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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비정규직 제로 궤도수정?…도급업체 직원, 공공부문 흡수 대신 근로조건 개선 방안 마련

지난 7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및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및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공공부문의 업무를 도급받아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의 궤도를 수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 민간위탁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
도급 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방점

정부, 그동안은 직접 고용 또는 자회사 고용 추진
가이드라인, 도급업체 직원은 해당업체 직원으로 인정
기존 공공부문 비정규직 개념과 선 그은 셈

노동계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포기"

현 정부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업무를 도급받은 협력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를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분류했다.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에 따라 이들을 공공부문에서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해 흡수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도급업체 근로자의 지위를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규정한 셈이 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개념과 선을 그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테크스포스(TF)'를 열어 '공공부문 민간 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는 고용부, 국정조정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인사혁신처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위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고용불안의 문제가 발생하며, 낮은 위탁 단가로 임금 체불과 같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실태조사 결과 2만2743개 공공부문 기관에서 1만99개의 사무를 협력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19만5736명으로, 7조9613억원의 예산이 소용된다.
 
정부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민간에 위탁하는 사무의 경우 일률적으로 기준 설정이 어렵고, 구속력 있는 지침을 시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법령이나 조례에 위탁 근거가 있고, 자치분권과 사무가 다양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결국 도급을 인정하기로 했다. 대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보호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에서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 위탁기관에 '민간위탁 관리위원회'를 꾸리도록 했다. 이 위원회에서 수탁기관을 선정하고, 근로조건 보호와 위탁 사무의 관리를 지원한다.
 
위탁 업체를 선정할 경우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책정된 임금 지급 ▶퇴직급여 등 법정 사업부 부담금 관련 의무 준수 ▶사전 승인없는 재위탁 금지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준수 등이 확약서에 담긴다. 사전 승인없이 재위탁이나 하도급, 파견을 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협력업체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계약서에 도급업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유지 노력과 고용승계를 하도록 명시한다. 도급 기간과 근로 계약 기간이 동일하게 설정된다는 의미다. 계약 금액 가운데 노무비는 전용 계좌에서 별도로 관리해 노동자에게 임금지급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 향후 연구용역과 실태조사를 통해 적정 임금모델과 소요예산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업무 실태조사 결과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민간위탁 업무 실태조사 결과 [고용노동부]

정부 가이드라인의 요지는 도급 업무를 하는 동안에는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도급 계약기간이 끝나면 근로자와의 근로계약도 종료된다. 노동계는 근로계약 기간 종료를 해고라고 주장한다. 노동계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조건이 열악한 도급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는 정규직 전환"이라며 "정부 가이드라인은 강제력이 담보되지 않는 데다 고용보장은커녕 해고를 정당화하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다.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했다. 정규직화 대상에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으로부터 도급받은 협력업체의 직원까지 포함했다. 이들을 도급업체의 정규직이 아니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으로 규정했다는 뜻이다. 협력업체 정규직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소속만 바뀌는 형태가 됐다.
 
이들 두고 공공부문 인력 비대화와 인건비 압박 논란이 일었다. 협력업체의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무리라는 비판도 따랐다. 기술력이 있는 강소 협력업체가 소멸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노동계는 공공기관의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에 반대하며 갈등을 빚었다.
 
정부가 이번에 위탁업무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노동계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포기"(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라는 비판을 하는 이유다. "사실상 공공부문의 도급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협력업체 업무 도급을 허용하고. 대신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형태로 바뀌는 모양새여서다.
 
정부는 "민간 위탁은 공공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작은 정부라는 행정조직 측면에서 추진돼왔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위탁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보호에 대한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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