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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할 때 소리지르며 울던 아이, 어느날 편지 내밀며

기자
전승준 사진 전승준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11)

만3세 여자아이가 유치원에서 넘어져 젖니 앞니가 완전히 빠져나와 피가 철철 나는 상태로 치과에 내원했습니다. 원래부터 겁이 많아 평소 치과에 갔을 때도 많이 울었다는 아이였습니다. 응급적인 상황이므로 내원하자마자 아이가 아무리 힘들어하더라도 빨리 지혈하고 빠진 치아에 대한 처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탈진직전까지 갔습니다. 이후에 다친 부위의 치유상태를 점검받기 위해 내원할 때마다 병원 입구에서부터 들어오지 않으려고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습니다.
 
유치원에서 넘어져 앞니가 완전히 빠져나와 치과에 내원한 여자아이. 병원 입구에서부터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사진 전승준]

유치원에서 넘어져 앞니가 완전히 빠져나와 치과에 내원한 여자아이. 병원 입구에서부터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사진 전승준]

 
다행히 다친 부위는 잘 아물었지만, 검진만 할 때도 이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여전히 힘들어했던 꼬마 아가씨. 그래도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게 해 주었습니다. 그 아이가 병원에 오는 날에는 모든 스텝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면서 기다렸다가 진료를 진행했지요.
 
세월은 빨리 지나가 아이가 병원에 온 지 어언 5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데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내원 때부터 거짓말처럼 울지 않고 스스로 입을 벌리면서 검진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말 그 자리에 있던 엄마는 물론 모두 기뻐하며 아이를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집에 가기 직전 여러 번 접은 종이를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내게 내밀며 자기가 집에 간 후에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무얼까 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물어보니 아이가 치과 선생님에게 드리는 편지라며 다른 사람이 못 보게 가리고 써 내용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접은 종이를 펴 천천히 읽어 내려갈 때에 코끝이 찡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치과 선생님께
치과 선생님, 저의 이를 아프지 않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서운 저도 꾹 참는 지안이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더 양치를 잘 하는 지안이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치과에서 무서운 걸해도 지안이는 울지 않을거에요. 그래도 저는 불소를 안하고 싶긴 해요. 그래도 지안이는 참을 수 있어요(안하고 싶긴 하지만요). 지안이는 선생님이 아픈 걸 해도 참을 수 있어요(너무 아픈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참아볼께요! 파이팅!
2019년 10월 8일 지안올림
 
그동안 비명을 지르면서 억지로 치료받아온 아이가 안쓰러웠고, 혹시라도 그 상황에 놀라서 정신적인 충격이 트라우마로 되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했었던 아이가 감사하다는 내용의 이런 너무나도 어여쁜 편지를 선물로 건네주는 것에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만나는 소아치과의사로서 이보다 더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 꼬마소녀를 정기검진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기대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선물을 타인에게 주고, 또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일선물, 결혼선물, 명절선물, 환송선물 등등... 종류도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온라인 상에서도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추어져 있구요.
 
사전에서 선물을 찾아보면 ‘선의로 주는 물품’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이든 그 주는 사람의 진정성 있는 마음의 선물을 받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밝아지게 되며 그 충만한 좋은 기운이 향기가 되어 주위로 퍼져 나가게 됩니다.
 
어린 환자에게서 받은 뜻밖의 귀한 편지에서 ‘지금(present)’이라는 선물이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 pexels]

어린 환자에게서 받은 뜻밖의 귀한 편지에서 ‘지금(present)’이라는 선물이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 pexels]

 
스펜서 존슨의 ‘선물’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선물은 세상 모든 이의 가슴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마치 단거리 경주를 하는 것처럼 숨차게 살다 보면 가끔 그 선물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조용한 시간을 가져 보세요. 내가 진정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에요. 우선 나를 돌아보는 것이 행복의 첫 단계입니다."
 
이번에 어린 환자에게서 받은 뜻밖의 귀한 편지에서 우리가 바쁘게 지내는 동안에 존재한다고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지금(present)’이라는 선물이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잊지 않고 매 순간 감사하며 지낼 수 있다면 항상 선물(present, 지금)과 같이 하는 행복한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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