이상 고도에서 터뜨리는 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높은 고도에서 핵탄두가 터지면 지상에 직접적인 핵 피해는 없지만, 강력한 전자파(EMP)를 방출한다. 그때 나온 EMP는 뉴욕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의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 전자장치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 권 교수는 “북한이 화성-15를 쏜 지 벌써 2년이나 지났다”며 “지금은 대기권 재진입 능력까지 갖춰 지상공격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북한 ICBM은 여러 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 구조로 추정하고 있다. 미 전역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올 연말 미국에 보낸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도 있다. 미군이 긴장하는 이유다.
다음은 전술적 능력이다. 북한은 최근 각종 전술용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인 KN-23, 신형 대구경조종(유도)방사포,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에이타킴스인 신형무기 등 4종 세트다. KN-23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궤적인 포물선으로 날지 않고 5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하다 표적 가까이에선 갑자기 도약한 뒤 낙하한다. 이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렵다. 포착했을 땐 미처 요격할 시간이 없다. 이 미사일엔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최대 사거리가 690㎞여서 미 해병대의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가 배치된 일본 이와쿠니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 입장에선 몰래 침투할 수 있는 F-35B가 눈엣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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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에이타킴스 미사일과 유사한 북한 신형무기도 축구장 여러 개 넓이를 한 번에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권 교수는 “북한이 저고도로 비행하는 신형 4종 세트를 일반 미사일과 섞어 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일정 고도 이상 탐지에 맞춰져 있는 패트리엇과 사드의 레이더가 놓칠 수 있다. 속수무책이다.
2016∼17년 집중 시험발사한 스커드-ER과 초정밀 유도미사일인 KN-18도 매우 위협적이다. 북한은 당시 황해도 고속도로에서 스커드-ER 3발과 4발을 발사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1000㎞를 비행해 동일한 해역에 떨어졌다. 2017년 5월 발사한 초정밀 탄도미사일은 450㎞ 비행에 명중 오차가 불과 7m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스커드-ER과 초정밀 탄도미사일을 미 항공모함와 증원전력 타격용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항모 타격용 미사일인 둥펑-21D와 유사하다. 이와 함께 북한이 지난 10월 바지선에서 발사한 북극성-3형은 게임 체인저다. 잠수함용 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은 핵탄두가 기본이다. 북한이 3000t급 잠수함에 실어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면 괌과 하와이, 미 본토가 위험하다. SLBM은 수중에 숨겨둔 반격용 핵전력이어서 미국의 핵 대응 뒷다리를 잡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사용과 북한의 ‘무력 맞대응’ 담화는 연말 한반도 안보 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비핵화 희망은 실낱같다. 해빙보다 군사충돌 가능성이 훨씬 크다. 북한은 한국을 핵으로 위협해 시장 교란과 해외 투자자 철수, 연방제 통일 수용 강요, 주한미군 철수 등을 기도할 수 있다고 한다(국민대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 그런 만큼 정부는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왠지 정부가 미덥지 않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